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가츠! 그는 폭풍우처럼 밀려오는 시대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홀로 우뚝서 두 주먹을 불끈지고 하나님과 그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고 실천했던 진정한 “우리 시대의 예언자”였다. 그는 또한 세속화된 교회의 개혁과 사회 문제의 극복을 자신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로 받아들이고 그 고난의 길을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묵묵히 걸어간 행동하는 신앙인이었다. 그의 예언자적 사상은 성서와 예수 운동의 핵심인 하나님과 그의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블룸하르트의 영향이 아니라 라가츠 자신의 독특한 하나님 체험에 근거한다. 물론 라가츠는 1909년과 1911년에 블룸하르트를 만나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이 라가츠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믿음은 이미 블룸하르트를 만나기 이전에 형성되어 있었다. “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믿음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책들에서, 어떤 사람에게서, 성서에서 직접적으로 인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믿음은 독특한 체험으로서 직접적으로 하느님에게서 왔다. 나는 또한 이 믿음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블룸하르트에게서 인용하지 않았다. 나는 그 당시에 그에 대하여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라가츠의 예언자적 사상과 활동은 이론적 숙고가 아니라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직접적인 하나님 체험의 산물이다. 그의 정치 활동은 이 하나님 체험에 근거한 “정치적 예배”였다. 그는 하나님 체험을 통해서 깨달은 살아계신 하나님과 그의 정의의 나라를 교회 안에서, 교회에 대하여, 교회를 넘어서 세상에서 증언하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하나님의 아버지됨, 인간의 형제됨과 하나님의 자녀됨은 라가츠의 사상과 활동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며, 그의 사회 윤리 사상의 핵심 내용과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판단하는 척도이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아버지됨 안에서 인간의 형제됨과 하나님의 자녀됨이 실현된 어떤 상태이다. 라가츠는 이 하나님 나라에 상응한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모든 민족이 도덕적으로 결속된 형태로서 국제적으로 결합된 세계 가족 공동체의 실현을 원했다.

2.  이 위대한 예언자는 1868년 7월 28일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의 산골 마을 타민스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타민스는 대부분의 토지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공동으로 생산하는 협동 조합 형태의 작은 농촌 공동체였다. 그의 아버지는 소작농이었지만 마을 공동체의 의장을 지낼 만큼 정치적 관심이 높은 사람이었고, 그의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을 알뜰하게 꾸려 나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라가츠는 어려운 가정 살림을 돕기 위해서 어린 시절에 알프스 산에서 양을 치는 목동 생활을 했고 가능한 한 공부를 빨리 마치기 위해서 월반을 했다. 그는 명석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다. 그는 농부가 되기를 원했지만 부모와 선생님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신학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본래 마음에도 없던 신학을 선택했다. 그는 바젤과 예나, 베를린 대학에서 신학을 연구했다. 그는 대학생 시절에 신학보다는 철학 서적을 더 광범위하게 읽었고 교회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성 프란체스코는 라가츠에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헌신하는 삶”만이 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라가츠는 또한 베를린에서 도시 빈민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했으며 스퇴거의 ‘그리스도교-사회주의자 대회’에 참석하는 등 사회적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라가츠는 대학을 졸업한 후 21세의 나이로 플레르덴과 우르마인, 차피나 지역을 담당하는 담임 목사가 되었다. 주민들은 “우리는 목사보다 수의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 젊은 목사에 냉담했다. 그러나 라가츠는 목사 직분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으며 교회의 실천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전념했다. 그리고 한적한 목사관에서 헤겔과 칸트 철학을 다시 연구했으며 한 겨울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 전까지 성서를 읽으며 말씀을 깊이 묵상했다. 그러나 라가츠의 자부심과 기대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교회의 냉담함, 동료 목사들의 무관심과 천박함으로 인해 좌절되었다. 그는 점점 실의에 빠졌으며 심지어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마침내 목사직을 사임하고 뷘트너 고등학교의 종교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라가츠의 교사로서의 “탈출 행각”은 2년만에 끝났다. 그는 1885년 다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쿠르시의 목사가 되었다.
   쿠르 시절은 라가츠의 인생에 중요한 시기이다. 라가츠 사상의 중요한 내용들이 이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한다. 라가츠는 우선 노동자들의 비인간적 생활에 큰 충격을 받고 사회 윤리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그는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사회 구조악을 발견하고 이것을 “죄의 연대성”이란 개념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리츨의 윤리적 예수와 레싱의 역사적 예수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고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관심을 가졌다. 슈렘프와 키에르케고르는 라가츠에게 교회 비판의 안목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라가츠의 신중심론적 사상이 이 때 나타난다. “우리는 다시 새로운 방법으로 하나님의 현존을 증명할 것이다. 우리의 설교는 그리스도에 대한 설교가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설교가 될 것이다......나는 이곳 쿠르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깨끗하다면 신중심론적 가르침에 완전히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는 쿠르 시절의 말기에 관념론적이고 낙관주의적 세계관이 흔들이는 위기와 역사 신학이 산산히 부서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것은 통속적인 자유주의 신학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라가츠는 이런 갈등을 안고 1902년 바젤 대교회의 목사가 된다.
 
3   라가츠는 바젤 대교회의 목사로 부임한 그 다음해에 그의 삶과 신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두 가지 사건을 체험했다. 그는 1903년 2월 2일 베른에서 강연을 마치고 바젤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젊은 상인이 어떻게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의 여인을 유혹했는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이러한 동물적 속성을 처음 보았다. 사람들이 그것을 들었다면 믿지 않을 것이다. 이제 모든 학문적 이상을 버리고 투쟁하겠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바젤에 도착하기까지 하루 종일 많은 생각을 했다.....소박한 민중이 음탕한 부르주아 보다 더 선하다는 생각을 새롭게 했다. 나는 그들에게로 갈 것이다. 이제 새로운 사회적 기독교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라가츠는 이 상인을 실천적 물질주의자들 중에서 가장 더러운 자로 규정하고, 이러한 물질주의적 삶이 반드시 몰락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라가츠는 이 사건이 있은지 이틀 후에 노동자들의 연합 집회에 참석해서 그들의 투쟁의 열기에 또 한번 큰 충격을 받았다. 라가츠는 그들에게서 자유와 해방, 새로운 세계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보았다. 라가츠는 며칠 사이에 부르주아의 동물적 속성과 노동자들의 열망을 동시에 체험한 것이다. 그 체험은 라가츠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는 1908년 2월 21일 일기에서 이 체험을 통한 사상의 변화를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이제 하나님과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눈이 열린 것이다. “그것은 나의 현존의 큰 체험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점점 더 많은 방향을 제시하였고, 나의 운동을 결정하였다.” 그것은 주지주의의 포기와 새로운 세계 창조를 위한 행동 속에서 하나님을 찾고 선포하는 사회적 실천에 대한 이론과 의지의 전향이었다.
   그는 1903년 벽돌공 파업이 끝난 후 그들 앞에서 행한 ‘기독교와 사회 운동에 대한 진술’이라는 설교에서 기독교인들은 가난한 자들을 편들어야 하며, 사회 운동의 본질은 인간의 형제됨과 하나님의 자녀됨의 실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성서뿐만 아니라 사회 운동의 파도와 폭풍우 속에서 “행위의 계시”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언했다. 그리고 1906년 가을 바젤에서 열린 스위스 목사 대회에서 ‘복음과 오늘날 사회적 투쟁’이라는 강연을 통해서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을 비판하고 새로운 신학 방법론과 사회 운동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러한 라가츠의 활동은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는 많은 목사들의 호응을 얻었고 마침내 그들을 중심으로 1906년 종교 사회주의 연맹이 조직되었다. 그들은 신학적 문제, 여성 문제, 평화 문제 등 당시에 교회와 신학의 관심사들을 토론하여 교회에 올바른 신학적 이론과 행동 방향을 제시했다. 라가츠는 이 연맹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되었다.
   이 종교 사회주의 운동은 물질주의적 세계관과 결합된 과학적 사회주의(잘못된 물질주의)와 세상을 위한 하나님 나라의 진리를 상실한 기독교(잘못된 영성주의)에 대한 반대 운동이었다. 그것은 종교적으로 색칠한 사회주의나 사회주의적으로 색칠한 기독교가 아니라 기독교의 사회적 의미와 사회주의의 종교적 의미를 동시에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그들은 하나님 나라의 양극성을 형성하는 성서의 “거룩한 물질주의”와 “영성주의”를 통하여 이 잘못된 경향을 극복하기를 원했다. 따라서 그 운동은 사회주의와 기독교를 동시에 개혁하려는 새로운 개혁 운동이었다. 그 운동은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 세상에 들어오신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앙과 그것에 근거한 인간의 거룩성과 존엄성에 대한 신앙에 근거한 윤리적 세계관을 전제하며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의 형성을 목표로 한다. “그것은 돈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지향하는 사회 즉 인간의 복리, 인간의 육체적이며 정신적인 필요, 인간의 존엄, 인간의 거룩한 권리를 지향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그것은 또 기계가 아니라 정신이 지배하는 사회 즉 노동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와 인간에 대한 봉사가 되는 사회, 개인에게 가능하고 필요한 안정을 보장하는 사회 곧 노동의 안정, 권리의 안정, 질병과 노후 대책의 안정이 보장되는 사회를 의미한다. 그러한 사회는 현재 붕괴되고 있는 자본주의적이고 맘몬주의적인 사회와 비교해 볼 때 가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사회는 이 사회 보다 훨씬 더 부유할 것이다. 약탈욕과 향락의 열병이 폐기되었기 때문에 안정될 것이다. 그리고 기쁨의 바다가 하나님에게서 세상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라가츠는 이 새로운 사회의 도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이 하나님 나라에 상응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일했다. 
   라가츠는 1912년 취리히의 총파업과 사회주의 국제 평화 회의에서 노동 운동의 윤리적 힘과 사회주의 운동의 새로운 세계를 향한 희망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희망은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그는 이 전쟁을 “경제 질서의 맘몬주의와 국제 정치의 폭력성”이 지배하는 무신성의 세계와 민족주의의 물결에 이용당하는 기독교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그는 사회주의의 폭력성과 교회의 사회에 대한 무책임성을 동시에 비판했다. 그는 전쟁에 대한 열망과 폭력을 하나님의 질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국제 평화 운동을 위하여 일했다.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적 연대로서 국제 연맹을 지지했으며, 라가츠의 영향으로 스위스는 1920년 국제 연맹에 참여했다. 물론 라가츠는 국제 정치를 통한 평화 추구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가츠가 국제 연맹의 가입을 주장한 것은 이 연맹이 국제적 그리고 비폭력적 법질서의 시작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라가츠는 이 시기에 자신의 신학과 윤리 그리고 정치 사상이 함축된 ‘너는 해야 한다: 윤리적 세계관의 근본 특징’, ‘기독교 노동자와 노동 운동’, ‘빈곤의 퇴치’, ‘국가와 교회’, ‘하나님 나라와 정치’, ‘기독교적 경제에 관하여’, ‘노동의 해방’, ‘교육 혁명’, ‘예수, 기독교 그리고 하나님 나라’,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투쟁’, ‘평화의 길’ 등 여러 가지 저술을 남겼으며 ‘새로운 길들’ 이라는 잡지에 수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4 라가츠는 제도적 교회와 신학교 안에서 하나님에게 봉사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참된 제자의 길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했다. 그는 마침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그리스도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1921년 5월 취리히 교육청에 교수 사직서를 제출했다. 라가츠가 취리히 대학의 교수가 된지 13년만의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나는 왜 교수직을 사임하는가’라는 서한에서??예수의 제자가 되는 참된 길을 가기 위해서는 시대의 고난을 짊어지고 있는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길밖에 없다. 왜냐하면 위기의 상황에서 안전하고 장래가 보장된 교수직을 확보하면서 복음의 길을 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 결단은 의식적인 물질적 생활 터전의 포기, 노동자들과의 연대 그리고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고난의 길의 선택이었다. 그는 이 결단의 과정에서 곧 대학에 입학할 자녀들의 교육 문제가 가장 큰 괴로움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빈민촌인 취리히의 아우서실로 가족들과 함께 이사하고 그곳에서 ‘노동과 교육’이라는 목표 아래 1924년 시민 대학을 창설했다. 그는 1945년 영면할 때까지 이곳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살면서 자신의 일생을 온전히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위하여 헌신했다.
   라가츠는 이곳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하여 일했을 뿐만 아니라 성서 연구에 몰두하고 평화 운동에 전념했다. 그의 평화 운동은 국제 민간 봉사단과 국제 연맹 가입 운동을 통한 세계 평화의 추구, 파시즘과 나치즘에 대한 투쟁 그리고 사회주의의 폭력적 방법에 대한 비판으로 집약된다. 그는 스위스 사회민주당이 제안한 군복무제를 “국민 정신의 군사화”와 “거짓 평화주의”인 군국주의로의 이행으로 규정하고 군비 철폐를 주장하였으며, 사회민주당이 군복무제를 가결하였을 때는 미련 없이 사회민주당을 탈당했다.
   라가츠와 종교 사회주의자들은 파시즘과 나치즘의 위험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1930년 제3차 국제 종교 사회주의 연맹에서 ‘유럽 기독교의 민족주의와 파시즘에 대한 일언’, 1933년 제5차 국제 종교 사회주의 연맹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갈고리 십자가’ 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파시즘과 나치즘을 “민족적, 인종적 자기 숭배의 환상적 종교”와 “증오와 폭력의 표징” 그리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항하는 적그리스도의 십자가로 규정하고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은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선언했으며 나치즘의 멸망을 예견했다. 그것은 바르멘 신학 선언이 1934년에 나온 것을 고려할 때 라가츠를 비롯한 종교 사회주의자들의 정확한 현실 인식과 올바른 신학적 해석을 알 수 있는 선언이었다.
    라가츠는 또한 사회주의와 기독교의 관계를 분명히 했다. 사회주의는 하나님 없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신앙이며 기독교는 하나님 나라 없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라고 비판하고 이 분리된 반쪽 진리인 하나님을 믿는 신앙과 하나님 나라의 희망을 하나님 나라의 양극성 안에서 통합시켰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적 세계관과 계급 투쟁, 특히 폭력을 수단으로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볼셰비즘을 비판하고 이런 사회주의의 몰락을 예견했다. 계급 투쟁은 유물론적 세계관을 통하여 프롤레타리아 자신만을 위한 투쟁과 새로운 계급 지배가 되었다. 그 결과 계급 투쟁은 계급 증오가 되었다. 라가츠는 여기서 폭력적인 계급 투쟁을 통한 사회주의 건설을 반대한다. 왜냐하면 사회주의적 전술은 사회주의적 세계관에 일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다. 그와 반대로 종교 사회주의의 투쟁 전술은 십자가에 나타난 ‘사랑과 자기희생’이라고 주장한다.
   라가츠는 그의 생애의 말기에 무엇보다도 성서 연구에 몰두했다. 그의 성서 연구는 교회의 강단이나 신학교의 강의실에서 이루어진 지적 연구의 결과가 아니라 아우서실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루어진 현장의 산물이다. 그는 창세기에서 계시록까지 전 성서를 해석했다. 그의 성서 해석은 상징과 신화로 서술되어진 성서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다. 그 의미는 살아계신 하나님이 언제나 새롭게 자신을 나타내듯이 항상 새롭게 이해되어야 한다. 즉 성서를 이해하는 열쇠는 시대의 발전과 함께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라가츠에게 “살아계신 하나님과 이 세상을 위한 그의 정의의 나라이다.” 라가츠의 성서 해석의 목적은 헬라 철학에 의해서 변질된 성서의 내용을 회복하여 성서를 다시 혁명의 책과 민중의 책이 되게 하는 “성서의 부활”에 있다. 라가츠는 역사 비판적 성서 해석이 서구 기독교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성령의 조명과 하나님의 직접성으로부터 성서를 해석하는 성령론적 방법론과 “항상 살아계신 하나님과 관련된 성서의 총체적 의미에 따르는 판단”을 의미하는 신학적 방법론을 성서 해석에 적용했다. 이러한 그의 성서 연구는 7권으로 된 ‘성서: 하나의 설명’과 ‘산상 설교’ 그리고 ‘예수의 비유: 그의 사회적 메시지’로 출판되었다. 라가츠는 또한 이 시기에 그의 성숙한 신학을 집대성한 ‘C. 블룸하르트’,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 ‘그리스도 사역의 역사’, ‘그리스도에서 마르크스로-마르크스에서 그리스도로’ 등 주옥같은 저서들을 출판하고 수많은 논문들을 발표했다.

5   하나님은 1945년 12월 6일 고난의 길을 힘겹게 걸어 온 라가츠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사했다. 그러나 그의 예언자적 외침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에큐메니칼 운동 -특히 ‘생활과 직제’를 위한 운동, 1925년 스톡홀름 회의, 1980년 멜버른과 1983년 벵쿠버 회의 1998년 하라레 회의-에서, 1960년대 유럽의 기독교와 사회주의와의 대화와 ‘사회주의를 위한 기독교인’의 운동에서, 미국의 시민권 운동과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 운동에서, 제3세계의 신학과 교육론에서 그리고 그밖에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위해 일하는 모든 곳에서 이 예언자의 생생한 외침을 다시 들을 수 있다. 특히 오늘의 시대적 상황은 라가츠의 예언자적 사상을 다시 필요로 한다. 그것은 우리가 직면한 현재의 문제인 세상의 무신성과 교회의 세속화를 극복하여 세계 평화를 구현하는 기독교적 신앙과 실천을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세계사적 사명을 위하여 ‘살아계신 하나님과 이 세상을 위한 그의 정의의 나라’를 중요한 신학적 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는 살아계신 하나님이 세상의 중심으로 고백되며 이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정의의 나라가 다시 인류의 희망이 되는 종교 혁명과 인간이 하나님의 동역자로서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하여 일하는 사회 혁명을 통해서만, 즉 하나님의 세계 혁명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가츠는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이 그에게 제시한 암담하고 막막한 십자가의 길을 오직 순종과 믿음으로 걸어간 진정한 우리 시대의 예언자였다. 그는 참으로 이 고난의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 행위를 새로운 방법으로 제시하기를 원했다. 그의 삶은 시대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서 좌초하는 교회와 사회를 구원하려는 몸부림이며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위한 선한 싸움이었다. 그가 꿈꾸었던 하나님 나라에 상응한 정의와 평화의 물결이 넘치는 이상적인 사회 형태로서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것은 이제 우리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로 남아 있다.

참 고 문 헌

I. 라가츠의 주요 저서들
1. Weltreich, Religion und Gottesherrschaft, 2 Bde, Erlenbach-Z?rich, 1922.
2. Dein Reich komme. Predigten von Leonhard Ragaz, 2 Bde, 3 Aufl. Erlenbach-Z?rich 1922.
3. Der Kampf um das Reich Gottes in Blumhardt, Vater und Sohn und weiter ! Z?rich 1925. 
4. Die Botschaft vom Reiche Gottes. Ein Katechismus f?r Erwachsens, Bern 1942.
5. Die Geschichte der Sache Christi. Ein Versuch, Bern 1945. 
6. Die Bibel. Eine Deutung, 7 Bde, Z?rich 1947-1950.
7. Die Bergpredigt Jesu, 4. Aufl. G?tersloh 1992.
8. Die Gleichnisse Jesu. Seine soziale Botschaft, 4 Aufl. G?tersloh 1990.  
9. Von Christus zu Marx-von Marx zu Christus, 2. Aufl. Hamburg 1972.
10. Tageb?cher I-XIV (1885-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