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에게 좋은 소식을/사 61:1-3, 눅 4:18-19
2005-10-03 08:33:37 read : 1911
가난한 자에게 좋은 소식을/사 61:1-3, 눅 4:18-19
12월은 성탄의 달입니다. 오늘 아침 성탄의 정신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성탄의 정신은 한마디로 가난한 자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것입니다. 오래 전 선지자 이사야는 메시야가 이 세상에 와서 하실 일 세가지를 이렇게 예언했습니다.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슬픈 자에게 위로와 화관을"(사61:1-3). 예수님은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세상에 오셨고,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주시기 위해서 오셨고, "슬픈 자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시기 위해서 세상에 오셨습니다. 이것이 성탄의 정신이요 메시야의 정신입니다. 예수님 자신도 자기의 사역이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눌린 자에게 은혜의 해를 전파"하는 것이라고 눅4장에서 선언했습니다.
1.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짓눌려 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슬픔과 절망 가운데 빠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 밤 KBS2 TV방송 "추적 60분"프로에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주제로 우리 사회의 가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도했습니다. 70%를 점유하고 있던 한국의 중산층이 지금 50%이하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일본의 중산층은 95% 이상임). 실업자가 150만 명을 넘어 섰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루에 2,3만원 벌이를 하려고 길가에 나선 사람들이 수 십만 명에 달하지만 2,3만원 벌이도 어렵게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경상도 의령에 사는 어느 가장은 병들어 죽어 가는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서 자기 눈의 각막을 팔려다가 사기꾼들에게 사기를 당하고 분노와 좌절에 빠져 있는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수퍼 마켓에 들어가서 우유를 흠처가는 가장이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사회전반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음과 함께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어느 백화점에서 쎄일이 있었는데 100만원 이상의 물품을 사 간 사람들이 하루에 1,500명에 달했다고 했습니다. 1000만원짜리 밍크 코트, 30만원짜리 머리 빗, 80만원짜리 여자 속옷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했습니다. 룸 쌀롱이 밤마다 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IMF이후 손님들이 더 많아졌다고 룸 쌀롱 종업원이 증언했습니다. "IMF시대야 말로 술 맛이 나는 시대라"고 지껄이면서 술 값 3, 4 백만원을 껌 한 개 값처럼 흥청망청 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종업원이 말했습니다. 어떤 교수는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지금 상류층은 탈세 등으로 인해 하류층보다 세금을 5분의 1정도 밖에 내지 않으면서 과소비를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오늘 아침 왜 우리 사회의 가난의 현실과 과소비의 현실을 이렇게 길게 묘사하고 있습니까? 성탄의 정신과 메시야의 정신을 되 찾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성탄의 정신은 가난한 자, 짓 눌린자, 슬픈 자에게 도움의 손길과 위로의 손길과 사랑의 손길을 펴는 것입니다. 메시야의 정신은 내가 돈이 좀 있다고 흥청 망청 과소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겨울 보다도 추운 금년 겨울을 맞아 저와 여러분들이 예수님의 정신과 삶을 본 받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정신과 삶은 가난한 자를 찾아가서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곳을 찾아가셨습니다. 그가 탄생하신 곳은 마굿간의 여물통이었습니다. 그가 자란 곳은 가난한 천민들이 모여 사는 갈릴리 나사렛 마을이었습니다. 주님은 가난한 어부들을 찾아가서 그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들을 제자로 삼으셨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에게 8복 중 첫째 복을 선포하셨습니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눅6:20). 예수님은 거지 나사로에게 아브라함의 품에 들어가는 축복을 부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굶주린 5천명에게 떡과 물고기로 먹이시고 그리고 자기 자신을 먹어야 영원히 산다고 설교했습니다. 예수님은 어느 날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두 렙돈의 헌금 넣는 것을 보시고 크게 칭찬하시기도 했습니다. "이 가난한 과부가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눅 21:3). 어떻게 보면 예수님의 한 평생은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 지낸 삶이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의 부유층과 권력층이 예수님을 싫어하며 배척했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을 찾아가셨을 뿐 아니라 친히 가난해 지셨습니다. "부요하신 자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고후 8:9).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빌2:6-7). 그 분은 일생을 가난하게 사시다가 가난한 모습으로 죽었습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눅9:58). 예수님의 삶에는 과소비나 사치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3. "성탄의 정신을 본받자"
이제 말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성탄의 달을 맞아 우리도 우리의 관심을 가난한 자들에게로 돌리십시다. 성탄의 정신을 본받아 실천하십시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난이 죄는 아니지만 가난은 불의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저지를 불의의 결과로 나타난 불행입니다. 세상에 불의가 존속하는 한 가난이 없어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할 것은 주님처럼 검소하게 살면서 가난한 자들을 찾아가서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것입니다. 큰 소리로 설교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과 그리고 북한에서 우리보다 더 고통 당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지난 번 바자회 헌금으로 모은 600여만원은 지금 우리 교회 안과 밖에 있는 지극히 가난한 불우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분배되어 지고 있습니다. 조그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큰 위로와 격려를 받는지 모릅니다.
지금 북한에 사는 우리 동족들의 가난은 너무나도 극심합니다. 지난 목요일 밤 북한동포를 돕기 위한 사랑의 만찬과 모금행사가 있었는데 연극배우 윤석화 씨가 북녘에서 온 편지 한 장을 눈물로 낭송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에게도 그 편지를 낭송해 드리겠습니다.
"북녘에서 온 편지. 존경하는 고모님에게 전합니다. 고모님 그 동안 옥체 건강하신지요. 대수술을 받으신 고모님이 이제는 완쾌되셨는지요? 이 조카는 그저 마음뿐이지 어떻게 할 방도가 없구만요. 이렇게 편지를 쓰는 저는 ○○삼촌한테로 고모님께 전해 달라고 여러 번 편지를 했는데 소식이 없어서 또 이렇게 펜을 듭니다. 고모님과 ○○삼촌 네 생활도 넉넉치 못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손을 내미는 이 조카를 리해해 주세요. 저는 여기서 어떻게 더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어서 병석에서 신고하시는 고모님께 청탁을 하는 바입니다. 통속적으로 말해서 저를 도와 달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작년의 고난의 행군에 이어, 올해도 간고한 고난의 강행군을 합니다. 내년에도 변화는 없을 것 같으니 어찌 살아야 합니까? 몇 년째 배급도 없지 거기다 제가 2년째 앓다니 정말 살고픈 생각이 없습니다. 첫째 아이는 10살 되던 해에 속이 썩어 나는 병으로 죽고, 둘째 아이는 지 동무들을 따라 거리로 나간 지 얼마나 되는지 모릅니다. 한겨울이 다가오는데 어디서 얼어 죽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뿐만 아니라 강원도에 계시는 아버님도 몹시 나쁜 상태입니다. 병환은 갈수록 심해지고 군대에서 타 가지고 나온 텔레비죤도 팔아서 이미 다 써 버리고 이제는 더 이상 팔 물건도 없고 집이라도 팔아야 하는 사정입니다. 어머님 돌아가실 때도 제대로 약 한번 못쓰고, 따뜻한 밥 한 그릇 못 지어 드렸는데 이제 아버님마저 저리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시면 우리가 더 살아 무엇하겠습니까? 더 이상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통일은 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빨리 끝을 보던지 말입니다. 집안의 형편을 이렇게 늘어놓아 죄송합니다. 지금 여기는 중국 친척들의 방조를 받아서 사는 가정이 부지기수입니다. 이 편지도 친척방문차로 우리 마을에 온 중국손님을 통하여 보내게 됩니다. 저의 안타까움을 덜어 주자고 이 손님이 꼭 고모와의 연계를 취해 주시겠다고 하여 쓰는 편지입니다. 고모님, 조카의 이 마음을 꼭 알아주시고 도와 주십시오, 정말 저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꿈에도 고모님께로 달려가 이 안타까운 마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지만 국경이라는 것이 가로놓여 마음만 달려갈 뿐입니다. 고모님을 만나 온 지도 어언 1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만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저의 생활은 변하기는 고사하고 이다지도 나날이 더 쪼들려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젠 더 헤어날 수가 없어서 고모님께 렴치를 불구하고 이렇게 어려운 부탁을 합니다. 고모님 그러니 이렇게 손을 내미는 이 조카를 리해해 주시고 중국에 계시는 일가 친척들이 서로 협력하여 다만 얼마만 이라도 좋으니 저를 좀 도와 주세요. 저는 지금 새별교두에서 아들과 함께 근 한달 넘어 언제면 나올가 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날시가 추워지면 여기에서도 더 이상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고모님이 어떻게 이 조카를 좀 도와 주세요. 고모님! 앓으시는 고모님께 이렇다 하게 해놓은 것이 없이 이렇게 손을 내미는 철없는 이 조카를 꼭 용서해 주시리라 보면서 저는 고모님을 하늘처럼 믿고 그만 펜을 놓으려고 합니다. 그날 편지를 받은 즉시 회답을 보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고모님이 귀한 몸 건강 하시기를 이 조카는 간절히 빌면서...... 안녕히 계십시오. 1998년 11월 6일 온성에서 조카 박 ㅇㅇ 올림"
성탄의 달을 맞아 성탄의 정신을 되새기십시다. 가난한 자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며 위로와 도움의 손길을 펴는 일을 조금씩이라도 실천하십시다. 이번 12월 한 달이 어려운 생활 중에서도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랑과 격려의 손길을 펴는 한 달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