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가 그 신을 신 아닌 것과 바꾼 적이 있느냐
2006-01-30 09:51:35 read : 2144
어느 나라가 그 신을 신 아닌 것과 바꾼 적이 있느냐
(렘 2:1~14)-예레미야(16)(C)
차준희 교수(한세대학교)
3. ‘헛것(nothing)’을 좇다 ‘헛것(no- thing)’이 되다: “나를 멀리하고 허탄한 것을 따라 헛되이 행하였느냐”(렘 2:4)
예레미야는 2절에서 예루살렘 사람에게 외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야곱의 집과 이스라엘 집 모든 가족”을 향해 말하고 있다. 야곱은 12지파 시조들의 아버지이다. 따라서 예레미야가 ‘야곱과 이스라엘’을 언급한 것은 이스라엘 역사의 시작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레미야의 선포는 당시대의 유다와 예루살렘(2절)뿐만 아니라 이미 망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다. 예언자의 메시지는 과거와 현재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하나님은 “너희 조상들이 내게서 무슨 불의함을 보았기에 나를 멀리 하고 가서 헛된 것을 따라 헛되이 행하였느냐.” 하며 책망조로 질문하신다. 여기서 조상은 이전(以前) 세대들을 대표하는 말이다.
‘헛된 것’이란 히브리어는 전도서에서 많이 쓰인 ‘헤벨’이라는 단어이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헤벨) 헛되며(헤벨) 헛되고(헤벨) 헛되니(헤벨) 모든 것이 헛되도다(헤벨)”(전 1:2). 이 단어는 ‘허무, 바람, 무의미’라는 뜻을 가진다. 그런데 이 단어가 여기서는 히브리어 전치사 ‘하’를 동반하고 있다. 즉 히브리어로는 ‘하헤벨’이다. ‘헤벨’이라는 명사는 가나안 종교의 주신(主神)인 ‘바알’과 비슷한 발음을 갖고 있다. 사실 이는 바알을 가리키는 말로 바알을 얕보는 표현이다. 즉 바알은 허무하고, 바람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바알(헛된 것)을 좇다가 결국 스스로가 헛된 것이 되버리고 말았다. 북이스라엘의 멸망이 이를 증명해 준다. “야웨의 율례와 야웨께서 그들의 조상들과 더불어 세우신 언약과 경계하신 말씀을 버리고 허무한 것(헤벨)을 뒤따라 허망하며(헤벨) 또 야웨께서 명령하사 따르지 말라 하신 사면 이방 사람을 따라 그들의 하나님 야웨의 모든 명령을 버리고 … 바알을 섬기다가”(왕하 17:15`~16). 결국 망국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거품(헤벨: nothing)’을 좇다가 스스로 ‘거품(헤벨: no thing)’이 되었다(참조. 호 9:10; 시 115:8).
인간은 자신이 섬기는 신에 의해서 그의 삶이 결정된다. 최고의 가치를 두는 사랑의 대상이 그 사람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바알은 물질과 풍요의 신이다. 현대 물질문명의 사람들에게 거의 신으로 간주되는 현대판 바알인 물질과 풍요는 사실 허상(虛像)이요, 그 허상을 좇는 삶의 끝도 허무할 수밖에 없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