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
2006-09-02 04:07:28 read : 3536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에 관한 홉스봄의 서문
박준식, 전병유, 조효래 옮김. 1988. "홉스봄(E. J. Hobsbawm)의 서문"『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 세계. pp 8-14.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는 영국사회를 변형시키고 그 주요한 소산으로서 프롤레타리아트를 창출한 산업혁명에 대한 간략한 묘사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엥겔스의 선구적인 업적들 중에서 최초의 것이다. 왜냐하면 1820년대에 영국, 프랑스의 사회주의자간의 토론에서만 창안되었지 그 당시까지만 해도 새롭고 잠정적이었던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에 입각하여 체계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대작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혁명이 초래한 변화에 대한 엥겔스의 역사적 설명이 역사적 전형성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저서의 설명이 아직도 유용하지만 뒤에 보다 완전한 형태의 저술에 의해 대체되기 때문이다. 터놓고 보면 엥겔스는 산업혁명이 초래한 변화를 집중화와 양극화의 거대한 과정으로 보았으며, 그 과정 속에서 점차 증대하는 프롤레타리아트와 점차 거대해지면서 수적으로는 소규모화되는 부르조아지가 도시화되는 사회 내에 창출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자본주의적 산업주의의 등장은 소상품생산자, 농부, 쁘띠부르조아지를 파괴시켰으며, 이러한 중간층의 쇠퇴는 노동자에게서 소장인에의 가능성을 박탈해버리고, 이들을 '이전에는 중간계급으로 진입 가능한 일시적 단계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인구중에서 일정하게 한정된 계급'으로 되어버린 프롤레타리아트의 대열에 묶어놓는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계급의식과 노동운동을 발전시키게 된다. 여기에 엥겔스의 또다른 주요한 업적이 있다. 레닌의 말에 따르면 "엥겔스는 프롤레타리아트가 단지 고통만 받는 계급이 아니라는, 다시 말해서 노동자로 하여금 자신의 궁극적 해방을 위하여 투쟁하도록 강제하고 내모는 것은 바로 치욕스러운 자신의 경제적 위치라는 사실을 언급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엥겔스는 이 책의 대부분을 "자본주의는 어떤 종류의 노동자계급을 창출하는가? 그들의 생활상태는 어떠하며 그러한 물질적 상태는 어떠한 종류의 개인적, 집단적 행동을 유발하는가?"에 대한 분석과 기술에 바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엥겔스는 사회과학에의 매우 완숙한 기여, 즉 아직도 여러 면에서 능가하기 어려운 업적으로서 자본주의적 공업화와 도시화의 사회적 충격에 대한 분석을 해냈다. 그 개요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공업화 이전의 배경을 갖는 새로운 프롤레타리아트를 사회의 지옥으로 내몬다. 거기에서 프롤레타리아트들은 경쟁이라는 비인격적인 힘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대상으로, 인간이 아닌 '노동' 또는 '도구'로 간주하는 부르조아계급에 의해서 하층으로 전락하여 불충분한 임금을 받고, 기아선상에서 헤매며 슬럼가에서 부패하도록 내버려지며, 무시되고 경멸받는다. 자본가는 부르조아 법률의 도움으로 자신의 공장규율을 강제하고 노동자들에게 벌금을 매기고 그들을 형무소에 보내며 자신의 바램을 노동자들에게 마음대로 강제한다. 계급으로서 부르조아는 노동자들을 냉대하며 맬더스적 인구이론을 내세워 1834년의 맬더스주의적인 '신구민법(New Poor Law)'의 잔혹함을 강제한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적 비인간화는 또한 노동자로 하여금 부르조아의 이데올로기와 환상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한다. 급격한 공업화와 도시화는 노동자로 하여금 자신의 사회적 위치의 교훈을 깨닫게 하고 노동자들을 집중시킴으로써 노동자로 하여금 자신의 힘을 깨닫게 한다. '노동자는 공업에 더욱 가까워질수록 더욱 진보적으로 된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여러가지 다른 방법으로 대처한다. 일부는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에 굴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콜중독, 비행, 범죄 그리고 비합리적인 지출 등의 증가는 사회적 현상이며,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것으로써 개인의 연약함과 이기주의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몇몇 노동자들은 그들의 운명에 수동적으로 굴복하여 존경스러울 정도로 준법정신이 강한 시민으로서 살아가려고 최선을 다하며, 공적인 일에 무관심하며 따라서 사실상 중간계급으로 하여금 노동자를 얽매고 있는 사슬을 더욱 조이게 하는데 일조를 하게 된다. 그러나 진실된 인간성과 인간의 존엄성은 노동자들의 상태가 필연적으로 창출하는 노동운동에서, 부르조아지와의 투쟁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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