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대 교회 시절에는 목회자와 성경이 무척 귀했습니다. 그나마 선교사의 발길이 닿는 곳에는 교회가 세워졌고 한 교회만 돌볼 수 없는 선교사는 여러 교회를 순회하면서 주일 예배를 인도하였습니다. 그 외의 집회 때는 그 교회의 교인 중 그래도 글자를 알아 성경을 읽을 정도가 되는 교인을 뽑아 조사로 임명하여 그에게 성경을 한 권 맡기고 예배를 인도하게 하였습니다. 경상북도 어느 산골의 예배당에 교인들이 모여오고 그 교회의 조사가 예배 인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성경을 봉독할 순서가 되어 조사는 시편 23편을 봉독했습니다. 그러나 그 옛날 산골의 예배당에 전기불이 있을 리 없었고 어두침침한 등잔불 아래에서 두터운 돋보기를 끼고 겨우겨우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나마 당시의 한글 성경에는 띄어쓰기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고 조사님의 한글 실력이 모자라는지라 제대로 읽어내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여…호와는나…의…목자이시니…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겨우 성경 봉독을 마친 조사님과 교인들은 그만, 이 본문을 이렇게 이해하고 말았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 자르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조사님은 성경을 내려놓고는 참으로 비장한 얼굴이 되어 설교를 시작했습니다. “여호와가 내 목 자르셔도 내가 부족함이 없습니다!” 조사님이 큰 소리로 외치자 온 교우들이 두 손을 들고 함께 외쳤습니다. “나도…! 나도…”
신경직 편저, 『성경 내 인생의 보물창고』(서울 : 기독신문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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