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석계호: 러브호텔 운영하는 교회장로 시 장: 뇌물을 좋아하는 부패 공무원 청년1: 교회학교 고등부 교사 청년2: 청년1의 교회친구로 사법고시생 부인1: 석계호의 아내로서 전화 목소리로만 효과내면 된다. 부인2: 가출한 딸을 찾는 어머니 꼭지: 부인2의 가출한 여고생 딸 경 찰: 원조교제를 단속하는 경찰공무원 중늙은이: 원조교제하다가 덜미가 잡힌 중년 남자 예수님: 사랑의 주로 나타나 죄인들을 용서한다. 직 원: 김 과장이라는 호텔직원으로 전화 목소리로 효과만 내면 된다. 교인들: 새벽송을 도는 찬양대로 5명 내지 10명 사이가 적당하다.
막이 오르면 석계호 장로와 러브시의 시장이 등장한다. 두 사람 다 약간 취기가 있다. 시 장: (석 장로에게) 석 사장님 오늘 저녁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석계호: 뭘요! 대접이 시원찮은데... 우리 러브시에서 가장 맛있게 잘 한다는 식당으로 모셨지만 저는 맛이 별롭니다. 다음에는 서울시내의 최고급 식당으로 모시겠습니다. 시 장: 그렇게 무리하실 필요가 없습니다만 요즘 석 사장님 때문에 제가 호강합니다. 석계호: 암요! 우리 시장님은 호강하셔야죠. 이번에 제가 이 자리에 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허가해준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품 속에서 흰 봉투를 꺼내며) 자, 이것 약소하지만 떡값입니다. 시 장: 배 부르면 되지 뭘 이런 것 까지 주십니까?(그러면서도 그는 봉투를 널름 받아서 안주머니에게 챙겨 넣는다.) 아무튼 고맙습니다. 석 장로님! 석계호: (펄쩍 뛰며) 시장님, 왜 갑자기 장로라고 부르십니까. 저는 교회 밖에서는 사업상 사장으로 불러 주시는 게 편안합니다. 시 장: 아! 죄송합니다. 전에 호칭에 대해 부탁하셨던 말씀을 깜박 잊어버렸습니다. 석 사장님의 인자한 성품을 보고 저도 모르게 실수를 했습니다. 사실 저도 교회 집사지만 교회 밖에 나오면 시장으로 불리고 싶지 누가 집사로 부르면 왠지 어색하고 불편합디다. 석계호: (새삼스럽게 반가워하며) 아! 그렇습니까? 시장님이 기독교인인 줄은 저도 미처 몰랐습니다. (악수를 청하며) 정말 반갑습니다. 하하하....... 시 장: (손을 맞잡고 흔들며 둘 다 호탕하게 웃는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오늘은 예수님 오신 반갑고 기쁜 날이군요. 메리 크리스마스! 석계호: 메리 크리스마스! 안녕히 가십시오!
시장은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무대에 석계호 혼자 남는다. 그 때 휴대폰이 울린다. 석계호: (휴대폰을 품에서 꺼내) 여보세요. 부인1: (목소리로만) 여보, 저예요! 석계호: 그래. 부인1: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러 교회 가야죠? 같이 가게 집으로 어서 와요! 석계호: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아! 나 못가...... 당신 혼자 아이들 하고 갔다 와! 부인1: 왜요? 호텔 일은 당신 없어도 직원들이 다 알아서 잘 하잖아요. 석계호: 그게 아니라, 나 오늘 저녁에 시장님 하고 약주를 몇 잔 했어. 그래서 내 몸에서 술냄새가 나는데 어떻게 교회를 가겠어. 부인1: 그래도 당신은 명색이 장론데, 술 좀 사양하시지 주는 대로 마셨어요? 석계호: 이 사람아! 내가 장로라는 명분 찾고 맹물만 마시고 앉았다간 아무 사업도 못해. 같이 마시고 취해야 서로 말이 통하네. 사내들끼리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술 마시며 얘기하다 보면 풀리게 되어 있어. 물론 오늘도 이야기가 잘 됐으니 앞으로 시에서 항상 우리 편이 되어 잘 봐줄 거야. 우리 시장님도 알고 보니 교회 집사님이시더라. 부인1: (한심한듯 약간 비꼬는 투로) 어휴! 잘 했어요. 집사 장로끼리 잘 만났네요. 술냄새 술술 풍기는 장로님 모시고 갈 수 없으니 알았어요. 우리끼리 교회에 갈께요. 석계호: 그래. 아 참! 새벽송 돌 때 우리 호텔 앞으로는 교인들 데려오지 마소! 부인1: 그야 물론이죠. 우리가 무슨 좋은 사업 한다고 교인들한테 보여주겠어요. 더 이상 술이나 마시지 말고 조용하게 보내세요. 석계호: 알았어요! (전화를 끊자마자 또다시 휴대폰 벨이 울린다. 그는 품에 넣으려다 말고 휴대폰 뚜껑을 열어 귀에 갖다댄다.) 여보세요! 직 원: (목소리로만) 저 김 과장입니다. 사장님 개업축하 겸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직원 식당으로 얼른 오십시오. 석계호: 아가씨도 준비됐나? 직 원: 물론이죠. 팔도미인촌에서 엄격하게 차출된 아가씨들이 와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석계호: 하하하... 그래? 내 곧장 가마! (전화를 끊고 휘파람을 불며 퇴장한다.)
빈 무대에 성경 찬송가를 든 청년1, 2가 등장한다. 청년1: (몹시 두리번거리며) 어! 여기 또 언제 호텔이 들어섰지? 이 주변 주택가는 자고 나면 호텔이 하나씩 생기는군. 가까운 곳에 학교도 있는데, 시에서 왜 이런 걸 허가해줄까? 청년2: 러브시에는 호텔이 많으니까 예수님이 만일 오신다면 주무실 곳 걱정 안해도 되겠다. 청년1: 그것 다 러브호텔이야. 청년2: 뭐 어때? 러브는 예수님이 가장 좋아하셨던 말이었어. 우리말로 사랑이라는 뜻인데, 사랑을 강조하셨던 예수님께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의 도시에 러브호텔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당연히 반기실 일이 아닌가? 청년1: 이런. 순진한 생각하고 있네. 자넨 통 신문이나 TV를 안보고 공부만 하니 러브호텔이 뭔지도 모르는군. 러브호텔이란 부적절한 관계의 남녀들이 와서 잠을 자는 곳이란 말야. 청년2: 부적절한 관계라면 부부가 아닌 쌍쌍들이 와서 잠시 쉬어가는 곳이구나! 청년1: 그래. 십계명 중 칠계명을 범하는 남녀들로 우글거리는 소굴에 거룩한 우리 주님이 와서 주무신단 말이냐? 청년2: 안될 일이야. 하지만 예수님은 죄인들의 친구가 되시니까 오실지도 몰라. 이 땅에 계실 때 세리와 창녀들을 만나주셨던 분이니까. (부인2가 등장한다.) 부인2: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딸의 이름을 소리쳐 부른다.) 꼭지야! 꼭지야! (두 청년에게 다가가며 묻는다.) 우리 딸 꼭지 못봤어요? 청년2: 아주머니 따님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청년1: (고개를 갸웃하며) 꼭지! 많이 들어본 이름 같은데, 성이 뭡니까? 부인2: 이꼭지예요. 이꼭지를 아세요? 청년1: 이꼭지면, 맞아! 지금 여고 1학년생 맞습니까? 부인2: (얼굴이 매우 환해지며) 맞아요! (사진도 한 장 꺼내 보인다.) 바로 이 학생이에요! 청년1: 맞다! 맞아! 얘가 이꼭지야! 부인2: (간절한 목소리로) 아시면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청년1: 저도 꼭지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꼭지를 애타게 찾으시는 것 보니 집을 나가기라도 한 겁니까? 부인2: 네, 벌써 한 달이 지나도록 깜깜 무소식이에요. 청년1: 안타깝군요. 부끄럽습니다만 저는 3, 4개월 전까지만 해도 꼭지에게 성경을 가르쳤던 교회학교 교사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꼭지가 결석하기 시작했고, 그 후부터는 소식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부인2: 아! 그 때 꼭지 찾는 전화 자주 하셨던 분이 바로 선생님이셨군요! (몹시 황송해 하며) 죄, 죄송합니다. 그 때 선생님이 전화하실 때마다 우리 딸 그만 꼬시라고 제가 구박을 해서......, 저는 꼭지가 보이지도 않는 하나님을 믿으러 교회 다니는 게 너무 어리석고 황당해 보여서 교회를 못가게 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 독서실에 가서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죠. 그래서 이년이 내 말에 순종을 하기는 잘 했는데, 사실은 호박씨를 까고 있었던 거예요. 기대했던 성적은 오르지 않고, 못된 친구들 하고 어울려 놀기만 하다가 살그머니 가출해버렸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교회라도 잘 보낼 건데... 청년1: (머리를 긁적이며) 그 때 아주머니 성화가 무서워서 제가 너무 쉽게 포기한 게 잘못이었군요. 진작 꼭지 어머니를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오늘 비로소 이런 곳에서 만났으니 반갑습니다. 우리 같이 꼭지를 찾아봅시다. (세 사람이 꼭지를 찾으러 나설려고 하는 순간 경찰이 포승줄에 묶인 한 중늙은 남자를 앞세우고 등장한다. 또 한 어린 여학생이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경찰과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청년들과 부인2는 새로 등장하는 세 사람을 유심히 살펴본다.) 경 찰: 길 좀 비켜주시오. 부인2: 아저씨 내 딸 좀 찾아야겠소. (얼굴을 가린 여학생을 향해) 혹시 꼭지 아냐! 야! 꼭지야! (그래도 여학생이 얼굴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외면하려 하자 부인2가 다가가 억지로 소녀의 두 손을 뗀다.) 내 딸 꼭지가 맞아! 꼭 지: (부인2의 품에 와락 안기며) 엄마! 부인2: (딸을 안고 울먹이는 소리로) 오냐! 꼭지야! 내가 얼마나 너를 기다리며 찾았는지 모른다! 여기 너의 교회학교 고등부 선생님도 와 계신다. 청년1: (꼭지의 등을 토닥거려 주며) 꼭지야! 이젠 엄마 따라 집에 가거라! 교회도 열심히 나오고! 부인2: 아무렴! 이제 너 교회 가는 것 말리지 않을 테니까 열심히 나가거라! 꼭 지: (부인2의 품에 묻은 얼굴을 잠시 들고 청년1을 쳐다보면서) 선생님 죄송해요! 청년2: (경찰에게) 도무지 사건이 어떻게 된 겁니까? 경 찰: (포승줄에 묶인 채 얼굴을 푹 수그리고 있는 중년남자를 가리키며) 이 아저씨가 저 여학생과 원조교제하다가 덜미가 잡힌 겁니다. 청년2: 아저씨는 나빠요! 딸같은 미성년자에게 어디 그런 못된 짓을 합니까? 중늙은이: (힘 없는 목소리로)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청년2: (약간 위세를 부리며) 내가 판사가 되면 아저씨 같은 사람에게 엄벌을 내릴 거야. 경 찰: 이 여학생은 어차피 보호자를 만났으니 여기서 맡기고 가겠습니다. 잘 지도하십시오. 우리는 갑시다. (경찰은 중늙은이를 데리고 퇴장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면서 되찾은 꼭지를 중심으로 세 사람은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캐럴이 멎고 예수님이 등장한다. 모 두: (기쁘고 덜뜬 목소리로) 어! 예수님이다! 꼭 지: (예수님 앞에 가서 무릎 꿇고) 예수님 저의 죄를 용서해 주세요. 예수님: 오냐! 너의 모든 죄를 기억조차 하지 않겠다. 일어나 교회와 가정으로 돌아가거라! 이제 다시는 이런 골목으로 와선 안된다! 꼭 지: (일어나며) 네, 감사합니다. 청년1: 예수님, 오늘밤 2천년만에 재림하신 겁니까? 예수님: 아니다. 아직 내 때가 이르지 않았지만 하늘에서 갈수록 죄악으로 물들어가는 세상을 가만히 볼 수가 없어서 여러분들 곁으로 잠시 내려왔다. 불신자들 보다도 나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죄를 짓고 사는 것이 슬프다. (무대 한 쪽을 가리키며) 특히 나를 가장 슬프게 한 사람중의 하나가 저기 있다! (모두들 예수님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바라본다.) 청년2: 아무도 없는데요! 예수님: 저기 숨었구나! 야! 석계호 장로! 거기 숨어서 나를 보지 말고 이리 나오너라! 석계호: (무대에 모습을 나타내며) 네, 예수님! 석계호 장롭니다. 예수님: 장로라고 하면서 나를 반겨맞을 생각은 않고 왜 숨어서 나를 쳐다보느냐?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석계호: 예수님 앞에서는 숨어 있어도 소용없군요. 예수님: 이제껏 그걸 몰랐느냐? 오늘 밤 내가 너의 호텔에서 잠을 자야겠다. 석계호: (놀라 손을 흔들며) 아, 안됩니다. 예수님! 예수님: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저렇게 멋지게 지은 왕궁호텔에 내가 잘 방이 없단 말이냐? 석계호: 그게 아니라, (그는 갑자기 생각을 바꿔) 네 좋습니다. 저의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예수님, 정말 저는 예수님을 슬프게 한 죄인입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저는 이 호텔을 지어 많은 사람들에게 7계명을 범하게 해서 돈을 많이 벌려고 했습니다. 지금도 저의 호텔에는 죄짓고 있는 영혼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수님, 잘 오셨습니다. 저들을 용서하여 주시고 구원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당장 저는 이 사업을 그만두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재산의 절반을 어른들 때문에 몸과 영혼이 병든 청소년들을 치유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데 바치겠습니다. 주님 그 동안 제가 지은 죄를 용서해주십시오. 예수님: 오늘 비로소 석계호 장로에게도 구원이 이르렀다! 석계호: (예수님의 손을 붙잡고) 주님 감사합니다. 모 두:(한 목소리로) 할렐루야! (무대의 불이 꺼지면서 새벽송을 돌던 교인들이 촛불을 들고 찬송하며 등장한다. 그들의 주위를 둘러서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 1절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