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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시나브로 자라나는 거거든요. 그 신앙이 자라다가 교회에 가고 싶어지는 때는 그 사람만이 알 수 있어요."

평일, 작은 도심의 거리는 한산했다. 차도 지름의 짧은 거리가 서울에서와는 사뭇 다른 느낌. 보행객의 무질서도 없지만 차량의 양보도 훨씬 후덕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김상기 장로(속초 천일안경원)의 안경점은 한창 분주했다. 안경을 하러 온 사람들, 후원을 부탁하러 온 사람들, 고마움을 표하러 잠시 들린 과거의 후원자들까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치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왔다가는 나간다.

“주의 은혜로 종의 집이 영원히 복을 받게 하옵소서”

사무엘(下)서의 이와 같은 말씀을 문을 열자마자 볼 수 있게 나지막이 놓아둔 김 장로는 어떻게 하면 소리 없이도 자신 안의 그리스도를 나타낼 수 있을지 골몰하는 사람이다.
“예수 믿는 사람이 전도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하지만 무턱대고 전도하는 것은 오히려 교회에 대한 반감만 주게 될 것이라는 부담도 있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소리 없이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편이예요. 저 말씀을 벽면 높이에 걸지 않고 낮은 땅에 둔 것도 그런 이윱니다.”

1980년 안경업(속초 천일안경원)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81년 장학회를 설립, 2년 뒤인 83년 (재)한국늘사랑회를 창립해 꾸준히 지역사회를 돕고 있다는 김 장로. 그가 생각하기에 한국교회는 너무도 성급하게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전개하는 복지사업이 전도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신앙은 시나브로 자라나는 거거든요. 그 신앙이 자라다가 교회에 가고 싶어지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알 수 있어요. ‘예수 천국, 불신 지옥’하는 외침이나 ‘교회가자, 교회가자’하는 보챔(?)은 사람을 지치게도 할 수 있습니다.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힘든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요. 좀 기다리는 것도 전도인 것 같아요.”
청소년기 김 장로의 삶이 그랬다. 가난했고, 암울했으며, 그 가난의 암울함 속엔 항상 절망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구원을 보았다고 한다.
“그때 구원이라 믿었던 것은 다름 아닌 자살이었어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 말 하고 싶지도, 아무 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자살기도는 수포로 돌아갔지요.”
대신 김 장로는 다른 것을 얻었다. ‘죽을 힘이 있거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라’는 음성과, 그 소리 끝으로 견고해지는 그리스도에 대한 확신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김 장로는 다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암울하기만 하던 삶에 앞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김 장로는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가 하던 대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청소년을 위해 일하며 살기로 했단다.
“그래서 장학회를 만들고, 늘사랑회를 창립한 거예요. 그것이 암울한 삶을 살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삶의 방식이길 바라면서요. 그랬던 것이 몇 년 길어지다 보니 지금은 독거노인, 심장병 환자 등 뭔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저를 찾아 와요. 이 안경점으로 말이죠.”
후원 청소년들을 만나다가, 심장병 아이들을 돕다가, 소외된 어르신들을 섬기다가, 교회로 교회로 김 장로가 그렇게 천천히 인도하게 된 사람만 1년에 50명은 족히 된다고 한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꾸준히 일하다 보면 전도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믿는 김 장로. 한국의 교회들이 그의 생각과 모습을 닮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서선미 기자

「월간 크리스차니티」200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