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의 한 주공아파트에 사는 이모씨(여·71)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매월 정부지원금 60여 만원씩 받고 있지만 아들 때문에 제대로 써 본 적이 거의 없다. 정부 지원금이 나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가져가고 순순히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르기 일쑤였다. 2천만 원의 사업비까지 요구하는 아들의 등쌀에 못 이겨 이씨는 결국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찾았다.
동구 율하동에 사는 권 모씨(여·72)는 남편과 사별 후 상속받은 아파트(2억3천여만원)와 500여 평의 토지를 아들에게 강제로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아들은 오랫동안 부양했다는 이유로 재산 양도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권씨는 보호시설에 한 달간 머물다 노인보호기관의 중재로 가족 곁으로 되돌아갔지만, 마음 한 구석에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산다.
최근 들어 경제 문제로 부모를 학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다.
대구시노인학대예방센터가 지난 한 해 동안 접수한 노인학대 건수는 모두 281건으로, 이 가운데 13%인 36건이 경제적 이유로 인한 학대로 분석됐다. 이 같은 수치는 2005년 17건(7%)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들 학대의 대부분은 부모 등 직계존속의 동의 없이 재산을 빼앗으려는 형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권지영 예방센터 실장은 "언어나 신체 학대 등이 주류를 이루던 예전과 달리 부모 소유 재산을 강제로 뺏으려는 등의 경제적 학대가 부쩍 늘었다"며 "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기에 치료까지 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학대예방센터가 학대행위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아들에 의한 학대가 전체 190명 가운데 99명으로 52%를 차지했고, 며느리가 45명(24%)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배우자와 딸에 의한 학대도 각각 22명(12%)과 13명(7%)으로 집계됐다.
최수경 기자 / 2007. 1.13 / 영남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