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서 공군장교로 복무 중인 김모(28)씨는 이달 중순 모 전자회사 AS센터를 찾아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카메라 렌즈와 메인 보드를 잇는 커넥터를 제거했다. 휴대전화로 촬영이 불가능하도록 아예 관련 기능을 없애버린 것이다.
카메라폰 사용을 금지하는 공식 명령은 없었지만 만에 하나 부대 기밀서류나 작전 상황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카메라폰 소지자가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큰맘 먹고 구입한 카메라폰이 보안 측면에선 애물단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휴대전화 AS센터마다 카메라 인터넷 등 첨단 부속기능을 제거하려는 고객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 기능이 등장하는 첨단 휴대전화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휴대전화의 급속한 기능발전이 오히려 거추장스럽다는 소비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최모(43)씨는 최근 아들의 휴대전화를 들고 AS센터를 찾아 “인터넷 접속 기능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즐기는 네트워크 게임 때문에 아들의 휴대전화 요금이 월 10만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아들이 모바일게임에 너무 빠져 아예 휴대전화를 빼앗을까도 생각했는데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당할 수도 있어 인터넷 기능만 없애려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기능은 기술적으로 제거가 어렵다는 AS센터측의 설명에 최씨는 월 2만원으로 한정된 요금상한제를 선택해 아들의 휴대전화 인터넷 접속을 제한키로 했다. 노인들에게도 휴대전화 첨단 기능은 짐이다. 딸에게서 환갑 선물로 MP3500만화소 카메라 등이 장착된 최신 휴대전화를 선물받은 김모(66?서울신천동)씨는 “전화를 걸려고 버튼을 누르면 수시로 인터넷이나 다른 메뉴가 나오는 등 너무 복잡해 골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지역의 휴대전화 단말기업체 S사 AS센터 관계자는 “휴가나온 군인들이 휴대전화 촬영기능을 제거하러 오거나 학부모들이 자녀의 휴대전화 게임 기능 때문에 문의해오는 경우가 매주 서너건씩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