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성수와 안식 - 잘 쉬어야 일도 잘 할 수 있다!
2006-01-30 10:05:05 read : 1780
주일성수와 안식 - 잘 쉬어야 일도 잘 할 수 있다! (3)
여가, 회복을 통한 재창조 (A)
하는 일 없이 골프로 소일하는 사람에게 여가라는 게 따로 존재할까? 갑자기 직장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주어진 많은 시간을 여가라고 할 수 있을까? 대답은 물론 “없다”이다. 여가는 단순히 남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학자들은 이것을 "일상(日常)"과 "일탈(逸脫)"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노동의 현장에서 일상의 시간을 보내면서 짬을 내서 일탈의 시간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적으로 표현이 되든, 세속적으로 표현이 되든간에 그 일탈의 시간을 우리는 여가라고 부른다. 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이 두 가지 상태를 반복해서 경험한다. 일탈은 일상이라는 삶의 굴레 속에서 잠시 빠져나오는 시간으로서, 짧지만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일상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일탈의 시간만이 지속된다면 여가의 의미는 곧 상실되고 만다. 일이 없는 사람에게 여가가 없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듯 여가는 철저히 일에 대조되는 개념으로서 시간, 공간적으로 일상적인 삶과 구분되며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자유로움을 준다.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일상과 일탈의 대조는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 이미 나타나 있다. 사람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모든 만물을 다스리라는 일상의 명령을 주신 하나님은 일곱째 날에 스스로 안식하시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안식하라는 일탈의 명령을 주셨다. 현대 사회의 여가는 하나님의 안식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세상의 여가와 성경의 안식에는 차이가 있다. 바람직한 여가는 결국 성경이 가르치는 안식을 살리는 것이다.
창조 질서로서의 여가
창세기에 나오는 하나님의 안식은 일을 마치셨다는 선포였다. 이렇게 볼 때 사람들이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동참하는 것이 일이라면 그 일을 잠시 떠나서 하나님의 창조 사역의 열매를 누리고 즐기는 것이 여가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여가란 안식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적극적으로 누리는 것이다. 또한 진정한 여가는 일의 사명을 회복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되어야 한다. 여가에 관한 성경적인 원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여가는 일을 떠난 시간이다. -여가는 하나님과 그분의 창조 세계를 누리며 즐기는 시간이다. -여가는 다음 일들을 준비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잃어버린 여가, 변질된 여가
과거 노예나 종들에게 여가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나 현대 사회에서 일 중독자들이 여가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죄의 결과다. 크리스천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여가를 갖지 못하거나 갖지 않는다면 아직 죄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여가를 통해서 진정한 안식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도 여가를 잃어버린 것이다. 크리스천들이 하나님 중심이 아닌 행사 위주의 교회 활동에 얽매여 진정한 안식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여가를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 사회에서는 여가를 누리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여가를 잘못 사용하는 것도 큰 문제다. 세상 사람들은 일상의 압박에서 벗어나 혼돈과 무질서를 초래하더라도 일탈의 시간을 즐겨야 한다고 이해한다. 일에 대한 이해가 잘못되어 있기에 여가조차 잘못 해석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음주 문화가 대표적인 보기이다. 일하는 시간은 아니더라도 일하는 것과 똑같은 자세로 여가를 보내는 것도 잘못된 자세다. 여가 중에도 계속 일을 생각한다면 아직 죄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여가와 관련해서 우리는 얼마든지 죄악의 영향 아래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나님의 명령으로서의 여가
하나님은 여러 계명과 나란히 안식의 명령을 십계명에 포함시키셨다. 이 사실은 우리가 안식을 잃어버리기가 얼마나 쉬운지와 동시에 또한 안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이 명령은 이미 보여주셨던 창조의 원리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를 안식의 날로 지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안식의 원리는 대부분의 절기에도 적용되었다. 끊임없이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명령하시는 말씀 속에서 사람들이 일에 매이지 않고 일로부터 분리되어 쉬면서 자신을 만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그날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것이다. 안식을 지키지만 죄악으로 인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지키지 못할 것을 염려해서 하신 명령이다. 크리스천 직장인들에게 여가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명령이다. 일을 떠난 여가의 시간 속에서 그분의 창조하신 것을 통해서 하나님을 체험하고 다음 일을 위한 재충전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여가를 배우자
이 땅에서 얻는 여가가 온전하지 않음은 현실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십자가에서 구속 사역을 이루신 우리 주님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안식을 누릴 수 있다. 예수님은 이 땅에서 사시면서 그의 가르침과 삶의 모범으로 우리가 누릴 영원한 안식을 미리 맛보게 하셨다. 우선 사람을 위해 제정된 안식이 사람을 돕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안식의 원리를 새롭게 해석하셨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안식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 5:17)고 하셨으면서도 제자들에게 쉬도록 하셨다(막 6:31). 성경에서 오늘날 현대인들의 여가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찾을 수는 없지만 여가에 대한 기본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적용은 문화적인 환경이나 시대적인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개인의 기질이나 취향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러나 경직된 여가관에 묶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세속화된 여가, 상품화된 획일적 여가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도 말아야 한다.
독자 한마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