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범죄 전력자에 의한 재범률이 높고 범행도 점차 흉악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성범죄가 줄지 않아 ‘백약이 무효’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국가청소년위원회(위원장 최영희)는 22일 제10차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533명의 신상을 홈페이지와 중앙정부청사 게시판,관보 등에 게재하고 지난 5년간의 추이를 분석·발표했다.
◇13세 미만 성범죄 피해자 25.7%=2001년 8월 제1차 신상공개 이후 10차까지 5년간 총 피해자 1만409명 중 13세 미만은 2678명으로 전체의 25.7%를 차지했다. 1차에서 74명에 그쳤던 아동 피해자 수는 범죄자 공개 대상 범위가 확대된 3차 당시 272명으로 늘었고 7차부터 300명대를 넘어섰다.
특히 강제추행의 경우 13세 미만 어린이 피해자가 전체 추행범죄의 73.6%를 차지했다. 또 학교수업 이후 학원이나 집으로 가는 오후 시간대(오후 1∼6시)의 범죄가 강제추행 전체의 절반(49.8%)을 차지해 초등학생이나 미취학 아동을 둔 학부모들의 하굣길 보살피기가 꼭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위는 “피해 아동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며 “가족에 의한 성범죄도 전체의 10%에 달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범률 상승,범행 흉포화=지난 2월 서울 용산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허모(11)양 성추행 살인 사건은 이웃의 신발가게 주인 김모(53)씨가 주범이었다. 김씨는 범행당시 성범죄로 집행유예를 받았던 상태였다. 마포 등 서남부지역에서는 유아 성폭행죄로 5년 징역형을 받고 출소한 성범죄 전력자가 6개월만에 9∼13세 초등학생 12명을 대상으로 연쇄 성폭행을 벌였다. 청소년위가 집계한 재범발생현황은 2004년 12월 제7차,8차 공개당시 각각 18명,15명에서 9차,10차에는 각각 24명,23명으로 늘어났다.
청소년위는 재범 방지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3년 11월부터 시행된 ‘성범죄자 교육 사전이수 후 신상공개 면제’를 택한 994명 중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경우는 1명에 그쳐 재범률이 0.1%를 기록했다. 그러나 신상 공개가 집행된 5157명 중에는 38명이 다시 범행,교육을 이수한 경우보다 재범률이 7배 이상 높았다.
◇인터넷 성매수 여전,처벌은 관대=청소년을 상대로 성을 사는 범죄는 여전히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성매수의 경우 인터넷을 이용한 범죄가 제6차(68.3%)→제7차(78.1%)→제8차(82.0%)→제9차(83.3%)→제10차(90.0%)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반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관대했다. 집행유예가 전체의 45.6%를 차지해 가장 높았고 벌금형(35.4%)과 징역형(18.9%)이 그 뒤를 이었다.
◇아동 성범죄 대책은=전문가들은 아동 성범죄의 경우 아이들에게 예방 조치를 주문하는 것은 무리라며 가해자 대부분인 어른에 대한 예방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일청소년 상담소 김영란(46·여) 소장은 “아동 성폭력 전문경찰과 녹화진술실의 구비 등 제도적 보완뿐 아니라 아동에 대한 보호의식을 높이는 운동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국성폭력 상담소 김민혜정 활동가는 “성폭력과 성추행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어른들이 쓰다듬는 행위도 범죄로 인식되는 추세”라며 “상대의 몸에 대한 존중을 염두에 둔 의식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위는 이번달 입법예고를 통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친고제를 폐지하고 만 24세까지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강간범에게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쪽으로 관계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