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란 참으로 쉽고도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설교자는 그저 성령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대로 순종하고 쓰임만 받으면 된다는 점에서는 극히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직접 준비해서 설교를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에 있어서는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설교 사역도 다른 노동이나 운동처럼, 하면 할수록 숙련되는 것이어서 선수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 모든 설교자들의 경험입니다.
설교자의 또 하나의 고민과 갈등은, 설교할 때 의도한 대로 교회가 변화되고 성숙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중들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열정적으로 설교했으나, 결과적으로 아무런 열매를 거두지 못한 것 같은 허탈감은 설교자를 무척이나 괴롭힙니다. 자신이 마치 약장사 같기도 하고, 말장난 혹은 언어유희로 사람들을 상대하는 광대 같기도 해서 심히 고통스럽습니다. 이러한 저의 솔직한 심정을 먼저 털어 놓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이런 점을 감안해서 읽으시고 유익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더불어 그동안 제가 목회를 하면서 어떻게 설교를 준비해 왔는지 그 방법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의상 대여섯 단계로 나눠 보았는데, 읽는 분들에게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본문 선택
이는 모든 설교자가 고민하는 단계일 것입니다. 미리 한 성경을 선택해서 강해식으로 차례대로 설교해 나간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주일 예배를 위한 제목 설교의 본문을 선택할 경우에는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교회력이나 시대 상황 그리고 교인들의 형편 등을 고려해서 본문을 택해야 하기 때문에, 설교자들은 월요일이 지나면서부터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본문 선택을 위해서 그 시점의 모든 정황을 먼저 마음에 두고 기도하면서 성경을 읽어갑니다. 감사한 것은 대개의 경우 성령님께서 그 상황에 꼭 알맞는 말씀을 선택하게 하시고, 설교할 본문이 마음에 떠오르게 해 주시곤 했습니다. 물론 때로는 본문 선택이 어려워서 고민하며 애를 태우는 경우도 있지만, 기도하고 말씀을 읽는 가운데 성령님의 깨우침을 기다려서 본문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능하면 한 성경을 선택해서 차례대로 설교하는 강해 설교를 권하고 싶습니다.
2. 본문 낭독과 묵상
이렇게 해서 선택된 본문을 놓고 기도하며 묵상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본문 말씀을 붙잡고 기도하면서 읽고 생각하기를 하루 정도 반복합니다. 그 반복은 한 자리에서 단번에 계속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을 두고 되풀이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새벽기도 후, 낮 시간, 오후 시간, 저녁 시간 등 시간이 가능할 때마다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설교 본문을 여러 번 큐티(Q.T)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해서 그때그때 느껴진 은혜를 노트에 메모해 둡니다.
3. 연구 및 묵상
이 단계는 본문에 대한 바른 주석으로 해석하는 단계입니다. 각종 주석과 참고 서적을 통하여 본문의 바른 주석을 살펴보고, 필요하면 성경 원어 연구도 참고하여 올바른 해석을 위해 하루 정도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본문을 상고하다 보면, 가끔은 전(前) 단계에서 느끼고 깨달았던 사실이 잘못되었음을 발견하고 새로운 은혜를 체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도 물론 새롭게 발견한 은혜를 반드시 노트에 기록해 둡니다.
4. 수집 및 정리
이 단계에서는 그 동안 메모해 두었던 것들을 취사선택하여 정리합니다. 그리고 서론, 본론, 결론을 구상하고 정리하여 배치합니다. 특히 이 단계에서는 본인이 갖고 있는 책을 참고하거나 서점에 나가 관련 서적들을 읽어봄으로써, 다른 설교자는 이 본문을 어떻게 구성하고 핵심 주제는 무엇으로 정하여 설교했는가를 살펴봅니다.
많은 설교자들이 이처럼 남의 설교를 보고 설교한다는 것에 대하여 옳지 않다거나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교인들에게 더 나은 영의 양식을 공급할 수 있다면, 설교자로서의 자존심 같은 것은 깨끗이 버릴 용의가 있습니다. 제 자신이 무능하고 무지해서 미처 깨닫지 못한 진리와 은혜를 다른 분이 깨달아 가르쳐 준다면, 저는 기꺼이 그것을 받아 설교하여 우리 교우들에게 은혜를 끼치고 싶습니다. 물론 설교자 자신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게으름만 피우다가 남의 설교나 베껴서 읽어 주는 식으로 이 방법을 악용한다면, 이는 실로 큰 문제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교우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보다 나은 양질의 말씀으로 은혜를 공급하겠다는 중심이라면 얼마든지 권장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5. 원고 정리 및 작성
이 단계에서는 전 단계에서 구상하고 정리한 내용들을 토대로 하여, 실제로 강단에서 설교할 때 사용할 원고를 만듭니다. 이 단계에서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은, 설교할 전체 내용을 가급적 아주 간략하게 축약해서 성경책에 삽입할 수 있는 크기의 종이 한 장에다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는 설교 원고를 단순화해서, 설교 도중에 원고를 뒤적거리며 넘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식으로 원고를 축약, 정리하다 보면 원고를 여러 번 다시 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원고 숙지 및 연습
이 단계에서는 정리·요약된 원고를 읽으면서 실제로 설교 연습을 해 봅니다. 이 과정 속에서 원고 내용은 머리에 암기되며, 실제로 말을 하다 보면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면 이미 작성한 원고를 아예 다시 쓰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수정해서 설교가 더 자연스럽게 선포되도록 합니다. 저는 설교자가 원고를 거의 다 암기한 상태에서 강단에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설교자와 청중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져서 설교의 효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TV에서 탤런트들이 한결같이 자기의 대사를 모두 암기, 소화해서 실감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설교자들도 이처럼 설교 내용을 완전히 암기하고 자유자제로 선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저의 보잘것없는 설교 사역에 대해서 기록해 보았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설교자는 먼저 자기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고 말씀을 읽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겸손히 자신을 낮추고 다른 설교자의 설교를 많이 보고 들음으로써 부단히 자신의 성숙을 도모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진리와 은혜를 직접 체험하고 이를 성도들에게 공급해 줌으로써, 자신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사랑하는 성도들에게 보다 풍성한 영의 양식으로 먹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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