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내온도가 따뜻한 자이툰병원에서 차도르가 아니라 점박이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20대 쿠르드족 여인은 의료진을 향해 ‘슈파스트 다캄’(고마워요)이라고 인사했다.
병원 침대 위에서 엄마 무릎에 앉은 사르윈 바크트(3)양은 영문도 모르고 왼손 검지를 쪽쪽 빨면서 의료진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예쁜 귀고리까지 한 바크트양은 이 병원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처럼 귀여운 모습이 아니었다. 코 눈 귀 이마는 깜찍했어도 태어날 때부터 언청이어서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던 것이다.
그런 바크트양은 자이툰병원에서 ‘구개역수복의’ 수술을 받고 아주 귀여운 아이로 다시 태어났다. 자이툰병원에서는 한달에 2명씩 모두 20명의 언청이를 고쳐줬다. 또 1주일에 한명꼴로 사시환자 48명을 치료해줬다. 자이툰부대 관계자는 “근친결혼을 하는 쿠르드인들에게는 유전적 요인 때문에 언청이와 사시 환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라크 아르빌에 파견된 자이툰부대가 지역사회를 위해 하는 일 중에서 쿠르드인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 자이툰병원이다.
에어돔 2개동과 컨테이너 11개동으로 이뤄진 이 병원에서는 성형외과 군의관인 형남경(중령) 의무대대장을 포함해 군의관 20명,간호장교 15명,약제장교 1명이 사랑의 인술을 펼치고 있다.
형 의무대대장은 “자이툰병원은 정형외과 내과 안과 치과 한방과 등 13개 과와 응급실을 운용하고 있으며 X선촬영기 위·관절내시경 초음파진단기 생화학자동분석기 등 63종의 의무장비를 보유한 종합병원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과 환자들과의 의사소통을 돕고 있는 현지인은 15명.
이 병원은 2004년 11월 개원한 뒤 지금까지 2만5000여명의 현지인 환자를 치료했고 인턴십 교육과정을 마련해 쿠르드 의료진에게 선진 의료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주관으로 구성된 ‘이라크 파병 국군장병 특별위문단’이 방문한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4시30분쯤 병원에는 입원환자들을 제외하고는 현지인이 거의 없었다. 이명숙(소령) 간호과장은 “오후 3시 진료가 끝나기 전에는 복도마다 환자들이 늘어서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간호과장은 “한방과의 경우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지역정부(KRG) 대통령의 형수와 며느리 등 친·인척들이 진료를 받으러 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위문단은 병마와 씨름하고 있는 자이툰부대 장병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윤종관 총회장은 담낭(쓸개) 절제수술을 받은 홍준혁 상병의 손을 꼭 잡고 “이 땅에 평화 정착과 재건을 위해 달려온 홍 상병이 육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국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임마누엘감리교회 김국도 담임목사는 “안면근육이 마비된 권혁찬 중위를 비롯한 입원환자 4명에게 성령의 치유의 은사가 내리게 해달라”면서 “이들에게 담대함과 평화를 주시고 뛰어 일어나 기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국민일보 / 20060110 / 아르빌=글·사진 염성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