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김치’ 파동에 이어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까지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 사이에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중 음식점에서 내놓는 김치는 이미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가운데 직접 김치를 담가먹겠다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 또 불안감에 구충제를 사기 위해 약국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23일 시중 약국들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 기생충 검출 보도가 나간 이후 구충제를 찾는 손님이 평소보다 20∼50% 가량 증가했다. 서울 노량진 녹십자약국 약사 박병정(37)씨는 “가을철이 기생충약을 많이 찾는 계절이긴 하지만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보도 이후 평소에 비해 구충제 매출이 20%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경기 고양의 유한약국 관계자는 “중국산 김치뿐만 아니라 최근 친환경 야채 등을 먹는 손님이 늘면서 기생충에 감염된 것 같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며 “최근 하루에 20갑 이상 구충제가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가·처가 등 가족을 위해 구충제 10갑을 샀다는 최종진(33·경기 고양시 일산동)씨는 “어릴 때 학교에서 나눠주는 것 말고는 구충제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 보도를 보고 불안해서 가족들을 위해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납김치·민물고기 오염 파동,조류독감 등의 영향으로 손님이 크게 줄어든 식당가는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까지 검출됐다는 소식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설렁탕 전문점 주인은 “국산 배추로 직접 만든 김치를 쓰고 있어 이전에는 김치만 따로 사가는 사람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내놓은 김치에 아예 손도 안대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불안감에 직접 김장을 해 먹겠다는 주부들이 늘자 대형 할인점들은 김장 배추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한편 김장 행사 시기도 경쟁적으로 앞당기고 있다.
경기 분당의 주부 김모(38)씨는 “올해는 친정집과 함께 직접 김장을 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는 농장을 분양받아 배추,상추 등 야채를 직접 길러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접 김치를 담가먹겠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대형 김치 제조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업체는 주요 인쇄 매체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우리 김치’라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고 ‘100% 국산 농산물을 사용한다’는 문구를 담은 스티커를 제품에 붙이는 등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일부 유통업자와 식당을 중심으로 중국산 김치 사재기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어,얄팍한 상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김치 유통업자는 “김치 파동 이후 국산김치 값이 더 올라가면서 국산 김치를 쓰던 식당과 급식업소에서도 중국산 김치를 찾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생충 알 파동으로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금지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중국산 김치를 한꺼번에 사놓으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