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이 멈추자 찬송가도 멈춰
2006-12-12 08:51:59 read : 1641
화면이 멈추자 찬송가도 멈춰
영상예배의 편의주의, 예배시간에 찬송가ㆍ성경책 몰아내
어느 중형교회의 주일 예배 모습. “오늘 모여 찬송함은 형제자매 즐거움 … ” 교인들은 강단 벽면의 스크린에 비쳐지는 가사를 따라 열심히 찬송을 부른다. 그러다 갑자기 스크린이 꺼진다. 그러나 전기는 이상이 없다. 컴퓨터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어, 어”, “뭐야? 뭐?”, 이내 성도석이 소란스러워 진다. 그러자 예배를 인도하던 목사님은 당황해 하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찬송가 387장을 다시 부르겠습니다”며 찬송을 인도한다.
하지만 성도석에서는 찬송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찬송가를 가져오지 않아 가사를 알 수 없어 제대로 따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찬송을 부르던 목사님은 찬송을 중단하고 “제가 가사를 불러드릴 테니 잘 듣고 따라하시기 바랍니다”라며 가사를 불러준다. 그제야 교인들은 찬송을 제대로 부르기 시작한다. 이에 목사님은 찬송이 끝날 때까지 한 소절, 한 소절 가사를 불러 주어야 했다.
‘예배에 집중하게 하고자 함’이 목적
최근 한국교회 강단들은 모습이 달라져 예배당 전면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지 않은 교회가 거의 없다. 예배당이 커서 예배인도자나 설교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대형교회야 그렇다 해도, 소위 2층 교회나 지하실 교회들까지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소위 영상예배(Multi-media worship)라고 하는 것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됐다. 이에 각 교회마다 예배 시에 찬송가는 물론 교독문과 사도신경, 성경본문 등을 모두 화면에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회중들이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고 찬송을 부를 수 있게 하고, 또 손을 자유롭게 해 줌으로써 박수를 치거나 몸을 움직이면서 찬양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예배의 모든 순서들을 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주보로 시선이 뺏기지 않고 예배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예배의 흐름이 끊이지 않고 진행되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 보니 찬송과 성경을 지참하지 않고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수가 하나 둘 늘어 급기야 앞서 본 예에서와 같은 경우를 맞기까지 한다.
찬송가를 펴고, 성경을 찾고 하는 것도 ‘예배행위’
이는 회중들을 예배에 더욱 집중시키고자 했던 의도가 편의주의로 잘못 발전된 결과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풍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회와 교인들에게 편의주의가 만연됨으로 인해 신앙의 본질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신대 예배학 김운용 교수는 “예배에서의 영상 활용은 예배의 흐름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예배 중에 앉고, 일어서고, 찬송가를 펴고, 성경을 찾고 하는 것도 다름 아닌 ‘예배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업주의의 영향으로 오늘날 교회에도 소비자 중심주의가 도입돼, 가장 하나님 중심적이어야 할 예배마저 소비자, 곧 교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편의주의는 이러한 소비자 중심주의의 대표적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예배ㆍ설교학 허정갑 교수는 “이렇게 편의주의를 추구하다보면 교회에 나와서 예배드리는 대신 집에 앉아서 동영상으로 예배에 참여하고, 온라인으로 헌금함으로 ‘할 도리를 다했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찬송가와 성경책 갖고 다니기 운동’같은 동기화 교육 필요
보다 더 하나님 중심의 예배를 위해 의도된 영상 예배가 편의주의의 주범으로 변질된 것은 성도들의 잘못된 인식 탓이므로 바른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꿈이있는교회 하정완 목사는 “현재 교인 중에 찬송가와 성경책을 지참하지 않고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엔 교회 차원에서 ‘찬송가와 성경책 갖고 다니기 운동’과 같은 동기화 교육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운용 교수도 “목회자가 교인들에게 ‘찬송 가사와 성경 본문의 영상 자막처리는 교회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임을 분명히 하고, 찬송가와 성경책을 필히 지참하고 예배에 임하도록 수시로 주지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처치포유넷’ 운영자인 이동형 목사는 “교회 방문자들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교육이 잘 됐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신앙 입문 시부터 예배 시간에 찬송가와 성경책을 지참하는 것이 예배자의 기본임을 철저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