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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에 있는 ‘희망찬’교회의 여전도회가 아침부터 분주하다.
27명의 무의탁 어른들과 장애 아동들이 따뜻한 가슴을 맞대고, 한 가족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샬롬의 집’을 방문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제 늦도록 준비한 밑반찬을 가득 싣고 9명의 여전도회 회원의 신나는 외출이 시작된다.

사랑과 희망을 나누어 주는 ‘샬롬의 집’ 천사들‘루디아 여전도회’.
오늘 루디아 여전도회는 만 5년 동안 꾸준히~봉사해오고 있는 샬롬의 집을 방문했다. 봉사란 말보다 오히려 가족을 찾아왔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이곳에 오면서부터 더욱 감사가 차고 넘친다고... 매 순간 순간 감사할 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녀들의 수다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샬롬의 집에 도착한 루디아 회원들은 “금덩이를 캐러 가자”며 서둘러 목욕탕 쪽으로 갔다. 샬롬의 집에서 금덩이를?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쫓아가 보았더니 그것은 다름 아닌 큰 일(?)을 본 바지를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처음에는 냄새도 나고 비위가 상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금덩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가 되었다.
오늘 루디아 회원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몇 대야가 넘게 모아놓은 빨래를 빠는 일이었다.
이미 수년간 숙달된 그녀들이었기에 척척 손발도 잘 맞고, 조직적으로 잘 진행되었다.
처음이라 서투른 신참들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고참(?)들에게 호되게(?) 구박을 받기도 했다. 숙련된 조교의 시범이 있은 후 빨래를 삶고 헹구고, 탈수하고, 널고....
일이 끝나간다 싶더니, 이번엔 원장님이 호미를 쥐어주시며 냉이를 캐오라고 하신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해야 돼요”라며 서둘러 이동을 한다. 여전히 웃음이다.
밭일을 처음 하는 집사님들은 여기서도 구박덩이가 된다. 구박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서 신참들에게 험한 일(?)은 안 시키고 빨래 접는 일 등 쉬운 일만 골라서 시킨다고... 금덩이를 캐는 일은 고참들이 알아서 해준다. 서로서로 웃고 장난도 친다. 몸은 좀 지친 듯싶어도 얼굴엔 웃음이 함박이었다.

5년 전 구리 시청에서 인연을 맺어준 ‘샬롬의 집’. 처음 방문을 하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오겠노라고 했을 때 원장님은 그 말을 믿지 않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서로 믿고 의지하는 한 가족이 되어버렸다. 희망찬교회의 꾸준한 사랑에 감동하신 원장님의 추천으로 루디아와 마리아 여전도회는 경기도지사가 주는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뒤에 와서 끌어안고, 볼에 뽀뽀하고 도망치고, 아이들의 돌발 상황과 애정표현에 놀라기도 했지만, 뿌듯하고, 흐뭇했다고 한다. 친해진 뒤에는 고사리 손으로 편지도 써서주고, 예쁘게 포장해서 초콜릿도 주는 등 애정표현을 곧잘 한다고.

구리시에서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하셨다는 김영분 집사는 “여러 기관의 ‘여성단체’에서 봉사를 할 때는 봉사하는 곳에 가면 우월감도 생기고 그랬는데 신앙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이곳에 오고부터는 오히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뿌듯하고 행복해요. 그저 건강한 육체를 주심에 감사하죠. 특히나 이렇게 봉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우리 아이들을 볼 때면 눈물이 다 난다니까요.”라며 미소 짓는다. 이때 “맞아, 맞아~”하고 맞장구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모두 한 마음인가 보다.
또, 물질로 뭔가 도움을 줄 순 없지만, 몸이 건강해서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삶 자체가 불평불만으로 살았는데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그랬던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힘닿는 한 계속 봉사를 할 생각이라고... 참 따뜻한 마음들이다.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언뜻 보기에 ‘희망찬 교회’에서의 봉사는 루디아 회원들만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전교인이 나서서 함께 사랑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빨래, 청소, 반찬을 해오는 것은 물론 루디아의 몫이고 가장 힘들다는 목욕 담당, 단정하게 머리를 다듬어 주는 미용 담당, 또 때가 되면 씨도 뿌리고, 밭도 메주고, 지붕을 고쳐주는 등 집안 구석구석을 손봐주는 담당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전교인이 나서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만들고 있다.
5년이라면 참 꾸준한 시간이다. 전교인이 나서서 이런 꾸준한 사랑을 나눌 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이런 일꾼들이 있기에 언제나 이 세상은 희망찰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루디아 회원들은 “가진 거라고는 육체뿐이어서 그걸로 봉사를 한다.”고 말하지만, ‘샬롬의 집’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그녀들은 잘 알고 있었다.
언제나 사랑을 주고 도움을 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얻고, 배우고, 가져가는 것이 더 많다는 걸 루디아 회원들은 알고 있다. 그것을 잊지 않는 한 그들의 사랑은 영원할 것이다.

이현주 기자

「월간 크리스차니티」200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