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하교회와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선교 사역을 펼치고 있는 M선교회 관계자는 “사실 우리도 외부에서 공격을 받을 때가 있다”면서 “검증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후원을 포기하더라도 활동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어느 북한 선교단체 대표는 “나도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좀더 다이내믹하고 긴장감 있게 활동을 소개해서 주목을 받고 후원을 끌어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고 말했다.

북한 선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접경 지역에 사는 크리스천 재중동포까지 적극 참여하고 있다. 상거래를 위해 북한을 오가는 재중동포들을 통해 성경이 전해지고 교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북한 선교 관계자는 “지하교회에서 적게는 2∼3명, 많게는 20명까지 모인다”면서 “남쪽 교회에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들도 남쪽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민들의 생활을 돕는 일도 여전히 필요하다. 탈북민 중에는 북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지금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관계자는 “중국도 개방이 되면서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돈에 대한 욕심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며 “북한에서 자유롭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어쩌면 지금이 북한 선교의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 2007.03.20 / 국민일보

후원자들 “검증 어려워 믿는 수밖에…”

미국과 북한이 가까워지고 있다. 휴전을 끝낼 남북 평화체제가 논의되고 있다. 국내 탈북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교회의 북한 선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때다. 국내외 탈북자 문제와 대북 지원 등 북한 선교의 실태를 5회에 걸쳐 심층 점검한다.

“탈북민 선교단체 중 실제로 선교를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부분 탈북 브로커로 전락하거나 손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Y선교회의 문제를 접한 북한선교 전문가들은 더욱 충격적인 실상을 털어놨다. 탈북민 선교가 검증되지 않은 단체와 인물들로 얼룩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친 비밀주의였다. 탈북민 선교단체는 실체를 검증하려는 이들에게 “공개하면 당장 중국 공안이 들이닥친다”며 사실을 숨기거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 선교는 그만둬야 한다”며 공개하지 않는다.

실제 Y선교회 대표 K목사는 북한 달력과 지도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외부에 알려지면 국가보안법에 걸린다”며 “나를 전담하는 국정원 직원이 내게서 북한 정보를 받아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력과 지도는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국정원측의 접촉은 정상적인 정보 수집 활동의 일부다.

보안을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오히려 자신들의 활동은 사실보다 부풀리고 있었다. Y선교회에서 1년간 간사로 근무한 뒤 중국에 파송된 J선교사는 “북·중 국경을 지나가는 트럭을 망원렌즈로 촬영한 뒤 인터넷에 마치 선교회의 대북지원 차량인 것처럼 소개했다”며 “당시에는 그것도 선교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감내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Y선교회 후원자였던 N집사도 “북한 선교를 하고 싶어하는 교회를 찾아가서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입맛에 맞게 제공해주고 그럴싸하게 자신들을 포장해왔다”고 밝혔다.

Y선교회는 “평안도 지역 지하교회 성도”라며 2005년 11월에 촬영했다는 비디오 테이프를 기자에게 공개했다. 하지만 비디오에 등장하는 여성은 평안도 사투리가 아니라 재중동포들의 말투를 쓰고 북한 주민들은 쓰지 않는 ‘남한’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촬영 지역도 처음에는 북한 지역이라고 했다가 다시 북·중 국경 지역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앞뒤가 맞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탈북민 선교를 위한 헌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검증이 어렵다는 점. Y선교회는 정확한 후원 금액을 후원이사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Y선교회가 소속된 선교연합단체 관계자는 “처음 회원으로 가입할 때 이사회와 감사를 둬서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사실 선교 활동을 검증하기가 어려워 믿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선교회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탈북민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쓰인 실제 비용은 전혀 검증이 안되고 있다. 국내의 한 목회자가 지난해 탈북민 30명을 재외공관에 안전하게 들여보내는데 150만원이 들었다. 그러나 중국내 탈북 브로커를 자처하는 이들은 최소 1인당 300만원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탈북민을 둘러싸고 이권 다툼까지 벌어진다.

또 다른 연합기관 관계자는 “1990년대 처음 탈북민이 생겨났을 때 선교사들이 구축했던 활동망이 2000년대 들어와서 모두 무너졌다”며 “일부 선교사들이 탈북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 결과”라고 한탄했다.

김지방 박재찬 기자 / 2007.03.20 / 국민일보

6년 전 한국 땅을 밟은 탈북민 강신길(가명·45)씨. 중국에서 만난 한국인 선교사의 헌신적인 도움에 감명받아 신앙을 갖게 됐고 교회에도 나가게 됐다. 하지만 강씨는 한국에 들어온 뒤 4∼5곳의 교회를 전전하다가 교회 출석을 포기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C교회를 시작으로 집 근처인 서울 양천구에 있는 교회 2∼3곳을 길게는 1년6개월, 짧게는 3개월 정도 나가다가 발길을 끊은 것. 강씨는 “사람들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1년 전부터 탈북민 출신 목회자가 섬기는 개척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강씨의 모습은 탈북 크리스천들이 겪는 힘겨운 신앙생활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사회 생활만큼이나 교회생활 적응이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주된 이유다.

강씨는 “그동안 몸담았던 교회는 교인 수는 많았지만 모두 ‘끼리끼리’ 어울리더라”면서 “탈북민들은 처음에는 호기심 반 동정심 반으로 교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2∼3개월만 지나면 소외감에 교회에 나갈 맛이 뚝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탈북민들이 일반 사회생활에서 겪는 소외감을 교회에서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탈북민들에 대한 교회의 무분별한 지원 방식도 탈북민들을 ‘떠돌이 신자’로 만든다. 5년 전 한국 땅을 밟은 이정옥(가명·25·여)씨도 2∼3곳의 교회를 거쳤다. 처음 출석하던 교회에서 교통비와 생활비조로 건넨 ‘지원금’ 때문이었다. 이씨는 반년 넘게 돈을 받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돈 때문이 아니라 정말 하나님을 똑바로 믿고 싶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 한편으로 ‘이번 주일에 교회에 안 나가면 지원이 끊기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이씨는 “돈의 노예 같은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했다”면서 교회를 옮긴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의 사례와 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다. 탈북민과 이들을 돕는 교회 사역자들에 따르면 일부 탈북민 가정은 가족이 저마다 다른 교회에 출석하기도 한다. 탈북민 지원 교회에 출석, 따로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지원 기간이 지난 뒤에는 또 다른 교회로 옮기는가 하면 교회 지원 내용을 사전에 파악한 뒤 출석 여부를 결정하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금전적 지원 방식은 각종 이단·사이비 단체들의 포교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탈북민 정착 지원단체인 한국기독교귀순동포정착지원협의회(한정협) 석사현 사무총장은 “한국 교회에서는 탈북민 지원 제도를 점차 축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금전적 지원을 미끼로 탈북민을 포섭하는 이단 단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교계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10, 20대 탈북 청소년들이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면서 받는 마음의 상처도 깊다. 신학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정명식(가명·26)씨는 탈북민 출신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곤혹스럽다. 친구들은 “교회에 거지짓 하러 다니느냐. 자존심 상하지도 않느냐”며 매번 따지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이 교회 도움을 받는 일을 일종의 구걸 행위로 바라보는 것이다. 전도를 하려고 하면 “지금 나를 포섭하려는 거냐”는 독설과 따가운 눈총을 감수해야 한다.

정씨는 “친구들의 말이 전부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에 가타부타할 수는 없다”며 씁쓸해 했다. 다른 탈북민 신학생들도 신앙적 고민이 많다. 임모세(가명·총신대 신대원 3년)씨는 “많은 교회들이 통일을 대비해 탈북민 출신 사역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훈련의 장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같은 신대원을 졸업하더라도 목회 현장은 남한 출신 사역자들 중심으로 채워진다는 게 대다수 탈북민 신대원생들의 얘기다.

탈북민들이 교회에서 겪는 애로 사항은 그들 차원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탈북민 선교를 담당하는 교회 관계자들은 “그들뿐 아니라 때로는 우리도 인간적으로 크고 작은 상처를 받는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전우택(연세대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남한과 북한 사람간에 사물에 대한 이해와 행동 양식의 차이가 커서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종교문제에 대해서는 더 심하다”고 말했다.

박재찬 김지방 기자 / 2007.03.21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