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새는 연못가 나무숲에 깃들고(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청량한 달빛 아래 문 두드리는 스님(僧鼓月下門, 승고월하문).”

위의 시는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가도’가 지은 서경시입니다. 본래 이 시의 후반부 ‘僧鼓月下門(승고월하문)’은 ‘僧堆月下門(승퇴월하문)’이었습니다. ‘두드릴 고, 鼓’가 아니라 ‘문을 밀칠 퇴, 堆’였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리는 스님”이 아니라 “달빛 아래 문을 밀치고 있는 스님”이었습니다. 시인 가도는 처음에 ‘승퇴월하문’이라 써놓고 여러 번 읊어보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문 밀칠 퇴’ 대신에 ‘문 두드릴 고’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그래서 ‘승고월하문’이라 읊어보니 괜찮기는 한데 왠지 처음 것의 ‘승퇴월하문’이 더 좋은 듯 하였습니다.
가도는 “‘퇴’로 할까? ‘고’로 할까?” 하며 망설이다가 어느 날 노새를 타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그는 노새 위에 앉아서도 계속해서 “‘퇴’로 할까? ‘고’로 할까?”에만 열중하다가 부윤의 행차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그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가도는 불경죄로 부윤 앞에 끌려갔습니다. 거기서 그는 시를 짓다가 ‘퇴’를 쓸 건지, 아니면 ‘고’를 쓸 건지 고민하다가 그만 이런 불경죄를 지었노라고 사죄하였습니다.
부윤이 가도의 사정 이야기를 다 듣더니 파안대소하고 잠시 생각한 후에 “이보시게, 그건 ‘문 밀칠 퇴’보다 ‘문 두드릴 고’가 더 나은 것 같소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부윤은 다름 아닌 당대의 문장가로 이름 높은 ‘한퇴지’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한퇴지와 가도는 그 자리에서 문우가 되었고, 가도는 ‘승퇴월하문’을 ‘승고월하문’으로 고쳤습니다. 그 후로 후인들이 문장을 고치는 것을 ‘퇴고(堆鼓)’라 일컫게 된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명문장 치고 일필휘지로 단번에 씌어진 것은 없습니다. 있다면 그것은 우연입니다. 대부분의 명문장은 수도 없는 퇴고를 거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두 번, 세 번, 열 번, 아니 수십 번의 퇴고를 통해 명문장이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중국의 문장가 구양수는 초고를 문설주에 걸어놓고 들어오며 나가며 읽고 고쳤고,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수백 번 고쳐 썼다고 전해집니다. 이처럼 한 번 고친 것보다 두 번 고친 것이 낫고, 두 번 고친 것보다 세 번 고친 것이 더 나은 법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님 앞에서 자신을 한 번 돌아보는 것보다 두 번 돌아보는 것이 낫고, 두 번 돌아보는 것보다 세 번 돌아보는 것이 더 낫습니다. “어떻게 하면 주님이 더 기뻐하실까?” 하며 날마다 자신을 성찰하는 자가 주님 보시기에 합당한 일꾼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로 오직 주님의 영광만을 위해 삶 전체를 바쳤습니다. 주님을 위해서 기꺼이 고난을 감수하고 감옥에 들어갔습니다. 여러 번 돌에 맞고, 죽을 뻔했습니다. 누가 봐도 그는 주님의 충실한 일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자신을 쳐서 주님께 복종시키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자신의 모난 부분을 깎아냈습니다. 날마다 주님을 위해서 죽는다고 할 만큼 영적 훈련을 쌓았습니다. 문장가들이 퇴고를 하듯 바울은 끊임없이 신앙생활의 퇴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로 인해 주님의 위대한 종으로 쓰임을 받았습니다.

신앙생활을 잘하여 거룩한 종이 되고 하나님의 역사를 펼쳐나가는 일은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듯 늘 자신을 돌아보고 주님의 거룩함을 닮으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땀과 눈물과 기도, 그리고 거룩한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있어야 조금씩 주님을 닮아 가는 것입니다.

미국 작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년)’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어니스트’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언젠가 큰바위 얼굴을 닮은 위인이 마을에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을 믿고 그 사람을 기다리며 날마다 큰 바위 얼굴을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되어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습니다.

위대한 삶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 뒤안길에는 반드시 땀과 눈물, 그리고 거룩한 열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신앙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생활의 퇴고 없이는 그 누구도 하나님의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바 너희에게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15:31).

김동문 저 「집에 가서 웃는 사람」(쿰란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