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검찰의 멈출 줄 모르는 비자금 수사와 갈수록 악화되는 여론에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그룹이 부인해왔던 정몽구 회장 부자의 사재 출연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비자금 수사로 악화된 여론을 돌리고 동시에 총수 일가 사법처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보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보유주식을 사회환원하는데 대한 방법이 불투명한데다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마다 돈으로 비난여론을 막으려 한다는 일각의 비판도 거세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계획이 제대로 이행될지 의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 내용=사회공헌계획의 핵심은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 전량 등 1조원 상당의 사재를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이다.
글로비스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31.9%,정 회장이 28.1% 등 정 회장 부자가 6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의 물류회사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정 사장의 후계구도 구축을 위한 자금줄로 인식돼온 글로비스 지분을 내놓으면서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따른 비난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 환원 외에 제시된 '일자리 창출 및 협력사 지원'과 '조직 개편을 통한 투명경영마련'은 현대차그룹의 잘못된 경영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안들이다. 일자리 창출 및 협력사 지원의 경우 올해 초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인하를 단행해 '힘없는 하청업체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난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참여정부에서 전력을 기울이는 양극화 해소의 명분에도 부합한다.
투명경영차원에서 나온 사외이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은 삼성그룹이 사회공헌방안의 하나로 발표했던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구성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총괄본부를 축소하고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황제경영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정 회장의 영향력이 센 그룹내 경영 체질을 바꾸고 수평적 의사결정을 뿌리내리기 위한 시도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배경과 전망=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은 비자금 사태 이후 사회공헌계획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같은 자세를 180도 바꾼 데는 자칫 시간을 질질 끌고 버티기로 나올 경우 경영 정상화조차 장담하지 못할 상황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올들어 환율 급락과 고유가로 그룹의 채산성은 크게 나빠지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9.0%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안팎의 악재 속에서 검찰 수사로 인해 대외신인도나 이미지마저 추락할 경우 향후 국내외 경영 자체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주식의 사회환원을 통한 이미지 제고를 거쳐 글로벌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또 그룹이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 총수 부자 동시 처벌이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겠다는 속셈도 아울러 읽힌다.
문제는 이같은 그룹의 해법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제시되지 않은데다 땜질식 대책이라는 비난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먼저 글로비스 주식을 언제 어떻게 어떤 복지재단에 기부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주가 등락시의 처리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글로비스는 이날 발표 직후 하한가(3만5500원)로 추락,정 회장 부자의 주식가치가 기부하기로 한 1조원에 2000억이상 모자라게 됐다. 현대차그룹측은 주식이 1조원이 안되면 다른 사재를 동원,1조원을 맞추겠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추가동원되는 주식마저 떨어질 상황도 배제할수 없다.
일자리 창출 및 협력업체 지원은 그룹이 글로벌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 입버릇처럼 말해온 해외공장건설 및 원가절감 방안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계획에 대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이다. 2개월전 삼성이 사회공헌계획을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내용의 신선함으로 여론의 지지가 있었지만 론스타에 이어 현대차그룹까지 문제만 터졌다 하면 기부금으로 사태를 덮으려는 태도가 기업의 또다른 모럴 해저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다. 자칫 게도 구럭도 모두 잃을 수 있는 상황에 현대차그룹이 전전긍긍해하고 있다.
국민일보 / 20060419/ 고세욱 기자
너는 뇌물을 받지 말라 뇌물은 밝은 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로운 자의 말을 굽게 하느니라 (출애굽기 23:8 /개역한글)
돈은 문제의 진정한 해결 방법이 아닙니다. 진정한 뉘우침과 회개만이 문제의 해결 방법입니다.
현대차그룹이 검찰의 멈출 줄 모르는 비자금 수사와 갈수록 악화되는 여론에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그룹이 부인해왔던 정몽구 회장 부자의 사재 출연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비자금 수사로 악화된 여론을 돌리고 동시에 총수 일가 사법처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보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