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엄마한테 끌려서 왔어요. 여기 와서 보니까 여기 있는 친구들이 참 불쌍해요. 저희와 같은 사람인데 우리랑 다르게 건강이 나쁜 거니까 돕는 건 당연해요. 이웃이 서로 돕고 사는 것처럼 장애인도 많이 아프니까 도우면서 살아야 해요. 평생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꾸준히 도와 줄 거예요….” 엄마에게 끌려온 상준이 올해 11살 된 4학년 상준이는 엄마를 따라서 안암동에 있는 한 장애인 보육시설로 2년째 봉사를 다니고 있다. 중증장애아동 80명이 있는 이곳에, 11살 상준이는 그 또래의 장애아들에게 밥도 먹여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이곳저곳을 주물러 주기도 한다. 처음 엄마 손에 이끌려 이곳에 왔을 때는 자기와 다른 아이들을 보며 거리감을 느꼈지만, 어느새 큰 형처럼, 친구처럼 한명 한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평생 이 일을 하겠다는 4학년 상준이는 “처음엔 엄마한테 끌려서 왔어요. 그때는 진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요…. 또래 친구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여기 와서 보니까 여기 있는 친구들이 참 불쌍해요. 평생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꾸준히 도와 줄 거예요. 제가 크면 저 아이들도 크잖아요. 그때까지 친구가 돼서 도와주고 싶어요.” 이곳에 오면서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는지를 묻자 “친구가 계속 웃어주면 기분 좋은데요, 밥 안 먹고 화내면 정말 속상해요. 저희와 같은 사람인데 우리랑 다르게 건강이 나쁜 거니까 돕는 건 당연해요. 이웃이 서로 돕고 사는 것처럼 장애인도 많이 아프니까 도우면서 살아야 해요.”라며 상준이는 당연한 듯 쳐다본다.
장애어린이의 큰형이 되어버린 상준이 나가 놀 시간도 부족한 어린나이에, 또래 친구들을 목욕시키고, 밥을 먹여주고 함께 놀아준다. 어디를 만져줘야 웃는지, 말은 못해도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상준이는 금세 알아차린다. 그 곳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상준이는 마치 큰 형처럼 의젓하다. 또 소꿉친구처럼 편안하다. 한두 달에 끝낸 것이 아니라 2년 가까이 할 수 있었던 상준이의 꾸준한 사랑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어머니 신혜은씨는 늘 남을 위해 봉사하고픈 마음이 간절했다고. 그래서 결혼을 하기 전부터 아이를 낳으면 함께 봉사할 행복한 꿈을 꾸어왔다. “처음 상준이와 같이 나올 때는 천 원씩 용돈을 줬어요. 용돈 때문에 몇 번 나오더니, 돈을 안 받겠다는 거예요. 돈을 받으면 봉사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그러더니 친구들도 사귀고, 요즘엔 상준이가 더 부지런을 떨어요”라며 상준이 어머니는 아들이 마냥 대견하기만 하다.
친구를 끌고 오는 상준이 상준이와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 장규민 어린이는 “상준이의 모습을 보고 엄마를 졸랐어요. 왜 하냐고요? 음…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데요. 장애어린이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어요. 이제 네 번째 온 거라 아직은 잘 못해요. 하지만 상준이처럼 잘 할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해야겠죠.”라며 상준이를 본다. “어릴 적엔 관심도 없었고요. 아니 아무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마냥 어리기만 한 규민이는 어느새 생각이 훌쩍 자라버린 것 같다. “어울리진 않지만 운동선수, 농구선구가 되고 싶어요, 커서도요 열심히 일할 거예요. 물론 이 일도 꾸준히 하고 싶고요.”라며 웃는다. 어린이들도 서로 닮는가? 의아하고 신기했다. 상준이의 꿈은 프로 바둑기사다. 1학년 때부터 시작한 바둑을 요즘도 수업을 마치고 나면 바로 기원으로 향한다. 남들은 학원 다니느라 바쁜 시간에 하루 여덟 시간씩 바둑이라니? “상준이 인생은 상준이 것이잖아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뭐든 자기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하는 게 진짜 공부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솔직히 공부 욕심 없는 부모 없잖아요, 가끔씩 제가 안달내면 오히려 애 아빠가 상준이를 믿어보자고 한다니까요. 그래서 두 부자가 더 친해요.”라며 아들을 보며 웃는 신혜은씨.
사랑나누기가 너무나 당연한 상준이 누구나 남에게 사랑을 나누고픈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어린나이에 사랑을 나눌 줄 알고, 그 기쁨을 맛볼 줄 아는 상준이가 대견스럽다. 인터뷰 내내 도저히 11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의젓하다. 왜 봉사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 자체가 상준이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왜냐하면, 그건 상준이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상준이를 보며 함께 동참하게 된 규민이처럼 상준이의 사랑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준이가 지금 품고 있는 그 예쁜 마음을 그대로, 평생 간직하며 바르고 예쁘게 자라주길 소망한다.
엄마에게 끌려온 상준이 
친구를 끌고 오는 상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