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변증법의 변화된 의미

독일관념론 이후의 역사철학들 중에서 마르크스주의 역사철학은, 그것이 한편으로는 독일관념론의 정신의 형이상학을 거부하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역사철학을 변증법적 체계로 이해하는 것을 고집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것은 얼핏 보기에는 모순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헤겔의 역사철학은, 헤겔이 절대자를 정신으로 규정하였고 따라서 역사의 실재적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실현하는 개념의 구조를 재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변증법적-논리적 체계로 되었기 때문이다. 실재적 과정의 변증법적 구조는 다만, 그의 본성이, 다만 외화, 소외 그리고 이 소외의 극복을 통과함으로써만 자기자신을 실현하는 것인 그러한 한 원리가 작용하는 곳에서만 나타난다. 그러한 원리는 정신이다. 그러므로 정신의 형이상학이 폐기될 때에는 변증법 체계의 기반이 상실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방금 섦여한 것이 타당하는 어떤 다른 원리를 발전하였으니 그것은 곧 "현실적 인간"이다. 이 현실적 인간은 자기자신을 생산한다. 즉 그는 영원한 성질을 가진 자연적 장비에 근거해서 인간인 것이 아니라 그의 노동에 근거해서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시장에서 교환될 수 있는(즉 외화될 수 있는) 재(財)를 생산함에 의해서만 자기자신을 생산한다. 이 경우에, 노동시장과 상품시장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노동하는 인간이 이 시장의 법칙을 그를 노예화시키는 외적인 힘으로 체험하는(소외) 그러한 종류의 생산관계에로 이끌어 간다. 이러한 생산관계의 혁명적 변혁에 의해서 비로소, 그 안에서는 노동하는 인간이 다른 사람의 부와 다른 사람의 힘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그리고 자기자신에 의해 규정되는 삶을 생산하는 그러한 상태(소외의 극복)가 도달된다.

  따라서 자연적 직접성으로부터 외화와 소외를 거쳐 이러한 것의 극복에로 나아가는 자기 생산과정은 결코 정신만의 특성이 아니라 그에 못지 않게 또한 노동하는 인간의 특질이요 또한 인간이 그의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필연적으로 통과하지 않으면 안될 그러한 사회적 및 경제적 관계의 특질이기도 하다. 이로부터 마르크스는 나아가서, 일체의 정신적인 외화, 그리고 화해는 다만 생산관계의 이러한 변증법적 발전의 "반영"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헤겔조차도 정신적 과정의 변증법적 구조를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먼저 자기자신을생산하는 정신을 "노동으로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b) 역사의 원리와 진행법칙

  그렇게 이해된 역사의 원리는, 자연적 욕구의 충족을 위해서는 상품(財)을 생산해야한다는 필연성과 생산력의 증대를 위해서는 분업과 상품교환에 근거해있는 사회적 관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필연성이라는 이중의 필연성이다. 그러나 분업과 상품교환이 매우 발달하게 되어서, 소비재 뿐만 아니라 생산수단(즉 인력, 농토, 작업도구)도 시장에서 교환되게 되면, 즉각 사회적 관계는 계급대립의 형태를 띄게 되는데, 이 계급대립은 순차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노예제 사회, 봉건주의, 자본주의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형태들에 선행한 것으로서 원시공산주의를 생각할 수 있고, 그것들에 뒤따르는 것으로서 그리고 사회주의라는 예비과정을 거쳐서 최종의 사회형태로서의 공산주의가 생각될 수 있다.

  이리하여 역사과정을 저 시초와 이 종말사이에서 계급대립에 의해 진행되어간다. 이러한 대립은, 그것이 혁명적 대립으로 극단화될 때에, 역사를 움직이는 힘으로 된다. 이러한 것은, 생산관계와 생산력간의 잘못된 관계가 프로레타리아의 비참화에로 이끌어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들의 소외를 강화시킬 때에, 즉각 일어나게 된다. 그러한 혁명적 대립으로부터 그때그때의 새로운 생산관계가 생겨나게 되어, 드디어는 사회주의에 의해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지양된 후에, 공산주의의 계급없는 사회에서 인간의 모든 창조적 힘이 자유롭게 발휘되고 인간 자신을 위해 사용되게 되기에 이르른다.

  c) 역사과정 내에서의 의식의 기능

  의식은 마르크스주의적으로 이해된 역사과정내에서는 무엇보다도 생산력의 역할을 수행한다. 생산수단의 선택과 발전, 분업과 이것의 조직화, 상품교환과 시장의 형태로의 그것의 제도화 등은, 현재 있는 것, 마땅히 있어야 할 것, 그리고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밝혀진 것(즉 현실적인 것, 요구되어지는 것, 사용될 수 있는 것)등에 관한 지식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것의 기준에 관해, 그리고 가능적인 것의 판단에 관해,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러한 불일치의 생성의 근거와 그 결과에 대해 물어질 때에는, 의식의 두번째 기능이 명백히 나타난다.

  "진정한 현실"은 이념인가 물질인가, 또는 행위의 목표가 자연적 욕구의 충족에 있는가 또는 무욕구상태의 도달에 있는가 또는 마지막으로 욕구가 물질적 재물로부터, "녹과 좀이 쓸지 않는" 그러한 재물(정신적 재물)에로 옮겨지는 데에 있는가에 관해서는 논란이 될 수가 있다. 종교와 철학의 역사는 참된 것과 현실적인 것의 기준에 관한, 그리고 선한 것과 합목적적인 것의 기준에 관한 의견 대립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의 차이가 실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이러한 종교적 및 철학적 견해 자체가 역사를 움직이는 요인으로 되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유명한 말에 따르면, "이때껏 세계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해 왔을 따름인" 철학자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또한 실천적인 세계형성의 방식과 정도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사상의 역사형성력에 대한 역사적 경험은, 마르크스주의적 역사철학 내에서는, 보수적 이데올로기와 혁명적 이데올로기의 이론에 의해 해석되어진다.

  왜냐하면 사상이 역사를 형성하는 힘이라는 경험은 마르크스주의적 역사철학 내에서는 설명을 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의식이 다만 그때그때의 욕구와 이해관계를 반영할 따름이라면 그것은 역사의 과정에 아무런 독자적인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영향은, 사고가 단지 욕구에 의해서만 그리고 의욕이 다만 이해관계에 의해서만 동기지워질 뿐만 아니라 그것들은 그에 못지 않게 또한 (근거가 있는 또는 근거가 없는)진리요구에 의해서도 동기지워진다는 데에 의거한다. 이러한 진리요구는 인간으로 하여금, 그들의 욕구와 이익과 심지어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의 생명조차도 "선한 것(좋은 것)"으로 인식되어진 일을 위해 희생하도록 몰아갈 수가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보수적 이데올로기는, 가난한 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궁핍한 처지를 순순히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 동일한 가능성은 또한 혁명적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혁명적 엘리뜨로 하여금 그들의 역사적 사명 앞에서 그들 자신의 개인적 행복을 경시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그 양 경우에 다음과 같은 것이 타당한다. 즉 무엇이 참된 것으로 그리고 현실적인 것으로 간주되는가, 그리고 무엇이 표준으로 그리고 의무로 간주되는가가 그때그때에, 자신의 욕구와 이익의 충족이 "비열한 이기주의"로 선고되는가 또는 "이때까지 억눌려 왔던 권리의 관철"로 시인되는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급대립의 처지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객관적인 권리로서, 그에 반해서 그에 대립하는 상대방의 이익을 단순한 주관적인 욕구로서 표현하는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자기자신의 입장의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그것이 자기자신을 정당한 쪽에 그리고 상대방은 부당한 쪽에 놓음으로써 대립적인 이해관계를 조성하기 때문에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계급적인 적"안에서도, 자기자신은 부당한 처지에 놓여있다고 느끼고 그렇게 함으로써 약화되어지는 그러한 진리와 의무의 기준을 설정하는 한 의식을 산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해관계에 따라 헤아려 볼 때, 그렇게 생각하는 인간은 "허위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예컨대, 자신의 이익에 반해 가진 자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는 소시민이라든가 또는 자신의 시민적인 계급적 이해관계에 반해 이득을 얻고자 노력하는 시민적인 태도의 부당성을 확신하고 있는 이른바 "살롱의 사회주의자"처럼 말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이데올로기가 언제나 그것을 옳다고 여기는 자들의 이익을 반영하지 않고 그 보다는 더욱 흔히 지배계급이나 지배권을 얻게 되는 자들의 이익을 반영한다는 데에 근거해 있다. 그때그때에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는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이다. 혁명적 에데올로기의 등장은 혁명적 계급의 임박한 지배의 증조이다.

  이데올로기가 반드시, 그것을 옳다고 여기는 자들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인간의 경제적 욕구로부터의 인간의 정신의 독립성을 입중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데올로기가 바로 이러한 형식에서 지배자들(또는 곧 지배권을 인수하게 될 자들)의 계급적 이익을 반영한다는 것은, 마르크스주의적 해석의 핵심이고, 이에 의하면 이 경우에도 의식의 경제적 관계에의 의존성이 증명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의식이 스스로 독립적이라고 믿고 있는 바로 그곳에서, 의식은 사실은-다른 사람의 이익으로부터서가 아니라-다만 자기자신의 이익으로부터서만 "독립적"일 뿐이고 바로 그렇게 됨으로써 사회적 의존성을 안정화시킨다. 이러한 연관을 통찰하는 것이 철학적인 이데올로기 비판의 첫번째 작업이다. 이 이데올로기 비판의 두번째작업은 그의 편에서 역사를 형성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의식이, 이때껏 그의 자유를 확보해왔다고 여겼던 바로 그곳에서, 그 자신이 사실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는 수치로운 일은, 사고가 그러한 방식으로 자기자신으로부터 소외되어있는 그러한 현실적 사태를 변경시켜야 한다는 요청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른바 "룸펜프로레타리아"의 기아에 대한 단순한 항의는 "자선금품"에 의해 만족되어질 수 있다. 사고의 소외에 대한 이데올로기 바판적 의식은, 이러한 소외를 다만 끊임없이 재생산할 따름인 실재적 사태의 변경을 요구한다. 이리하여 이데올로기적 소외에 대한 비판은 새로운 세계의 창조를 위한 충동으로 된다.

  d) 마르크스주의 역사철학의 특성

  역사를 절대자가 외화와 소외를 거쳐 자신의 자기실현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설명하는 독일관념론의 근본이해는 그 형식상 마르크스에게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즉 마르크스에 있어서도 역사는 변증법적 과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의 원리는 자아도, 주관과 객관의 무차별적 점도, 또는 정신도 아니고, 생산하는 인간이다. 외화의 근거는, 이제 더 이상 "의식을 위하여"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을 분리시켜야 할 필연성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삶의 보존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재(財)를 생산해야 할 필연성이다. 따라서 소외와 이것의 극복은, 자신에 의해 인식된 대상들 안에서 자기자신을 재인식할 수 있는 의식의 발전에 있어서의 단계가 아니라, 생산과정의 발전단계이다. 이리하여 마르크스주의 역사철학은, 변증법적 체제 내에서, 그것이 변증법적 운동의 근거를 생산과정의 본성 내에서 찾는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의식의 운동의 변증법적 구조는 그 역사철학에 의해서 어떤 때는 생산관계의 발전의 반영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그 발전의 내부에 있어서의 한 부분적 기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