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부활 -이탈리아 - 원근법 -해부학 -회화 -북유럽- 동판화 -16세기 르네상스의 균형과 조화 -이탈리아 - 미켈란젤로 -레오나드로 다 빈치 - 라파엘로-베니스 - 북유럽

어두웠던 중세, 신의 세계만을 보았던 인간들이 눈을 주변 현실로 돌리자 세상은 의문으로 가득한 신비의 세계로 다가왔고, 주변 세계를 알려고 하는 다양한 지적 욕구는 새로운 발견들로 이어졌다. 르네상스의 특징은 이처럼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또 교회 중심에서 도시 중심의 시민 문화로 바뀐 곳에 있다. 이제 르네상스기의 미술은 어떠했나 알아보기로 하다.

고전의 부활

15세기 유럽은 중세에서 벗어나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게 되는데, '부활' , '재현'이라는 의미를 가진 르네상스는 16세기 이탈리아의 미술사가였던 바사리의 레나시타에서 유래하였다. 바사리는 게르만족의 하나인 고트메 의해 멸망한 고대 그리스, 로마의 미술을 다시 부활시켜 야만적이고 기괴한 고딕 미술을 추방한 것이 14All기부터 시작된 이탈리아의 미술이라고 하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이탈리아였다. 그 중 가장 발달한 곳은 피렌체였다. 이 도시는 지중해의 해상권을 장악한 이탈리아 도시들은 서유럽과 근동 지방의 중계 무역을 통해 번성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피렌체 사람들에게 고대 세계는 커다란 매력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을 옛날 로마는 세계의 중심이었는데 야만적이 게르만족의 침입과 약탈로 로마와 영광이 기울게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자신들이 위대한 로마의 후손이라고 자각한 이탈리아인들은 그 영광된 과거를 부활시키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5세기 번영의 절정에 달했던 피렌체는 희망과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적은 시대의 공기로 충만하였다 신흥 상공업세력인 메티치가는 문예의 보호와 육성에 많은 힘을 껐고, 일반 시민들 역시 학문 연구와 예술의 장려에 존경과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원근법

르네상스 양식이라는 새로운 경향을 확립한 사람은 건축가 브르넬레스키였는데, 그의 위대한 업적이란'원근법 '의 발견이었다 원근법이 등장한 이후 화가들은 이 놀라운 방식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다 빈치의 '마기의 경배를 위한 원근법 연습'에서 보듯이 당시 이탈리아의 화가들이 사용한 원근법은 단순히 거리에 따라 크기가 작아지는 경험적 원근법이 아니라 철저히 수학적으로 계산된 원근법이었다. 당시에 원근법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가는 유명한 건축가이자 미학자였던 알베르티는 '원근법을 모르면 그림을 그리지도 말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또 우첼로와 같은 화가는 원근법의 연습에 너무나 정신이 팔려 밤낮으로 원근법을 연구할 정도였다. 우첼로는 잠자리에 들자는 아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원근법은 얼마나 매력적인가!'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원근법을 회화에 적용시킨 최초의 화가는 26세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화가 마사치오였다. 그의 '성삼위일체 '라는 작품에 당시 피렌체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가 그린 인물은 벽이나 패널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조각과 같이 3차원의 공간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사치오의 위대함이란 편평한 2차원의 화면에 원근법을 이용하여 3차원의 공간을 만든데 있었다.

해부학

고대의 재발견이 르네상스의 목표였지만 르네상스가 단순히 고대의 모방자는 아니었다. 고딕 후기의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현실을 표현하는 일이 르네상스의 목표였다. 마사치오가 르네상스를 개척했다면 조각의 르네상스는 도타텔로에 의해 개척되었다. 도타텔로의 '성 게오르기우스'를 보자면, 그것은 매우 사실적이며 활력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는데, 도나텔로의 조각은 핏기 없는 그리스 로마의 조각과는 달리 활발하고 발랄한 생명감을 지니고 있다 이 생명감이 르네상스 조각의 새로움이었다. 특히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꿈틀거리는 르네상스의 조각들의 눈이나 눈썹, 손등의 세부 묘사는 고전 조각들과는 전혀 달랐는데, 완벽하고 생동감 넘치는 인체의 표현은 해부학의 지식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다. 육체에 대한 탐구와 관심은 천여년 동안 눌려 있었던 인체의 관능미를 부활 시켰는데, 인체를 사악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부학적 지식도 없었던 중세에는 '다비드'와 같은 관능미 넘치는 작품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을 정도였다.

이 시기에 도나텔로만큼 혁실적이지 않았지만 기베르티 라는 걸출한 조각가가 있었는데 '야곱과 이삭의 이야기 '에서 보여 주듯이 기베르티는 완벽한 원근법과 해부학적 지식을 이용하여 사실감 넘치는 작품들을 제작하였다.

회화

15세기에도 종교화는 여전히 유행했지만, 회화는 교회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 이전과는 달리 종교화는 단순히 신학 교리를 전달하기 위한 설명화가 아니었다 화면에 그려진 인물들은 그 시대의 사람들이었고,

그림의 내용은 그 시대의 이야기였다. 사실적 묘사와 함께 투시 원근법과 해부학이 모든 회화에 적용되어 그림의 구체성을 한층 강화시켰다. 성 야곱이 기적을 행하는 순간, 기적에 감동한 사람들이 성 야고보에게로 막 접근하고 로마 병사들이 이를 말리는 모습을 그린 만테냐의 '처형장으로 가는 성 야고보'를 보면, 초기 르네상스 화가들이 어떻게 그림에 접근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만테냐는 우선 해부학에 의해 인체를 그린 후 사건이 벌어진 시대에 맞게 옷이나 칼, 투구를 그려 넣었는데, 르네상스의 화가들은 단순히 묘사력만 갖추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원근법과 해부학, 그 이외에 고고학까지도 연구하였다 하나의 대상을 사실적으로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원근법과 해부학이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 만병 통치약은 아니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다 보면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원근법과 해부학에 입각하여 그림을 그리다 보니 중세 미술에서 보는 자유스러운 구성이 희생되었다. 보티첼리는 이점을 간파하였는데, 그의 그림에서는 다른 르네상스 미술가들의 그림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비너스의 탄생 '을 보면, 비너스의 목은 비정상적으로 길고 어깨는 가파르게 쳐져 있으며 왼쪽 팔도 이상스럽게 붙어 있는 등 해부학적으로는 맞지 않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티첼리의 비너스는 매우 아름답게 보이는데, 만약 보티첼리가 인체를 철저히 해부학적인 원리에 따라 그렸다면 이와 같은 아름다운 인체의 선은 살리지 못하였을 것이다. 우아하고 유려한 미를 살리기 위해 보티첼리는 현실의 법칙이 아닌 화면의 법칙에 따랐던 것이다

도미니크 수도회의 수도사였던 안젤리코도 화면에 원근법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인체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하여 그리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그의 '수태고지'는 보는 사람들에게 성스러운 종교적 이야기를 아름답게 전달하고 있다 물론 이 시기의 대부분의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화면에 그리기 위하여 르네상스의 위대한 발견인 원근법과 해부학을 열심히 반복, 연습하였다.

I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최대 업적은 뭐니뭐니 해도 원근법의 발명이었다. 원근법이란 '나'라는 주체에 의해 '사물'이라는 객체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객관에 대한 주관의 우위는 '산 마리노의 대승'과 같은 역사화의 성립을 가능케 했다.

북유럽

15세기의 새로운 변화는 이탈리아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유럽을 남북으로 가르는 알프스의 이북에서도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기운이 중세의 겨울을 녹여 내리고 있었다 당시 북유럽은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특히 우리에게 낯익은 플랑드르 지방은 오늘날의 벨기에와 네덜란드, 그리고 북 프랑스의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이었다.

르네상스의 커다란 특징은 휴머니즘과 자연 관찰에 의한 현실의 재발견이었다. 피렌체에서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 고대 세계의 재인식에서 출발한 반면에, 플랑드르의 르네상스는 자기 주변의 생활에 대한 관찰로부터 출발하였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는 사실적이지만 이상적인 모습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플랑드르는 이탈리아와 달랐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현실 생활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묘사하였다. 그러한 경향은 이 지역의 자연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는데, 플랑드르 지역의 주민들은 좋지 못한 자연 환경 때문에 생활고가 심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자연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 자연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이러한 생활습관이 북유럽의 사실주의 미술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14세기 이 지역의 미술은 섬세하고 세련된 국제 고딕 미술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는데, 이후 플랑드르 화가들은 국제 고딕 미술의 특징에 서민성을 가미하여 새로운 미술을 구축하여 갔다. 초기 플랑드르 회화의 거장은 '플라메르의 화가'라고 불린 이름을 알 수 없는 화가였는데, 그가 그린 '수태고지 '를 보면 국제 고딕미술의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여러 면에서 국제고딕과는 달랐는데 이 그림은 이탈리아 미술에 비해 원근법적 통일감은 떨어지지만 색채의 표현은 놀랄 만큼 사실적이고 감각적이다. 플라메르의 화가는 혁신적인 업적을 남겼는데 그것은 바로 전통적인 기독교 미술의 상징체계를 현실적인 상징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정이다. 플라메르의 화가는 성경에 나오는 전통적인 상징 대신 현실의 생생한 상징을 사용하였다. 전통적인 기독교의 상징이란 성령은 비둘기나 혀의 모양으로, 세례는 물로, 고난은 가시나 불 등으로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태고지'에서는 백합은 성모의 순결성을, 흰 수건은 성모의 깨끗함을 상징한다. 플라메르의 화가는 철저히 현실에 기반을 둔 상징을 이용하여 실감나는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IS세기 플랑드르 미술의 최고 거장은 얀 반 아이크였다. 그의 '결혼식 초상화'를 보면 그도 플라메르의 화가처럼 현실적인 상징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샹들리에의 촛불은 그리스도를, 발 아래의 강아지는 충성을, 창문 옆의 사과는 에덴 동산에서 저지른 인간의 원죄를, 성스러운 결혼식이 열리는 이 방은 성소를 각각 상징하고 있다. 57k83cm 크기의 이 조그마한 그림에서 결혼식을 행하는 두 사람과 그들을 그리고 있는 화가를 비추고 있는 거울이나 터럭 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된 강아지를 보면 반 아이크의 묘사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알 수 있다. 반 아이크의 그림이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뛰어난 묘사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반 아이크 이전의 미술에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그는 현실을 철저히 관찰하며 치밀하게 그림을 그렸다. '그리스도의 책형'이라는 반 아이크의 그림에서 그리스도 뒤로 보이는 산을 자세히 보자면, 그는 멀리 보이는 산을 푸르스름하게 표현함으로써 거리감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는데, 바로 이 공기 원근법을 이용하여 그런 효과를 창출하였던 것이다.

공기 원근법이란 뛰어난 현실관찰 없이는 발견할 수 없는 방법인데, 대기는 수증기와 먼지로 가득 차 있고 수증기와 먼지에 빌 입자가 부딪히면 빛의 난반사가 일어나는데 그 결과 먼 곳에 있는 물체의 형태가 흐릿하게 보이게 되는 효과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발견이었다고 한다 반 아이크는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크기만 작게 그린 것이 아니라 빛과 색채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이탈리아 미술과는 다른 북유럽 르네상스 미술을 확립하였던 것이다.

이탈리아 미술가들은 원근법과 해부학으로 뼈대를 세우고 화면을 처리하였는데, 반면에 반 아이크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였다 반 아이크는 해부학에 맞춰 뼈대를 세우는 이탈리아 화가들과 달리, 한 사물을 끈질기게 그린다음 다른 사물을 그려 나갔는데 전체적으로 근형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철저한 사물 묘사가 가능하였는가에 대한 답변은 '유화'라는 재료의 개발이었다.

반 아이크는 유화의 창시자로도 유명한데, 이전의 작가들은 주로 템페라 라는 밝고 투명한 막으로 그림에 생기를 주는 특징 때문에 중세 시대부터 패널화에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반 아이크는 이 템페라에 불만이 많았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템페라는 빨리 마르고 부드러운 묘사에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반 아이크는 계란 노른자 대신 기름을 사용하였는데 안료를 기름에 녹여 사용하니 마르는 속도가 느려지고 붓 놀림이 자유로워져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물을 묘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잘못된 곳의 수정도 자유로와져 훨씬 정확하게 사물을 묘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5세기 대다수의 북유럽 미술가들은 비츠의 '물위를 걷는 그리스도'와 같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고 노력하였다. 이 그림은 성경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그 배경은 제네바의 호수였고,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이상화된 인물이 아닌 당시 주변에서 살아가는 어부들이었다. 그런데 북유럽의 화가들은 자신들의 그림에 불만이 많았다. 사실적으로 열심히 그렸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그림은 이탈리아 미술과는 달리 우아하지도 유려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 이유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자연에는 보티첼리의 그림에서 보는 유려한 윤곽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아하고 유려한 선은 화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보티첼리가 사실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의도적으로 어깨선이나 목선을 왜곡시켰던 이유는 바로 우아하고 유려한 이상의 미를 살리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동판화

15세기 중엽 독일에서는 혁명적인 미술기법이 발명되었는데 그것은 판화였다. 성인들의 모습과 기도문이

찍힌 목판화는 싼값에 대중들에게 널리 배포되었다. 그런데 목판화에는 문제가 있었다. 목판화는 거친 감성표현에는 유리하지만 세밀한 표현이 어렵다는 약점이 있었다. 북유럽 미술가들은 그 치밀한 성격에 맞게 주변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요구에 부합되는 것이 동판화였다. 이 기법의 대가는 숀 가우어 였다.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을 보면 그의 작품은 너무나 세밀하여 확대경을 이용해야만 보일 정도였다. 동판화의 발명은 미술의 발전과 전개에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동판화의 발명으로 미술가들은 다른 지역 미술가들의 구성과 착상을 알 수 있었고 그것을 견본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이 통신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그 당시에 대가들의 작품을 직접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복제된 판화를 보고 그림의 착상과 구성을 알 수 있었다. 인쇄술의 발명은 르네상스의 확실한 승리를 보장해주었는데, 수없이 복제된 이탈리아 르네상스 대가들의 그림들은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가 북유럽 중세 미술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16세기 르네상스의 균형과 조화

이탈리아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16세기초반이 되면 그 정점에 도달한다. 16세기가 되면 피렌체가 서서히 쇠퇴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고 로마와 베니스가 새로운 미술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된다. 교황 율리우스 2세와 레오 10세는 로마를 고전시기의 아테네로 만들기를 원했다 로마의 재건을 위해 그들은 이탈리아 각지에 있는 유능한 학자들과 예술가들을 로마로 초청했다. 고대의 재현을 원했던 로마 교황청의 영향으로 16세기 로마에서는 고대 취미, 이교 취미가 성행하였다.

르네상스는 개인의 능력을 존중하는 사회였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충만하였다. 그 결과 중세의 봉건 체제 아래에서 억눌려 있던 개인의 힘과 지성은 크게 발전하였다. 르네상스인들은 되도록 많은 것, 온갖 것에 대해 알기를 원했고 만능인이 되길 원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때문에 다 빈치 ,미켈란젤로, 브라만테 등 유난히 많은 만능 천재들이 이 시기에 배출된다

미켈란젤로

16세기의 조각은 미켈란젤로의 시대였다. 그는 이 시대 조각의 상징이었다. 물론 나름대로 개성을 지닌 작가들이 있었지만 미켈란젤로가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는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의 대표작인 '다비드'를 보면,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크기도 엄청났지만 굉장한 힘을 내포하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 긴장감을 주었다. 헬레니즘 조각상에 나타난 건장한 육체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미켈란젤로 조각의 특징은 영웅적 스케일과 근육의 힘, 그리고 인체의 아름다움에 있었다. 10년 후에 만들어진 '모세상'에서도 그러한 그의 특징들은 계속되었다

미켈란젤로는 단순한 조각가가 아니었다. 그는 조각가이면서 동시에 건축가였고 화가였고 시인이었다. 그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를 보자면, 이 벽화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요청을 받고 4년간에 걸쳐 제작된 그림인데, 그는 줄곧 누운 상태로 이 벽화를 그려 나중에는 목이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장엄한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그의 그림은 인간적 차원을 넘어선 천재의 그림으로 여겨졌다. 그림의 일부인 '아담의 창조'를 보게 되면, 미켈란젤로 이전에 생명의 창조를 이처럼 감동적으로 그려낸 화가는 없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미켈란젤로의 명성은 점점 높아만 갔고, 왕이나 교황들은 경쟁적으로 그의 솜씨를 빌리고자 하였다. 그러나 말년에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내면 속으로 깊숙이 은거하기 시작했고 혹시 미술을 하는 일이 죄스러운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 속에서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미켈란젤로를 존경하기는 했지만, 거침없이 내뱉는 그의 성격을 두려워했는데 , 그러나 한편으로 그의 그러한 행동은 미술가의 사회적 위치가 당시 엄청나게 상승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레오나드로 다 빈치

16세기 르네상스 회화의 최고 거장은 다 빈치였다. 그는 르네상스가 낳은 불세출의 천재였다. 이 천재는 자기의 눈으로 확인한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주변의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았는데 해부학, 생리학, 역학, 기계 등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였고, 자연히 그림 그리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얻은 모든 지식을 미술에 활용하였다 그는 회화를 과학적 토대 위에 올려놓고자 했는데, 미술가는 비천한 육체 노동자가 아니라 품위 있는 정신 노동자라고 굳게 믿은 그는 당시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는 미술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과학이며, 회화는 현실의 세계를 옮겨놓은 또 하나의 세계라고 주장했다. 다 빈치는 미술이 과학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는 현실의 법칙인 해부학과 원근법, 색채학, 역학 등을 열심히 연구하였다.

'모나리자'를 보자면,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미술을 이야기 할 때 들먹일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 바로 이 것이며, 루브르 미술관의 방탄유리로 보관되어 있는 '모나리자'는 너무나 유명하여 미술관을 방문한 사람들은 누구나 이 그림 앞에서 사진 찍기를 원해서 평소에도 제대로 볼 수가 없을 정도이다. 도대체 모나리자는 왜 그토록 유명한 것일까? 모나리자가 유명한 이유는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볼 때마다 표정이 바뀐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단순한 그림 속의 인물이 아니라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주게 된다 모나리자의 신비는 바로 '살아 있음'에 있고 그 비밀은 모나리자의 눈과 입의 표현에 있었다.

다 빈치는 미술가 이전에 과학자였는데 그는 반 아이크와 같이 공기 원근법에 대해 정통해 있었다. 그는 예리한 자연 관찰을 통해대기 속의 수분과 먼지가 빛을 난반사시켜 멀리 있는 물체의 윤곽선이 흐릿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반 아이크는 공기 원근법의 원리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다빈치는 과학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이 공기 원근법의 원리를 자신의 작품에 응용했는데, 이 방법을 특히 '스푸마토'라고 불렀다. 스푸마토란 '연기와 같은'이란 이탈리아어였다. 굴뚝을 통해 연기가 공기로 퍼져나가면서 얼마 후 연기는 공기 속으로 퍼져나가면서 연기와 공기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이 원리가 바로 스푸마토의 핵심이다.

다 빈치는 사물과 사물의 경계에서는 윤곽선을 문질러 흐릿하게 처리하였다. 모나리자는 이러한 스푸마토의 원리를 적용하여 그려졌다. 모자의 눈과 입, 손등을 보면 경계가 분명하지가 않은 데, 그 결과 빛이 비추는 각도나 빛의 강약에 모나리자의 눈과 입술의 윤곽선의 위치가 달라진다. 볼 때마다 모나리자의 얼굴이 달라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는 윤곽선을 명확히 그리지 않고 보는 사람의 머리 속에서 윤곽선이 그려지게 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그림을 볼때의 전시장의 조건과 보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모나리자의 얼굴은 수시로 달라져 보인다. 이것이 모나리자의 비밀이었다. 그는 치밀한 묘사력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담는 방법도 알았던 천재 중의천재로 일컬어진다.

'최후의 만찬'은 다 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리기 수 년 전에 그렸던 대표작인데, 여기에서 그는 원근법과 해부학, 스푸마토를 이용하여 '최후의 만찬'이라는 극적인 장면을 실감나게 살려 내었다. 이태리 르네상스는 있는 그대로를 끈기 있게 사실적으로 그리는 북유럽 미술과는 달리 완전성이라는 이상주의를 목표로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완전한 것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플라톤의 말처럼 완전성이란이데아의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르네상스의 미술가들은 현실을 토대로 완전하다고 생각되는 이상적인 얼굴과 몸매를 그렸다. '모나리자'역시 현실을 토대로 그렸지만 이상화된 인물상이었다. 오늘날 그 모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모르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한다.

라파엘로

르네상스 미술의 3대 화가는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그리고 라파엘로였다. 라파엘로는 르네상스의 목표인 조화와 균형을 아름답게 구현하였다. 미켈란젤로에 의해 키워진 귀족문화는 16세기에 들어서자 교황을 중심으로 호사스럽게 변해갔다. 라파엘로는 이 시기의 궁정 취미, 귀족 취미에 잘 합치되었던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다 빈치의 지식도, 미켈란젤로의 힘도 없었다. 그러나 두 천재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던 반면에 그는 부드러운 성격으로 후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자연과 닮게 그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고전의 작가들과는 달리 라파엘로는 이상적인 미의 전형을 만들어 내었는데, 특히 그가 전형화한 '성 모자상'은 교회로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였다. 미를 이상화하고자 할 때 자칫 도식화될 위험성이 있는데, 라파엘로의 위대성은 바로 이러한 이상화에도 불구하고 생명감을 잃지 않았다는데 있다고 한다.

베니스

로마에서 다 빈치 ,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명성을 날리고 있을 때 부유한 상업도시인 베니스에서도 대가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베니스는 다른 도시들보다 늦게 르네상스 양식을 받아 들였는데 그러나 르네상스 양식이 일단 도입되고 나자 경쾌하고 화려하고 따뜻함을 갖춘 베니스의 양식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피렌체와 로마를 중심으로 한 르네상스 미술은 원근법에 기반으로 해부학적으로 형태를 그린 후 그 위에 색채가 칠해졌고 색채는 형태의 부속물 정도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베니스의 회화는 달랐다. 색채는 형태의부속물이 아니라 색채는 형태에 비견될 정도로 중요했다. 베니스 미술의 특징은 색채의 윤택함과 풍부함에 있었다 최초의 베니스의 대가는 지오르지오네였다. 그는 색채의 영역에서 혁명적인 업적을 이룩하였다. 그의 작품은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르네상스 미술과는 달랐다 '형장으로 가는 성 야고보'에서 보이듯, 만테냐는 먼저 해부학적으로 인물을 그린 후, 의복과 배경공간을 그렸음에 반해, 지오르지오네는 처음부터 인물과 배경,의복을 구분하여 그리지 않았다 '폭풍우'라는 작품을 보게 되면, 풍만한 빛과 대기로 가득 찬 그의 그림에서는 인물과 배경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지오르지오네는 요절하여 많은 작품들을 남기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그는 원근법의 발명에 걸 맞는 회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는데, 그게 바로 색채였던 것이다. 그의 혁명적인 업적은 회화라는 것이 데생에 색채를 부가하는 것이 아니라 데생과 색채는 하나로 이루어져 있고,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었다 그의 친구였던 티치아노는 지오르 지오네의 방법을 물려받았다.

티치아노는 밝고 호화스러운 색채의 대가였다. 그의 색채 다루는 솜씨는 미켈란젤로의 소묘 실력과 필적할 정도였다고 한다.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가 바닥에 떨어진 그의 붓을 집어줄 정도로 티치아노는 유명했다. 그는 색채의 힘을 인식한 화가였다. 색채에 대한 자신감으로 티치아노는 전통적인 구도의 원칙을 무시하기도 하였다.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보듯 르네상스 미술은 주제를 증심으로 내용을 좌우대칭으로 안정되게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페사로 마돈나'에서 티치아노는 주제를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하여 대각선의 동적 구도를 만들어내었다 이러한 방법은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티치아노는 왼쪽의 붉은 깃발을 이용해 교묘히 그림의 균형을 잡았다. 그는 색채의 힘을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뛰어난 색채 감각은 어떠한 구도도 능히 소화해 낼 수 있었다.

16세기초 이태리의 회화는 그 정점에 도달해 있었다. 르네상스의 대가들은 완벽한 소묘 실력을 지니고있어 그리지 못할 주제가 없을 정도였다 그들 거장들의 실력은 너무나 대단해서 제자들은 도저히 그들을 능가할 수가 없었다. 사실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은 제자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위대한 천재들이었다. 16세기말 사람들은 '미술의 발전은 이제 정체된 것이 아닐까?'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 같은 이유로 심각한 정신적 혼란에 시달렸던 당시의 몇몇 젊은 미술가들은 르네상스 미술의 이상인 '조화와 균형'을 거부했다. 그들은 반 고전주의를 지향하기 시작하게 된다 젊은 미술가들은 완벽한 조화를 추구했던 르네상스의 고전주의를 포기하고 파르미지아니노의 '자화상'과 같이 마치 어안 렌즈식으로 형태를 왜곡하거나 '긴 목의 성모」와 같이 신체를 지나치게 길게 그려 부자연스럽고, 신기한 효과를 기도하였다 16세기 이러한 미술 경향을 매너리즘이 라고 부른다.

매너리즘의 대가는 틴토렛토였다. 그도 티치아노의 작품이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티치아노의 작품은 감동이 부족하였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는 충격적이고 극적인 그림을 보여 주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그는 감미로운 색채의 아름다움을 희생시켰다. 틴토렛토의 '최후의 만찬'이라는 작품을 보면, 빛과 그림자의 거친 대조를 통해 최후의 만찬이라는 사건의 극적인 효과를 높였고, 대각선 구도를 이용하여 깊이있는 공간감을 창출하였다 또 그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이전 미술가들과는 달리 화면을 매끄럽게 다듬지 않고 거친 상태로 내버려 두었다. 거친 화면으로 그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종종 미완성의 그림으로 오인 받기도 하였다.

매너리즘의 기법을 가장 끝까지 밀고 나간 대가는 그리스 출신의 엘 그레코였다 그는 사실적인 형태와 색채를 대담하게 무시했고 감동적이고 극적인 장면을 창조해냈다. '라오콘'에서 보이듯, 그는 원근법이나 해부학에 구애됨이 없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중세 미술가와 같이 단지 원하는 이야기를 참신하고 감동적으로 전달하기를 원했다. 고향 그리스를 떠나 베네치아에서 얼마동안 활동했던 그는 사실적이고 정확한 그림을 요구하는 이탈리아 비평가들에게 호되게 시달리기도 하였다. 더 이상 이탈리아에서 작품활동을 할 수 없었던 그는 스페인으로 건너 가 정착하였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와는 달리 스페인에서 그는 대가로 인정 받았다. 스페인에서 그는 항상 그림 주문이 밀려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당시 중세적 관념이 많이 남아 있던 스페인에서의 그림에 대한 평가는 원근법과 해부학의 완벽한 적용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감동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에 있었다.

북유럽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뜨거운 기운은 알프스를 넘어 북유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북유럽 미술가들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들의 업적을 눈여겨보았다. 그들이 특히 눈 여겨 덜 것은 원근법과 해부학이었다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을 접하자 북유럽 미술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구식그림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북유럽에선 피터 브뤼겔이라는 아주 특별한 작가가 있었는데 그는 반 아이크 이래로 세워진 북유럽의 견고한 전통과 현실의 기반 위에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현하였다.

그가 주로 다루었던 주제는 북유럽의 환상적인 자연과 농민의 생활이었다. 풍속화의 대가였던 브뤼겔은 단순히 북유럽의 자연과 농민의 생활을 그려내는데 머무르지 않았다. '거지들'에서 보듯 그는 근대적 휴머니즘에 입각한 사회 비판적인 작품까지도 그려냈다.

그는 풍속화라는 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는데, 이 시기에 풍속화가 유행한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16세기 중반 북유럽 미술은 절박한 위치에 처해 있었는데 바로 종교개혁 때문이었다. 당시 북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신교를 믿고 있었다. 그들은 8세기 비잔틴에서 있었던 성상 파괴 운동과 같이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기독교 계율에 따라 제단화의 제작을 금지시켰다.

당시 미술가들에게 제단화의 금지는 대재앙이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가 하면 16세기 독일의 가장 위대한 초상화가 홀바인 조차도 생활이 안 될 지경이었다. 홀바인의 재주를 아깝게 여긴 에라스무스는 '이 곳의 미술은 얼어붙어 있다. 부디 이 재능 있는 미술가를 등용해 달라'는 추천서를 영국 궁정으로 써줄 정도였다. 더 이상 종교화를 그릴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 때문에 네덜란드의 미술가들은 프로테스탄트가 반대하지 않는 풍속화를 전문화하였던 것이다.

16세기 독일 최대의 화가는 알브레히트 뒤러였다. 북유럽 미술의 후예답게 뒤러는 사물 하나까지도 인내심을 갖고 그려내었다. 그러나 아무리 사실적으로 묘사해내려 해도 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이 지닌

미적 매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 뒤러는 르네상스 미술의 이상미에 주목하였다. '아담과 이브'는 뒤러가 이상미의 원칙에 입각하여 그린 최초의 그림이었다 이 그림에서 그는 미와 조화에 대한 그의 이념을 구현하였다.

그러나 북유럽에는 이탈리아와는 달리 조화와 균형에 대한 전통이 없었다. 그 결과 '아담과 이브'는 과도하게 길고 넓게 왜곡이 되었다. 이 그림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만족할 수가 없었던 그는 미술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한편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대한 비밀을 캐내기 위해 베니스를 여행하였다. 뒤러가 이탈리아 거장들의 작품들을 연구하고 돌아왔을 때 그는 이탈리아에서 습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법적인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는 이탈리아와 플랑드르의 장점들을 취득함과 동시에 독일의 민족적 특징들을 힘차고 확실한 선으로 그려냈다. 뒤러는 남유럽의 이상을 북유럽에 이식시키는데 성공한 최초의 북유럽 미술가였다.

한편, 이 시기의 독일에는 뒤러에 비견될 만한 화가가 있었는데, 그뤼네발트가 바로 그였다. 당시 독일의 모든 미술가들은 원근법과 해부학이라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대발견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뤼네발트는 다른 방법을 채택하였는데, 그는 중세 미술가처럼 종교적 진리를 감동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원근법과 해부학이라는 근대의 표현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대표작인 '그리스도의 책형'을 보면, 그리스도의 고통을 뼛속 깊이 스며들도록 표현하고자 온갖 노력을 다 하였다. 그는 르네상스 미술이 이룩했던 이상미나 원근법, 해부학등을 무시했다. 그는 중세 미술가와 같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그렸다 그러나 결과는 아주 훌륭하였는데, 이로써 그는 꼭 새로운 기법을 받아들여야만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16세기 독일의 대표적인 미술가로는 홀바인이 있다. 뒤러는 선과 형태를 위주로 그림을 그린 반면 '런던의 독일상인, 게오르그 기체 '에서 보이듯 홀바인은 풍부한 색채를 위주로 그림을 그렸다. 흘바인은 당시 세부묘사에 빠져 있던 북유럽의 미술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인물이었다.

뒤러와 그뤼네발트가 죽고 흘바인이 영국으로 떠나자 독일 미술은 급격히 쇠퇴하였고, 네덜란드 미술이 풍경화나 정물화, 풍속화 등으로 종교 개혁의 위기를 넘겼던 반면에 초상화, 제단화에 매달렸던 독일 미술은 종교 개혁의 파도에 침몰하고 만 것이었다.

르네상스기에 발아한 근대정신은 17-18세기에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하고, 인간의 실제 생활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며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로 그 정신을 물려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