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예레미야 19장 1절부터 20장 6절을 한 단락으로 본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20장을 중심으로 내용을 풀이하려고 한다. 특히 20장 1~6절은 19장 14~15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20장 7~18절의 예레미야의 마지막 탄원(혹은 고백록)은 바로 앞 단락인 20장 1~6절과 직결되어 있다. 즉 예레미야가 착고에 채여 공개적으로 매를 맞고 굴욕적인 대우를 받게 된 계기(렘 20:1~6)는 소위 예레미야의 고백록들이라고 불리는 글들 중 마지막 단원을 위한 역사적인 배경을 제공한다.
따라서 예레미야 19장 14절부터 20장 6절까지의 내용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예레미야는 백성들의 어른들 앞에서 행한 상징적인 행위의 의미(렘 19:1)를 이제는 예루살렘 성전 뜰에서 모든 백성들에게 공포한다(렘 19:14). 예레미야는 도시의 심장부인 성전으로 가서 선포한다. 그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하는데 이러한 멸망선포의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그 목을 곧게 하여 내 말을 듣지 아니함이니라”(렘 19:15).
바스훌은 예레미야의 예언을 듣고 그를 채찍질하고(때리고), 성전 출입문 가운데 있는 베냐민의 문 위에 착고를 채워 가둔다(렘 20:1~2). 이러한 바스훌의 행위는 예레미야의 선포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이지 개인적인 보복은 아니다. 이는 반대자들을 신속하고도 모질게 다루는 공개적이고도 합법적인 절차였다.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의 실체였다. 그러므로 야웨 하나님 자신이 바로 자신의 성전을 공격한다는 주장은 그냥 넘어갈 사항이 아니었을 것이다. 따라서 예레미야는 정치범으로 간주되었고, 제사장 바스훌은 이 예언자를 협박하여 그를 침묵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바스훌은 ‘성전의 총감독(파키드 나기드)’이었다. 그의 직무는 성전과 그 경내에서의 질서를 관장하는 역할이었던 것이 분명하다(참조. 렘 29:26). 그런데 예레미야 자신도 부르심을 받을 때부터 ‘열방의 총감독(파키드)’으로 임명된 바 있다(렘 1:10의 우리 말 성서는 이런 의미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성전의 총감독’이 ‘하나님의 총감독’을 거스려서 행동하게 된 것은 대단히 심각한 아이러니이다. 여기서 처음으로 예레미야가 선지자로 불리고 있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바스훌이 감히 하나님이 보내신 예언자에게 엄청난 짓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다음날 바스훌은 예레미야를 풀어 준다(렘 20:3).
이 때 예레미야는 바스훌의 이름을 “마골-밋사빕”이라고 고쳐 부르는데, 그 의미는 ‘사방의 테러/두려움(Terror on every side)’이다. 예레미야는 온 유다가 바벨론의 공격을 받아 포로로 끌려가고 온갖 귀중한 것들이 탈취를 당하며, 바스훌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포로로 끌려가서 그곳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렘 20:4~6). 4절에서 예언자는 처음으로 포로로 끌려갈 곳을 언급한다. 주전 605년경 바벨론 사람은 갈그미스 전투를 통하여(렘 46:2) 결정적인 권력을 차지하게 된다.
이 때 비로소 바벨론이 고대 근동의 패권국가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스훌은 예레미야가 예언했던 대로(렘 20:6) 주전 597년에 포로로 잡혀갔던 것이 분명하다. 그의 직책이 주전 597년 마아세의 아들 스바냐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렘 29:24, 26, 29). 예레미야는 여기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예언의 직분 때문에 육체적인 고통을 경험한다. 예레미야가 처음으로 예언자로 불리우는 순간 채찍을 맞는다. 그가 지금까지 받았던 위협과 협박이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이제부터 예레미야의 고난은 내부적인 차원에서 외부적인 폭력을 당하는 차원으로 옮겨 간다.
1. 처음으로 채찍에 맞는 예레미야: “이에 바스훌이 예레미야를 때리고”(렘 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