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이란에서는 중동선교에 있어 역사적인 두 사건이 벌어졌다. 지진으로 폐허가 됐던 밤시에서 한국 교회 성도들의 힘으로 지어진 ‘희망의 집’ 준공식이 열렸고 목숨을 걸고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는 이란 선교의 요충 ‘임마누엘 게스트 하우스’가 창립 1주년을 맞아 감사예배를 드린 것이다.
이란 남동부 케르만 시내에 위치한 임마누엘 게스트 하우스는 ‘핵폭탄’ 같은 곳이다. 개종한 현지인이 동족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다가 정부 관계자나 종교경찰의 눈에 띄면 모진 고문과 함께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독NGO 선한사람들의 이병훈 최한수 김주봉 장로와 이만석(예수님사랑교회) 목사 등 일행은 늦은 밤 주변을 조심스레 살핀 뒤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갔다.
이곳은 기독교로 개종한 현지인들이 가정에서 쫓겨나 잠시 머물면서 영적으로 쉼을 얻는 곳이다. 또 주의 사역자로 비전을 품고 세상으로 나가는 선교기지다. 이곳의 사역 책임자인 현지인 A 전도사는 우리 일행을 보자 반갑게 끌어안았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선한 눈빛이 인상적인 A 전도사는 그러나 어딘지 창백해보였다. 며칠 전 종교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는 그는 오른팔과 다리,어깨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다.
A 전도사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성공회신학을 전공하고 이만석 목사를 만나 임마누엘 게스트 하우스 사역을 하게 됐다. 집안의 장남이었던 그는 개종한 뒤 모든 상속권을 박탈 당한 채 집에서 쫓겨났다. 그를 가장 괴롭혔던 장본인은 바로 남동생 B씨였다. B씨는 형이 보고 있는 성경책을 갈기갈기 찢고 불태웠으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래도 A 전도사가 인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사야 6장 8절 말씀 때문이었다. “내가 또 주의 목소리를 들은 즉 이르시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그때에 내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이날 A 전도사는 우리에게 B씨를 소개했다. 쑥스럽게 인사하는 B씨는 10개월전 개종해 형의 사역을 돕고 있다. 그때부터 형제의 고난이 시작됐다. 게스트 하우스를 찾는 현지인들에게 말씀을 전해주기 위해 한 후원자로부터 100권의 성경책을 지원 받아 옮기다가 종교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렸다. 성경책과 선교후원비 등을 모두 압수 당한 채 형제는 감옥에서 모진 시련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B씨가 전도한,이슬람 신학을 전공하는 여자친구까지 4개월 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다. 현재 이 둘은 결혼해 A 전도사 부부와 함께 게스트 하우스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날 게스트 하우스에는 막 신앙생활을 시작한 현지인 부부 한쌍을 비롯해 30여명이 모여 있었다. A 전도사는 “정기적으로 침례도 준다”며 사진을 보여줬다.
임마누엘 게스트 하우스는 선한사람들의 지원으로 지난해 예배당을 포함,80평 규모로 설립됐다. 테헤란한인교회를 담임했던 이만석 목사로부터 정기적으로 후원비를 받아왔지만 지난해 11월 이 목사가 추방되면서 재정 지원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날은 서로 격려하고 화합하는 자리였다. 우리 일행과 함께 감사예배에 참석한 테헤란한인교회 이승순 권사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주의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사역에 도움을 줘야 한다”며 재정 후원을 약속했다. 또 이병훈 장로 일행 역시 선교지원비를 전하며 “희망의 메신저로 이란땅을 변화시켜 달라”고 격려했다.
국민일보 / 20050912 / 케르만=노희경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