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러 갔더냐?

마 11:7-11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보며 살아갑니다.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을 볼 때가 있고, 때때로 봐서는 안될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마음에 드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보면 입에 저절로 침이 고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늘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보게 되면,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기분이 망쳐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나가는 개가 실례를 하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교회에 올 때만 해도 수없이 많은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지나가는 버스를, 운동하는 사람들을, 여러 건물을..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교에 올 때, 기분 좋은 것을 보았으면 그 날 하루가 즐거운 것을 봅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이상한 것을 보고 나면 하루종일 기분이 찝찝함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아는 한 친구는 아침에 정화조를 치우는 차만 보면 하루를 망친다고 합니다. 우연인지 하루 이틀 그러한 일이 일어나니까? 이젠 아예 비슷한 색깔의 차만 보아도 으레 겁부터 먹는 것이지요.

 오늘 아침에 저를 본 여러분들의 얼굴이 조금 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를 보고 괜히 봤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찝찝하게 보낼까 심히 염려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고개를 들어서 옆 친구를 보십시오. 친구의 얼굴을 보면 기쁨이 생깁니까? 아니면 괜히 봤다는 쪽입니까?

 무엇을 본다는 것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고, 또한 우리가 본 것으로 인해서 우리의 마음이 바뀌게 됩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이야기 중에 맹모삼천이라는 옛날 이야기가 있습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의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 번 했다는 이야기이지요.

첫 번째는 도성 밖에서 살았는데, 주로 도성 밖에는 공동묘지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살면서 맹자가 친구들과 함께 하는 놀이가 장례에 관한 놀이를 하는 것입니다. 매일 무덤에서 곡하는 일이나 무덤을 파는 일, 나무판에 글씨를 새겨서 무덤 앞에 세워 놓는 일등 불길하고 흉스러운 일들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보고 맹자의 어머니가 얼마나 기가 막히겠습니까? 그래서 도성 안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거기에는 탁 트인 큰 길이 보이는 길가였습니다. 거기서도 맹자는 친구들과 어울려 놉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점거리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장사놀이를 합니다. 채소를 가져다가 저울질해서 파는 일, 음식점 주인이 되어서 손님을 맞이하는 일 등 예전에 무덤에서 놀던 놀이는 다 잊어버리고 장사하는 놀이에만 열중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사하는 사람들의 교활한 습성도 배우기 시작합니다. 몰래 무게를 속이거나 품질을 속여서 파는 일까지 배우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맹자의 어머니는 가장 교육에 적합한 곳을 찾아 다시 한번 이사할 것을 생각한 끝에 학교 근처에 집어 얻어 이사를 합니다. 학교로부터 들려 오는 낭낭한 글 읽는 소리(요즘도 이런 소리가 들려 오는지 의심스럽지만 말입니다), 길가를 지나가는 학생들의 예의 바른 모습(더더욱 찾아보기 어렵죠)등을 보면서 맹자는 배움에 눈을 뜨게 되고 학교에 입학하여 글을 배워 후일에 만인의 스승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맹자는 자기의 본 것이 바뀜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자기의 마음을 바꿈으로 인류의 공헌자가 된 사람이 있습니다.

 1760년대에 스위스에 헨리 듀넌트라는 유명한 은행장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 당시 세계의 지배자요 정복자인 나폴레옹을 만나 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나폴레옹을 만나고 싶어하는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그 시대의 거목이요 영웅인 나폴레옹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만나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 스위스 은행장으로서 프랑스와 경제 협력의 기회를 가졌으면 하였습니다.

드디어 스위스 국왕의 허가를 받은 듀넌트는 조국 스위스의 경제 사절의 임무를 띠고 프랑스로 파견되었습니다. 이제 곧 자기가 기다리고, 꿈꾸어 오던 나폴레옹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자신의 꿈이 막 실현될 순간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가 프랑스에 도착하자 마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듀넌트를 보지 못하고 나폴레옹은 전쟁터에 출전하였습니다. 정말 듀너트의 꿈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을 만나 보아야 하겠다는 듀넌트의 바램이 물거품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듀넌트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나폴레옹을 만나기 위해서 전쟁터로 따라 나갔습니다. 거기에는 프랑스군과 오스트리아 군이 치열하게 전투를 하였습니다. 듀넌트는 처음부터 끝가지 그 참혹한 전쟁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나폴레옹을 만나보지 못하였습니다.

 전쟁이 끝났고, 듀넌트는 피투성이가 되어서 뒹굴고 있는 수많은 시체들을 바라보면서 전쟁의 참혹성과 인간 생명의 허무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전쟁터에 남아서 오랜 기간 동안 의사들을 도와서 부상병들을 치료하고, 시체들을 치우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에게 이제 나폴레옹을 만나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나폴레옹을 만나도 소용이 없습니다. 하나의 꿈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꿈이 그에게서 싹트기 시작하였습니다. 평화에 대한 꿈입니다. 전쟁을 치르면서 생기는 수많은 시체들과 부상자들을 보면서 자기의 꿈이 바뀌어 간 것입니다.

 이 세상은 전쟁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부상당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어떤 일이든지 해야 하겠다. 이 꿈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몇몇 친구와 함께 한 가지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저 유명한 적십자 운동입니다. 그는 첫 번째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적십자기는 색상과 순서 배치만 다를 뿐 스위스의 국기와 똑같은 깃발입니다. 조국 스위스에 그리고 전 세계에 평화를 심고 싶어했던 이 사람의 꿈이 실현되었습니다.

 사람이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짐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듀넌트가 나폴레옹만을 만나고 돌아갔다면, 그는 나폴레옹을 만났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그렇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전쟁의 참혹함을 보았기 때문에 평화의 적십자가 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복음송 중에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형제의 모습 속에 보이는 주님의 형상 아름다워라.

존귀한 주의 자녀 됐으니 사랑하며 섬기리.

우리는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진실을 보았을 때, 거기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는 것입니다.

 친구를 바라 볼 때, 선생님들을 바라 볼 때, 그 얼굴 그 자체로 평가하지 마시고 그 내면의 세계를 바라보며 축복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 다시 한번 친구들의 얼굴을 보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젠 천사의 얼굴로 보입니까?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은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로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이냐? 라고 질문합니다.

그렇습니다. 허허벌판 광야에 나간다고 할지라도, 어떤 사람들은 그냥 그곳에 피어 있는 갈대만을 바라보고 오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부류입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도시의 환락을 생각하며,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지 하는 생각으로 광야를 보았기에 황량함만이 넘치는 곳을 보고 왔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오락실도 없고, 컴퓨터도 없는 그러한 곳이기에 아무 쓸모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 꿈을 가지고, 열정을 가지고 가는 사람들은 광야에서 선지자를 본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이끌어 줄 지도자를 만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각각의 장소에서는 그 장소에 맞는 것을 보아야 합니다. 극장에 갔으면 영화를 보아야 합니다. 거기에서 소설책을 읽고 있다면 그 사람은 아무런 유익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실망만을 얻게 될 뿐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무엇을 보러 이곳에 왔습니까? 친구들을 보러 왔나요? 아니면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이곳에 와 있지는 않습니까?

여러 가지 여건이 나를 채워주기에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열정을 가지고, 꿈을 가지고 생활에 임한다면 여러분은 지도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를 위해 공헌할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