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매스미디어의 사회라고 할 만큼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이 존재하며, 계속해서 더욱 새로운 의사소통의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의 등장은 사람들의 인식과 지식의 범위를 넓힐 뿐만 아니라 사고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급증하게 되었다. 즉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를 공유하게 되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어느 곳에서나 편하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상에 현실세계와 비슷한 가상의 공간이 형성되어 그곳에서 게임, 상품의 구매, 자신의 의견 제시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가상의 공간을 사이버 공간이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현실의 나를 뛰어넘는 초월성이 있다. 사람들에겐 누구나 현실세계에 있는 자신의 존재를 뛰어넘어 무엇인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런데 사이버공간에서는 현실세계의 나와는 다른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채팅이나 게임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때 현실에서는 여자 중학생이지만 채팅을 하는 순간에는 대학생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남자가 될 수도 있다. 게임 속에선 한 무리의 지도자가 되어 게임 속의 사람들을 지배하고 권력을 누리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인터넷 속에서 누리는 이러한 자기초월의 경험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이버공간에서의 익명성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첫 번째는 사이버 공간상의 나와 현실의 나를 동일시하는 현상이다.
사이버 게임상의 자신의 캐릭터와 현실의 나를 동일시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살해하거나 모욕한 사람을 현실세계에서 만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다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언어 상의 문제로 비속어와 은어의 사용, 맞춤법과 글자의 파괴 등이다.
세 번째로는 비방과 욕설, 음란광고, 네 번째로는 인터넷과 게임의 중독성이다.

이러한 중독으로 인해 컴퓨터 앞에서 식사와 수면 등 생활의 모든 것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폭식과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인해 비만 등의 신체적 문제와 대인관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익명성(anonymity)으로 인한 인민재판식의 매도와 명예훼손 등의 문제이다. 이로 인해 정부에서는 인터넷 실명제 등의 제도 도입을 하여 올해 7월부터 실명제가 실시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연예인의 사망, 자살 사건에 대한 악플러들의 무차별적인 덧글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네티즌의 자성이 촉구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대부분은 익명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익명성이라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거 독재나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과 개혁에 대한 요구들은 익명으로 이루어 졌다.
테러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숨긴 채 익명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익명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는 것 등은 사회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요즈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게시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언어적 폭력과 비난으로 인해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명제 이후 대부분 학교의 게시판은 한 달에 한두 개 정도의 글 밖에는 올라오지 않는다. 결국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개진과 소통의 장이 사라진 것이다.

또한 사이버상담 역시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과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어려움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공개하고 실명으로 자신의 어려움과 내면적인 고민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면 현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많은 사이버상담은 그 수가 급감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다.

익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익명성을 모두 제거해 버리는 것은 마치 칼이 위험하다고 모두에게 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