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가 대북 선교정책과 남북 나눔운동을 ‘다양성 속의 일치’라는 측면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기독교통일포럼과 기독교통일학회에 참여하는 북한 전문가 및 신학자들은 최근 열린 북한 관련 포럼 및 학술대회 등에서 “한국 교회가 먼저 이데올로기적인 경직성을 제거할 때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고 내부 갈등과 분열의 차가운 철조망을 걷어낼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퍼주기식 일방적 대북지원과 경쟁심리에 따른 중복투자 내지 비효율성을 극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보다 체계적인 대북 지원 및 정보 공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도홍 기독교통일학회 대표회장은 “어떤 단체가 어떻게 지원을 하는지 최소한의 정보가 우리 안에서 교류되면 대북지원의 엇박자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면서 “한국 교회 안의 경쟁적인 대북 물량 공세와 성과주의를 반드시 청산하고 이데올로기의 벽을 뛰어넘어 남북 나눔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공인교회(봉수교회와 칠골교회)에 대한 인식 변화를 요구했다. 김병로 아세아연합신학대 교수는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신자들이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노동당에 의해 조직적으로 동원됐다고 해서 모두 가짜라고 배척해서는 안된다”며 “봉수교회에는 최소 20명 이상이 선대 신앙인들의 후손인 소위 그루터기 신앙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칠골교회의 경우 장로 3명,권사 1명,집사 3명 등은 그루터기 신앙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환 북한선교연구소장은 “북한에 대한 감상적인 접근은 지양하고 북한 체제 안에서 북한 기독교를 이해하는 일종의 내부자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보수와 진보 진영의 통일·선교정책을 하나로 묶어 남남갈등을 극복,진정한 화해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이 개발 NGO라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지역단위 맞춤정책’을 제안했다. 즉 지역적 지리적으로 비슷한 정서를 갖고 있는 북한의 행정도시와 남한의 행정도시를 묶어 서로 필요를 공급해주고 교환식 물적·인적교류를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통일 지상주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은 “남북통일은 ‘십자군적인 대립’이 아닌 ‘십자가적인 사랑’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통일은 머리로가 아닌 가슴으로,이성이 아닌 감성,즉 눈물로 이루어진다”고 ‘용서를 기반으로 한 통일론’을 역설했다. 한화룡 백석대 교수와 김영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등은 “북한 주민과 북한 정권을 분리시켜 지원책을 모색하고 인권 제기 등 통일과정을 더 중시해야 한다”며 “민주와 자유주의적 통일 추구,이념을 뛰어넘는 복음의 정신 선포,지속적인 지하교회 후원과 물자 지원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와 임헌만 국제신학대학원대 교수 등은 “남북간 사회·심리적 통합을 이루고 평화정착을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성경적 사회 건설과 공동체주의가 한국 교회의 통일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균형적인 인식과 하나님 중심적인 사고,미래지향적인 논리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