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수제자인 베드로는 과연 초대 교황인가. 여기에는 논란이 있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당연히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해 지금까지 264명의 교황이 있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황’이란 용어가 언제부터 정확하게 사용됐는지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대략 교황을 부르는 칭호인 ‘파파’는 4세기 시리치오 교황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서기 445년 레오 로마주교는 자신을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 그리스도 왕국의 열쇠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그레고리오 7세(1073~1085)가 최종적으로 이를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에게 쓰이는 칭호로 규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로마 가톨릭은 ‘교황’의 근거로 마태오 복음 16장16~19절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를 든다.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세운다는 의미는 교황제를 인정한다는 의미이고 천국의 열쇠는 교황의 절대적인 권위를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론이 많다. 우선 해석상의 문제다. 개신교를 비롯한 반대론자는 성경 전체의 문맥이나 예수가 사용했던 ‘반석’이란 단어의 헬라어(그리스어) 용법을 보면 “가톨릭의 설명은 확대·유추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즉 이 구절은 ‘베드로를 머리로 하는 제도화된 형태의 교회를 세우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베드로가 고백한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는 뜻이라는 얘기다. 베드로는 오늘날의 교황과는 달리 결혼을 했으며,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할 정도로 실수가 많았고, 스스로 ‘예수의 대리인’이나 ‘교회의 대표자’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신약성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도 바울의 서신(書信) 어느 곳에도 베드로에 대한 특별한 지위나 대우를 언급한 구절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초대교회만 해도 여러 사도에 의한 집단적 지도체제가 많았는데 가령 초대 예루살렘 교회만 해도 의장이 베드로가 아니라 야고보 사도였다는 설명이다.

역사가들 쪽에서도 반론이 있다. ‘주교’란 이름이 막강한 정치적 권력까지 지닌 ‘교황’으로 바뀌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기독교는 예수 이후 300년간 교황이란 제도가 없이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4세기 콘스탄티누스 로마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고 로마의 교회 지도자들에게 정치적인 힘을 실어주면서 로마 주교들이 뒤늦게 ‘교황’이라는 아이디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즉 기독교가 로마에서 공인을 얻은 뒤 교권(敎權)과 왕권(王權)의 대립 과정을 자주 겪게 되자 ‘베드로가 초대 교황’이라는 주장으로 교권의 권위와 정통성을 찾으려 했다는 주장이다.

첫 대(大)교황은 그레고리오 1세

세계는 국경과 종교, 피부색을 초월하여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그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교황은 역사상 흔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복 받았다 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로 바오로 2세를 ‘교황 중의 교황’인 ‘대(大)교황’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최초의 대교황은 그레고리오 1세(재위 590~604)다. 비잔티움(지금의 이스탄불)에 한동안 머물며 그곳 사정에 정통한 덕분에 당시 동로마 제국의 지배하에 있던 교권을 독립시켜 교황권을 확립한 인물이다. 대표적인 기독교 음악인 그레고리안 성가는 바로 그의 이름을 땄다.

대관식이라 불리는 유럽 왕의 즉위식 전통도 따지고 보면 교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 프랑코 왕국의 샤를르마뉴 대제가 성베드로 성당의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있을 때 레오 3세가 갑자기 황제에게 다가가 황제의 관을 그에게 씌워줌으로써 비롯됐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를 통해 프랑코 왕국의 왕을 신성로마제국의 왕으로 격상시켰으며 두 세력은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임을 자처했다.

레오 9세(1048~1054)는 1059년 오늘에까지 유효한 교황 선출의 원칙을 확립한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교황의 지명권과 선출권은 추기경만이 행사한다는 원칙이 그에 의해 확립된 것이다. 그는 또 성직매매 금지와 성직자의 결혼을 금한다는 원칙도 마련했다. 그러나 레오 9세는 개혁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성향 또한 강해서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 대표적 예가 남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에 정착해있던 바이킹에게 무력을 사용하여 비잔틴 제국과 불화가 일어난 게 그것인데, 이는 마침내 동서 교회의 분열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12세기 유럽 역사는 십자군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95년 우르비노스 2세는 클레르몽에서 가진 설교에서 “신이 그것을 원하고 계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곳에 모인 프랑스 귀족과 성직자들에게 그리스도께서 그들을 위하여 돌아가셨던 바로 그 도시에서 죽는 것만도 무한한 영광이라며 이런 말도 덧붙였다. “이곳 유럽에서는 좁은 땅에서 기독교 신자끼리 서로 싸우고 죽이고 있다. 그러나 원정에 참가하면 적의 재산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승리를 거두고 영광스럽게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이를 시도하다가 혹시 죽는다 할지라도 천국의 상급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말에 열광한 군중은 ‘하느님의 뜻’을 외치면서 다투어 십자군 원정에 출전하기를 맹세했다. 그렇게 해서 십자군 전쟁이 시작됐던 것이다.

새로운 교황이 추기경단에 의해 선출되면 하얀 연기를 창밖으로 내보내는 시스티나 성당은 성베드로 성당의 우측에 자리잡고 있다. 성당의 이름은 이를 지은 시스토 4세에게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이 성당이 유명한 것은 내부 천장과 제단 벽면에 그려진 벽화다. 이들 벽화는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미켈란젤로에게 명해서 그려졌다. 작업은 1508년 5월 10일에 시작되었다. 시스티나 성당의 건축이 시작된 1475년은 미켈란젤로가 태어난 해이고 ‘천지창조’를 그리기 시작한 해는 그의 나이가 예수그리스도의 마지막 생애 나이인 33세와 같았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특이하다.

사생활 베일에 싸여 ‘호기심’

바티칸은 또한 감춰진 성소다. 그 주인인 교황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그래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최근 영국의 교회 문제 전문가이자 작가인 나이젤 코손은 전문가답게 ‘교황들의 사생활’이란 책을 통해 바티칸 내부의 비밀을 얼마간 들춰냈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나폴레옹 때까지 1500년간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교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몇몇 불경스런 사례들을 소개했다. 일부 교황들은 성직자이기를 포기하고 여색을 탐하거나 정부를 거느린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교황이 다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는 그는 교회 안에는 금도를 지키는 교황과 성직자들도 없지 않았다며 그 예로 그레고리오 1세를 들었다. 그는 순결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겨 자위행위까지 육체에 반해 행하는 죄악이라고 보았으며 자기도 모르게 몽정했을 경우 7일간 단식하며 회개하게 했고 자위행위를 했을 경우의 단식 형벌은 20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또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을 경우에는 물과 빵만으로 2년 동안 목숨을 연명하게 했고 처녀를 욕보인 사람은 3년간 단식하도록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