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에서, 이제 갖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한 사회 선생님이 첫시간에 내준 과제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이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했을까요? 어떤 아이들은 재활용품을 잘 활용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더니, 블랙 리스트에 오른다며 엄마가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장난어린 방법을 생각했거나, 아직은 미숙한 대안들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진지한 아이가 하나 있었어요. 트레버라는 주인공이 그랬습니다. 트레버는 ‘도움주기’라는 방법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자기가 누군가 세 명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세 명은 또 각자 세 명에게 도움주기를 하는 거죠. 그리고 그 세 명의 세 명이, 또 세 명에게 도움주기를 하죠. 뭐 생각나는 게 하나 있죠?
예～ 우리에게 익숙한 피라미드식 방법이죠. 어쨌든 계속 이렇게 계속 하다 보면, 도움주기를 하는 사람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이 세상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을거란 기대였죠.
그래서 이 아이는 집에 가는 길에, 동네에 있는 노숙자 한 명을 집으로 데려갑니다.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었습니다. 이 노숙자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직장을 얻습니다. 마약도 끊습니다. 그리고 트레버의 집에 있는 고장난 자동차를 몰래 수리해주면서, 자신도 도움주기를 실천해 나갑니다.
어떤 유명한 변호사는 예전에 이와 비슷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딸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생명과 연결된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던 거죠. 그래서 비오는 어느날 어떤 사람의 차가 사고로 부서진 것을 보고는, 그 사람에게 자신의 고급 승용차를 그냥 줘버리고 옵니다. 자기가 받은 도움을, 이제는 남에게 전달해주는 것뿐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독신이었던 트레버의 선생님과 이혼녀인 트레버의 어머님은, 트레버의 도움주기를 계기로 서로 사랑을 하게 됩니다. 트레버가 선생님도 돕고, 어머님도 돕기 위해 서로를 연결해주었던 거죠.
영화가 전개되면서 이런 식의 장면들이 계속 나옵니다.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아～ 저런 방식이 있었구나…’ ‘정말 저렇게 도움주기 운동을 해나가면 세상이 아름다워지겠구나…’ 처음엔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까, ‘저게 정말 말처럼 쉬울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로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이 방법들이 실패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선생님은 세상을 변화시킬 방법을 찾아서 실천하라고 했지만, 그냥 말뿐이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얼굴과 가슴에 큰 화상을 입은 장애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화상은, 알콜 중독에 걸린 아버지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려서 태웠기 때문에 생겼던 상처였습니다. 그 이후로 이 선생님은, 세상과 담을 쌓고 그 경계선을 넘어서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은 사람들을 기피하며 폐쇄적인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는… 이 세상을 한번 변화시켜보라고 거창하게 말만 할 뿐이었던 거죠.
트레버도, 깡패들에게 얻어 맞고 있는 친구를 돕지 못하면서 실의에 빠집니다. 트레버의 도움을 받았던 노숙자 역시…, 결국엔 마약에 손을 대게 되고, 다시 길거리로 나갑니다.
트레버의 어머님과 선생님 역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툽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은 분명했음에도, 서로 다투고 화해하지 못하고 헤어져버립니다. 결국 트레버도 어머님과 선생님이 다 미워져버립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변화의 시도는 먼 얘기가 되어버립니다.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한 걸까요?
이 영화의 주제는 ‘화해’였습니다. 처음에 저는 ‘도움주기 운동’이 이 영화의 주제인 줄 알았습니다. 물론 영화의 결말에서 이 운동이 확산되어 가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화해였습니다.
트레버가 어머님과 선생님의 못마땅한 태도에 대해 마음 속으로 용서를 합니다. 그랬더니 다시 용기가 생깁니다. 또다시 깡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친구를 위해, 과감히 자신의 몸을 던집니다.
트레버의 선생님과 어머님이 서로 화해합니다. 서로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다시 고백합니다. 그랬더니 세상이 다시 아름답게 보입니다.
트레버는 깡패를 만난 친구를 돕다 칼에 찔려 죽습니다. 선생님과 어머님은 너무나 마음이 아팠지만, 트레버의 도움주기 운동에 감명받은 사람들이, 그의 집으로 끝없는 추모의 행렬을 이어주는 것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트레버가 살아 있을 때 인터뷰한 장면이 나옵니다. 이 아이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잘 들어보십시오.
처지가 아무리 나빠도,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바꾸기가 힘든가 봅니다. 그래서 결국은 포기하고, 자신한테 지게 됩니다.
무엇을 바꾸기 힘들까요? 무엇을 포기하게 될까요?
도움주기 운동? 네… 이것도 역시 바꾸기 힘들고 실천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더 힘든 것은, 그래서 더 바꾸기 어려운 것은, 그래서 결국 ‘에이～ 모르겠다’ 하며 포기하게 되는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용서하는 일입니다.
상황이 아무리 악화된다고 해도, 화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로 화해하지 않습니다. 먼저 손 내미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결국 포기하게 됩니다. 자기도 모른 채 패자의 길로 가는 겁니다. 화해하고 용서할 때… 세상이 아름다워지는데 말이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움주기 운동’ 같은 제도적인 변화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각자의 마음이 먼저일 수 있는 겁니다.
아름다운 세상이 뭐 아주 거창한 것만 얘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요인 1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업무성과 때문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줄 아십니까? 자기계발 때문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까요? 이 둘을 제치고 직장인에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상사와 부하직원, 동료들간의 인간관계라고 합니다. 결국 인간관계가 풀리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사람들이 이 인간관계를 어떻게 푸는지 아십니까? 1위가 음주, 2위가 운동, 3위가 수면, 4위가 문화활동, 5위가 취미특기활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술 마시면, 운동하면, 잠 좀 자면, 영화보면 인간관계가 풀립니까?
화해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본 말씀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역시 화해입니다. 23절과 24절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가 화해하고 나서 돌아와 예물을 드려라”
저는 지금 있는 교회 중등부와 청년부를 3년째 맡아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배 봉헌 시간때마다 이 말씀을 읽어 왔습니다. 화해하고 예물을 드려라…
이 23절과 24절의 말씀대로라면 우리는, 매주 예물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 아주 많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실제로 말이나 몸으로 다툰 경우까지는 별로 없을지 모르겠지만, 가정, 직장, 교회 등등에서, 마음으로는! 많은 갈등과 미움을 가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말씀을 좀더 자세히 보게 되면 21절과 22절의 말씀보다도 더욱 엄격한 조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21절과 22절에서는 예물을 드리는 당사자 즉, 예배자가 직접 분노하고 욕하는 것에 대해 서술해놓고 있지만, 23절에서는 예배자의 분노가 아니라 예배자에 대해, (천천히) ‘다른 사람’이 느낄지도 모르는 분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입니다.
즉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내가’(!) 화를 낸 것 뿐 아니라, 게다가 ‘내가’(!) 마음속으로 미워한 것 뿐 아니라, 나는 잘 모르겠지만 상대방이 나에 대해 분노할 만한 일이 있는 지까지… 우리는 살펴 생각하고 나서, 예물을 드리고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단 한 주라도 온전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이겠습니까? 지금 여러분들이 이렇게 평화로운 얼굴로 예배당에 앉아 계시지만, 이 말씀을 그대로 따르려고 한다면, 아마도 여기 계신 분들의 대부분은 당장 밖으로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 말입니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도저히 맞지 않아 보이는 성경의 말씀들을 볼 때마다, 자연히 우리는 이 말씀의 본래 의미는 다른 데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당시의 사회적역사적 상황을 살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말씀 역시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분명 다른 것이 있습니다.
즉 사실 당시에 예물을 드리는 경우는, 특별한 시기 외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기껏해야 유월절 같은 기간 동안에나, 예루살렘 성전 제단에 예물을 드리기 위해, 짐승 등을 가져오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었단 얘기죠. 다시 말해서 오늘날처럼 매주 예물을 드리는 것은 아니라, 1년에 겨우 몇 차례나 예물을 드릴까 말까했다는 것입니다.
자, 이러한 해석은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내가 비록 매주 화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몇 달 안에는, 늦어도 올해까지는 반드시 화해하고 나서 예배를 드리겠다’ … 라고 다짐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해석과 다짐은, 우리에게 더 큰 위기로, 더 큰 죄악으로 다가올 지도 모를 일입니다. 화해의 시기를 뒤로 미루고 미루면서 예배를 드리다가, 미움과 분노의 마음으로도 온전히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착각의 습관이, 몸에 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일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리고 적어도 막되어먹지는 않은 기독인이라면 살인한 것에 대해 누구나 먼저 잘못을 구하고, 회개하고 나서야 예배를 드릴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오늘 살인을 저질렀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하는 것은 몇 달 안에, 늦어도 올해말까지는 하겠다라고 생각하는 기독인은 거의 없을 거란 말입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미움과 증오와 다툼에 대한 화해와 회개는, 마치 살인을 했을 경우에서처럼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오늘 주신 예수님 말씀의 초점이라 이겁니다.
에베소서 4장 26절에도 바로 여기에 강조를 둔 말씀이 나와 있습니다. 한번 같이 찾아보겠습니다.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즉 즉각적으로 화해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바로 27절에 왜 그렇게 해야 하느냐하는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화를 오래 품고 있을수록 “마귀에게 틈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마태복음으로 돌아와서 25절 말씀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화를 내고 원망하고 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나도 모를만한 일이지만, 왜 나로 인해 원망하는 마음을 갖게 된 사람들에게까지 화해해야 하냐면, 왜 화해하고 나서야 예물을 드려야 하냐면,
바로 그 사람이 나를 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내가 옥에 갇히기 때문입니다.
‘그래, 까짓 거 내가 져 준다’ ‘내가 그냥 참는다’ 하면서 용서를 해주고(!), 화해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화해하지 않으면, 용서를 빌지 않으면, 마귀가 틈타게 되고, 실제적으로 고발당해서 옥에 갇히게 된다 이겁니다. 마치 안 해도 될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예물 드리는 것과 화해하는 게 무슨 상관이냐만, 성경에 그러라고 나와 있으니 그렇게 해주지 뭐’ 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에 나 자신이 잘못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 이겁니다. 당장에 실질적으로 내가 손해를 보게 된다 이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허공에 떠 있는 추상적인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실질적인 경건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신 겁니다. 경건과 실제 생활은, 예배와 실제 생활은, 절대로 분리되는 것이 아님을, 예수님께서는 보이지 않게 말씀하고 계신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예수님의 말씀들을, 단순히 좋은 말씀이지만 우리가 지키기에는 너무나 불가능한 것이라고도, 혹은 너무 세속적이어서 이것이 도대체 예수님께서 하실 말씀이냐라고도 생각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실제적인 경건을 얘기하셨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성경을 보아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지금 미워하는 것, 분노하는 것, 화해하지 못하는 것을, 살인과 똑같은 죄로 보고 계십니다. 우리는 이 말씀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말씀을 그저 극단적인 비유려니, 이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려니 하면, 예수님의 마음을(!) 저버리는 행위가 됩니다.
바로 그렇게 이 핑계 저 핑계 갖다 붙이려는 자들이 있을 것이기에,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26절에서 예수님은 “네가 한 푼이라도 남김이 없이 다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서 나오지 못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한 부분이라도, 아주 작은 일일이지라도, 진심으로 화해하지 않으면, 곧 살인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피 한 방울, 살 한 조각까지도 다 내어주시고 우리와 화해를 이루신 것처럼, 우리도 단 1원 어치라도 남김없이 화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이 ‘한 푼’ 혹은 ‘호리’라고 번역된 ‘고드란트’라는 화폐 단위는, 로마 화폐의 최저 단위였습니다. 너희들이 자꾸 설마설마하는데, 정말 단 1원 어치라도 남김없이 화해해야 한다… 라고 예수님께서, 설마설마하는 우리에게 강조하고 계시는 겁니다.
요한일서 4장 20절에는 이런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
우리가 눈에 보이는 바로 옆에 있는 형제자매, 가정과 이웃들을 사랑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눈엣가시처럼 보이는, 약올라서 죽을 것 같은 사람을 바로 옆에 놔두고, 어떻게 이 자리에서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바로 우리 기독인들에게 만연되어 있는, 이원론이라는 병폐에 찌들어 있는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신앙과 생활은 같을 수 없다… 적어도 다를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예물을 드리기 전에, 예배를 드리기 전에, 먼저 마음 속으로 약올라하고, 뒤에서 다른 사람들과 험담하고, 급기야는 입과 몸으로 한바탕 붙고 온 바로 내 가족과 이웃에게,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화해하고 오라는 것은, 바로 예배와 일상생활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고 계신 겁니다. 더 이상 예배 따로 생활 따로의 모습을 보이지 말고, 예배가 생활이요, 생활이 예배인, 진정한 경건의 모습을 되찾으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배라는 말을 헬라어 어원에 따라 해석하면, 그저 단순히 ‘평신도가 살아가는 일상 생활’을 의미합니다. 즉 ‘어디에서 하든지 사람들이 하는 그 일’이 바로 예배의 원래 의미였습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든지, 팔든지, 구경하든지, 쓰레기를 치우던지, 정치적인 일이든지, 사무적인 일이든지, 모든 것에 있어서 사람들이 하는 일, 그것이 예배의 의미였다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점차로 이 말의 본래적 의미는 축소되고, 마침내 오늘날 이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단지 ‘교회 안에서’ 사람들이 하는 일 즉, 기도를 한다든지 찬송을 부른다든지 설교를 하거나 듣는다든지, 성례전을 거행한다든지 혹은 철야를 한다든지 하는 일로 인식하기에 이르러 버렸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과 ‘교회 밖에서’ 일어나는 일 사이의 엄청난 구별을, 합법화시켜 버린 결과를 낳아버리게 된 것입니다. 즉 ‘교회 안에서’의 예배와 ‘교회 밖에서의’ 일상 생활이 완전히 따로 놀아도 된다는 것을, 합리화시켜 버렸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십일조 등의 예물의 목적은, 주일 예배 행위의 목적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평상시에 어떻게 살라고 하시건 간에, 우리는 그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를 계속해서 잘 지탱해 나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하나의 보험에 가입해 두는 기복적 신앙으로 전락시켜 버리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예배와 생활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해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의 무수한 제물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뇨 나는 숫양의 번제와 살진 짐승의 기름에 배불렀고 나는 수송아지나 어린 양이나 숫염소의 피를 기뻐하지 아니하노라” 이사야서 11장 1절에 나와 있는 말씀입니다.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며 번제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원하노라” 호세아서 6장 6절의 말씀입니다.
또한 미가서 6장 6절에서 8절까지에서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여호와 앞에 나아가며 높으신 하나님께 경배할까 내가 번제물 일년 된 송아지를 가지고 그 앞에 나아갈까 / 여호와께서 천천의 수양이나 만만의 강수 같은 기름을 기뻐하실까 내 허물을 위하여 내 맏아들을, 내 영혼의 죄를 인하여 내 몸의 열매를 드릴까 /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이 오직 공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사랑하라는 것은 단지 무조건 참아라, 무조건 인내해라, 무조건 조용해라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도 성전이 더렵혀지시는 것에 대해 몸으로 분노하셨고, 바리새인들의 가식적인 행위에 대해 입으로 욕하셨습니다. 예수님 당신께서 스스로,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려고 온 줄로 아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도리어 분쟁하게 하려 함이로라”(누가복음 12장 51절)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마태복음 10장 34절) 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자유와 정의, 진리를 위해서는, 하나님과 예수님, 성령님과의 일치를 위해서는, 확연하게 갈라설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의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화해하지 않으려면 예물도, 예배도 드리지 말라고 하신 말씀과, 화평을 주려 온 게 아니라 분쟁과 검을 주러 왔다고 하신…, 이러한 상반된 예수님의 명령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활해야 하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데 사실 우리는, 굳이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가 처한 분쟁과 다툼, 미움과 욕심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우리는 알고 있지 않습니까?
바리새인들이 간음한 여인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해서, 안식일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해서… 예수님께 물어본 겁니까?
마치 고3 수험생들이, “선생님. 어떻게 하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나요?”라고 묻는 것과 같은 겁니다.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좀더 쉬운 방법을 묻는 것이죠…
21세기의 키워드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IT, BT부터 웰빙, 지구온난화, 지속가능성, 생태, 여성 등등… 그리고 그 중 하나가 ‘화해’라는 키워드입니다. 그리고 화해의 필요성이 가장 많이 대두되는 곳이 바로 종교의 현장이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리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화해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어찌보면 화해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치약을 왜 위에서부터 짜냐, 왜 아래서부터 짜냐라는 문제로 이혼한 사람도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예수님이야… 오늘 본문 말씀처럼 단정적으로 말씀하셨지만, 우리가…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바울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로마서 12장 18절을 찾아서 같이 보겠습니다.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
‘할 수 있거든’… 즉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하라는 얘기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암시하고 있는 겁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어렵긴 하지만 말이죠… 그러나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바울 뿐 아닙니다. 화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시던, 이제 고인이 되신 한경직 목사님에게 이런 일화가 있었습니다.
한경직 목사님께서는 1992년 템플턴 상을 수상하셨습니다. 템플턴 상은 마더 테레사 수녀님,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 등이 받은, 종교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대단한 상입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수상을 축하하는 교계의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한경직 목사님이 연설을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분 좋은 자리에서 그 분이 하신 말씀은,
“저는 죄인입니다” “저는 일본 강점기 때 신사참배를 한 목사이므로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50여년간 품고 살아온, 가슴 속에 맺힌 죄의식에 대해, 그제서야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한 것입니다. 지금은 개신교를 대표할 만한,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만한 개신교의 목사님도 계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모든 이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분이 한경직 목사님이셨습니다. 그런 그 분마저도… 용서를 빌며 화해하는데 50여년의 세월이 흐른 것입니다.
화해라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겁니다. 화해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얼마나 더 출세하고, 얼마나 더 명예를 얻고, 얼마나 더 권력을 얻는데 있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의 목표는, 얼마나 더…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목표는, 하나님께서 똑같이 사랑하셔서 모두가 구원받기를 원하시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과, 화목하고 화평하게 지내는 데 있지 않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예배드리는 우리의 마음이, 미움과 다툼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화해의 마음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화해의 마음이 바로 예수의 마음이지 않겠습니까?
“화해하기 전에는 예물도, 예배도 드리지 말아라” 또한 동시에… “나는 화해가 아닌 분열을 주러 왔다”
이 상반되어 보이는 말씀을 실천하며 온전한 기독인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의 말씀을 넘어, 예수의 마음으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복잡하고 피곤한 이 세상에서 화해로 예배하는 자의 온전한 기독인의 모습이 아닐까요?
오늘 예수님께서 주신 이 선포의 말씀을 통해 여러분은 예수님의 마음을 얻어 돌아가시길 소망합니다.
추석 명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쌓인 것이 있습니까? 좋은 것들이 쌓이면 추억이 됩니다. 그러나 나쁜 것들이 쌓이면 앙금이 됩니다. 여러분들에게는 어떤 마음들이 쌓여 있습니까? 혹 쌓인 앙금이 있다면, 먼저 용서를 구하십시오. 평생 짐으로 살고 어려워하지 말고, 이제 화해하십시오. 그래서, 매일매일이 예배인 삶을 사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