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가 명칭을 변경할 것을 촉구했던 ‘붉은악마’가 지난달 해체를 선언하고 조직을 대규모 축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니 오히려 ‘악마’라는 단어는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 개봉했던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는 오히려 애교로 봐줄 만 하다. 이 코미디 영화의 제목은 까다로운 완벽주의자인 직장 상사 미란다(메릴 스트립)를 ‘악마’에 비유해 표현한 것이었다.

최근 2집을 발표하고 본격적 활동에 들어간 여가수 아이비(Ivy)의 컨셉은 ‘달콤한 악마 여전사’다. 그녀는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마귀춤’을 추며 ‘유혹의 소나타’를 부른다. 마귀춤은 가장 사악하고 악랄한 눈빛으로 기선을 제압한 후 격렬한 손짓으로 상대를 유혹하는 안무가 포인트다.

공중파 드라마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보름 뒤인 오는 21일부터는 KBS 2TV에서 방영될 새 수목드라마의 제목은 ‘마왕’이다. 주인공은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라는 초능력을 가진 도서관 사서 해인(신민아). 사이코메트리란 특정인의 물건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정보를 파악하는 초능력을 뜻한다. 해인은 또 점을 치는데 주로 사용되는 타로카드의 달인으로 설정돼 이를 이용한 신기한 능력을 극중에서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미신적 내용들은 오히려 신선한 소재로 평가받으면서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악마는 더 이상 우리를 유혹하거나 파멸로 이끄는 원수의 자리를 내어 놓은지 오래다. C.S.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나오는 노련한 악마 스크루테이프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노출 경쟁 중인 현 가요계에서 더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는 대중들은 현재 노출없이 등장한 아이비의 ‘마귀춤’에 오히려 신선함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해 장신대 임성빈 교수(문화선교연구원장)는 “이러한 현상이 새로운 것은 아니며, 괴테가 쓴 ‘파우스트’같은 문학 작품에도 악마가 등장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다만 파우스트 등 기존의 작품들에서는 세상의 권력과 유혹을 상징하는 악마가 결국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돈을 위해서, 더 자극적인 유혹을 위해서 마귀까지 활용하자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며 “이생의 자랑과 육신의 정욕을 위해 마귀적인 요소를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단언했다.

이대웅 기자 / 2007.03.06 / 크리스천투데이

깨미동, 미디어 등급제 준수 및 실천 설문조사 발표

‘깨끗한미디어를위한교사운동’(이하 깨미동)이 아동 및 청소년들의 미디어 등급제 준수 및 실천, 의식의 정도 등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부모님 계셔도 혼자 본다’ 25.2%

깨미동이 지난해 12월 수도권 3개교의 초등생 271명과 4개교의 중·고생 233명 등 총 5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공영방송 및 케이블 TV 시청의 경우 ‘부모님과 함께 TV를 보느냐’란 질문에 ‘부모님과 늘 함께’라고 응답한 청소년은 25.2%에 불과했다. ‘부모님 몰래’는 3.0%, ‘부모님 계셔도 혼자 본다’는 응답자는 25.2%에 달했다.

TV 시청 시간대는 밤 10시에서 12시가 3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오후 8-10시 사이(34%)가 가장 많았으며, 오후 10-12시 사이의 늦은 시간대에도 21.5%나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생은 오후 10-12시 사이가 압도적인 49.5%로 가장 많았으며, 자정-새벽2시 사이 심야시간대에도 10%나 됐다.

영화나 비디오 등 영상물을 보게 되는 경로는 초등학생 37.4%가 영화관, 23.4%가 비디오 대여로 나타났으며, 인터넷 무료상영이 9.8%, P2P가 5.3%로 나타났다. 중고생은 영화관이 26.5%, P2P가 26.0%, 인터넷 무료상영이 19.0%로 나타났다. 초등학생보다 중고등학생이 인터넷 무료상영관이나 P2P를 통해서 영상물을 보는 비율이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이용하는 시간대는 주로 방과 후부터 10시까지이며, 중고등학생은 10시 이후에 더 많이 게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하는 장소는 대부분 자신의 집(85.2%)이었으며, 다음은 PC방이었다.

등급제 알고는 있지만 지켜지지 않아

미디어 등급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알고는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등급과 관련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87.8%였으며, 모르는 경우는 12.2%에 불과했다.

특히 응답자 중 83.4%가 TV 시청 중 방송등급에 대해서 알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학교교육(3.6%)과 가정교육(7.3%)을 통해 방송등급을 알게 된 경우는 소수였다.

게임의 경우도 등급 표시가 게임물에 공지되는 사실을 78.4%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초등학생의 23.6%, 중고생의 19.5%는 이용게임에 대해 등급이 표시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게임등급을 알게 된 경로는 80.9%가 ‘게임을 하다가 스스로 알게 됐다’고 했으며, 학교교육은 2.1%, 가정교육은 8.5%로 나타나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을 통한 인지도가 매우 낮게 나타났다.

깨미동은 “구체적인 교육 없이 방송을 통해서만 자연스럽게 등급제도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이 문제”라며 “등급제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등급 준수 안해

미디어 등급의 준수와 관련 TV 방송등급을 제대로 준수한 학생들은 19.8%에 불과했다. 초등학생은 ‘잘 준수한다’가 22.8%, ‘보통이다’ 46.4%, ‘준수하지 않는다’가 30.7%로 드러났다. 중학생은 ‘잘 준수한다’가 16.4%, ‘보통이다’가 28.0%, ‘준수하지 않는다’가 절반이 넘는 55.6%로 나타났다.

영화 및 비디오 등급 준수의 경우도 초등학생은 ‘잘 지킨다’가 43.0%, ‘잘 지키지 않는다’가 14.7%로 나타났다. 중고등학생은 ‘잘 지킨다’가 29.9%, ‘잘 지키지 않는다’가 39.5%로 나타났다(보통이다 응답 제외).

게임등급에 따른 준수는 36.5%만이 지키고 있으며, 이중 초등학생이 46.6%, 중고생은 25.5%만이 등급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깨미동 관계자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방송 및 영화, 게임 등의 등급을 잘 지키지 않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등급분류에 대한 가정교육 및 학교교육이 미흡한 상황에서 등급분류 인지 정도에 비해 ‘실천 정도와 실효성’은 매우 낮아 등급제도가 유명무실한 장치에 불과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등급의 체계화 등 적극적 대안 필요

이에 TV방송의 경우는 우측상단의 등급 표시만으로 그치지 않고, 안내 설명을 병행하거나 V칩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급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자도 자체적으로 도덕적 책임에 따른 자율규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고안하여 운영, 홍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게임의 경우도 청소년들이 실제의 연령보다 과한 게임을 이용하고 있음을 감안해 등급의 체계화가 시급하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셧다운 제도’의 도입, ‘개인 이용 정보의 철저한 확인’ 등이 요구되며, 게임 이용시 등급에 대한 정보가 보다 길게 오랫동안 제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깨미동 관계자는 “가정에서의 적절한 지도를 위해 사업자 자체 기구에 의한 교육적 홍보나 학교 및 지역사회단체의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부모교육의 방안이 필요하다”며 “학교에서의 학생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옥연 기자 / 2007.03.05 / 뉴스미션(구 구굿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