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대학과 신학대학원에서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경향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기독교 학자의 헤드 헌팅이다. 헤드 헌팅 (Head Hunting)이 부족의 풍습의 일환으로 이웃 부족의 목을 잘라다 제사하는 문화를 가리키는데, 이 말이 한 군데서 잘 하고 있는 사람, 특히 고위직을 스카우트하는데 쓰이는 것이 근래의 일이다. 실제로 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한 국제기구 대표가 나에게 “어떻게 이곳에 왔습니까? 헤드 헌팅 되었습니까?”하고 물은 적이 있다. 실제로 30여년 가까운 필리핀의 선교사역은 마치고 서구 교육의 중심지에 온지 겨우 석 달이 지났는데 “쓸 만한 한국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벌써 네 곳에서 받았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난 영국의 두 대학과 미국의 신학대학원, 그리고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기독교 구호단체의 두 번째 책임자 자리이다. 물론 이와 비슷한 요청은 날이 갈수록 더해 갈 것이다.

이런 일련의 경험들이 우리 교회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또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할 길은 무엇인가? 한국 기독교 전반에 걸쳐 의미하는 바가 많겠지만 특히 선교와 선교사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이러한 일들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자. 첫째는, 선교의 중심점이 서구에서 비서구로 옮겨온 현실을 감안한 서구 기독교 교육기관들이 비서구 기독교 지도자들을 영입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세계 유수의 국제적인 선교기관이 오랜 전통을 깨고 최근에 아시아인을 대표로 뽑은 바가 있다. 성공회의 본거지 영국의 한 성공회 대학에서는 인도인을 학장으로 선임하였고, 그는 2년 안에 학교를 3배로 성장시키는 업적을 이뤘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교회를 세워 종교계는 물론 사회 정치계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목회자는 의외에도 아프리카인이다. 특히 서구의 우월주의의 과오를 극복하고자 하는 서구의 의도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하겠다. 두 번째로는 한국교회의 괄목할만한 성장, 특히 선교 계에서 이룬 큰 성과를 계기를 들 수 있다. 선교사의 숫자가 줄고 있는 서구교회로서는 한국을 비롯한 비서구 교회의 지도력을 영입하여 교육기관과 선교기관들이 새로운 활기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 번째로는 이런 접근을 통해 교육기관은 한국의 학생을, 선교기관은 한국의 선교후보생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당연히 한국인 교수나 지도자들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네 번째로는 이러한 방법은 단순한 인적자원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특이한 영적 전통, 경제적인 기여 등 부수적인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

바로 한국교회가 세계 기독교계를 향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이 열려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유수한 대학의 신학부나 신학대학원에서 중요한 직책을 갖고 후진 양성에 힘을 쓰고 있는 한국 학자들이 100명만 포진하고 있다 하자. 그 중에는 학장도 있고 교학처장, Ph.D. 프로그램 디렉터, 각종 학술기관의 핵심요원들이 이곳저곳에 들어 있다 하자. 한국교회의 세계적인 공헌이 얼마나 커지겠는가? 일선에서 열심히 전도와 교회설립, 사회사역에 헌신하는 선교사의 숫자와 비등하게 이러한 ‘선교 리더십’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바로 우리의 취약점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관이나 학교들이 헤드 헌팅을 생각하고 있는 한인 학자들의 프로파일은 어떤 것인가? 영국 대학교의 인문학부 처장이 제시한 요건과 국제 구호기관의 부책임자(Vice President)를 찾고 있는 헤드 헌팅 회사가 말하는 조건을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글로벌 리더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는 한국의 문화 (기독교를 포함하여)와 언어에 능통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들이 찾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한인 1세’임을 알 수 있다. 이민 이세들의 공헌도 특이하겠지만 역시 이들이 찾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이란 우물에서 길러 온 물’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 기독교의 특출한 신학과 영적인 전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주목할 만하다. 셰필드 대학의 경우 한국말은 물론 문화에 능통한 영국교수가 이제까지 이 몫을 해 왔다. 이제는 은퇴를 앞두고 있어 그의 후임자로 한국 교수를 찾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로는 영국의 학문계는 물론 대학 안에서 활동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다. 이 조건이 시사하는 면모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국제적인 환경에서 기관이나 학교의 일원으로 훌륭하게 공헌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지도력까지도 발휘할 잠재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무척이나 어려운 조건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언어능력이 첫째임은 물론이다. 현재 봉직하고 있는 한 아시아 교수가 부적절한 영어 때문에 당국자들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음을 토로한 바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국적 환경에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국제적인 감각을 말한다. 이러한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다국적 환경에서 여러 해 동안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다. 그 다음은 물론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는 것이다. 위에 말한 대학의 경우는 박사학위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지도할만한 학문적인 자격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학위를 갖춘 것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조건이다. 국제적인 학술지에 상당한 논문을 기고하는 등의 학문 활동도 필요요건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른 구호단체의 경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400여 인원을 지도, 통솔할 수 있는 지도력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을 당장 어디에서 찾을 수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방법으로 양성해야 하는가? 이미 다문화, 다국적 환경에서 사역과 생활의 경험을 쌓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면 당연히 만 명이 넘는 선교사들 중에서 찾는 것이 당연하다. 이미 사역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교사 사회 (서구 선교사를 포함하여)와 선교지 교회 지도자들과 다양한 교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역을 인정받는 사람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런 선교사들이 언어능력을 나보다 원활히 구사한 것이다. 특히 학문적인 가능성을 보이며 끊임없이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마 선교지에 있는 학교에서 학문을 정진한다거나 아니면 신학교에서 그 나라 사람들을 훈련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할 것이다. 한인 선교사들 중에 이런 젊은 인재를 단 일 퍼센트만 길러내도 150명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전략적인 인재 발굴과 양성을 위해 우리들이 나서서 할 일은 무엇일가? 이를 단순히 한 개인의 커리어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극히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한국교회가 세계 기독교를 위해 ‘내어놓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는 당연히 선교사 개인만 아니라 이들을 관장하고 있는 선교기관, 또는 교단의 선교부가 끊임없이 찾아내고, 주시하고 적절한 환경을 마련하여 키워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후보생들이 안식년 등을 이용해 교육을 계속할 기회가 생기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산재해 있는 한인 학자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찾도록 도와주고, 한국교회와 연계하여 장학금을 마련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위에서 말 한대로 작은 숫자이지만 이미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인 기독교 지도자들을 네트워크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한국 교회의 뜻 있는 차세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도모하기 위한 작은 모임을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이 모임에는 재정, 운용 등의 다양한 평신도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

위에 언급한 분야는 우리 교회가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극히 한 부분에 불과하다. 전략적인 투자가 시설 (Plant), 프로그램 (Program), 인적자원 (People)에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동시에 우리가 이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숨길 수가 없다. 이번 새해에는 이런 꿈들이 하나씩 현실로 이루지는 발판을 만들어 내는 일이 이제는 함께 나설 때다.

(선교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