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교회’ 노숙인 신도 67명, 장기기증 서약해
“죽으면 가져갈 수도 없고 그저 땅에 묻힐 몸인데, 죽어서까지 내놓지 않으려 한다면 욕심이겠지요”
서울 ‘시냇가교회’(김수철 목사·이은철 목사)의 노숙인 성도들은 6일 이 교회 비전센터에서 열린 ‘사랑의 장기기증 서약예배’에서 서약동참서에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며 이렇게 밝혔다.
“직접 장기기증에 동참하니 기분이 흐뭇해요”
이날 서약예배는 비전센터에 모인 백여 명의 노숙인들의 찬송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이들은 힘찬 목소리로 시냇가교회의 주제가인 ‘이 믿음 더욱 굳세라’를 불렀다.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인가’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본부장 박진탁 목사는 이들에게 “여러분들이 생명나눔 운동에 앞장선 것은 국내 장기기증운동 역사에 뜻깊은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 목사는 “여러분들의 선한 결단은 조금 더 가지려고 발버둥치는 이기적인 사회를 향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노숙인들은 각각 서약동참서와 펜을 받고 △사후 각막기증 △뇌사시 장기기증 △살아있을 때 신장기증 중 원하는 곳에 표시를 했다.
이렇게 마지막 사람까지 기재를 마친 총 67명의 서약서는 박진탁 목사에게 건네졌다. 김수철 목사는 “평소 사회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노숙인들이 이번 장기기증을 통해 ‘놀라운 일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이들이 거쳐 간 곳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흔적들이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후 각막기증’과 ‘뇌사시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정한 한 노숙인은 “2주 전부터 교회에서 장기기증서약 광고를 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동참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렇게 직접 하고나니 기분이 흐믓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숙인, 폐를 끼치는 사람이 아닌 진정한 이웃
‘시냇가교회’는 기독NGO인 ‘소중한 사람들’(대표 김수철, 회장 유정옥)이 지난해 8월, 노숙인들에게 복음을 심어주고 이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서울 중림동에 세운 교회다.
‘소중한 사람들’의 사역자들과 봉사자들은 매일 오전 11시 30분 이 교회의 비전센터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예배와 점심식사를 하며, 이들이 복음을 통해 ‘새로운 소망’을 품도록 사역해 왔다.
현재는 매일 2백여 명의 노숙자들이 이곳을 찾아 식사를 하고 목욕·상담·치료 등도 무료로 제공받고 있다.
처음에 이 사역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노숙인들은 사역자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거칠게 행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봉사자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깨달은 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재활의지를 보이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이 사역에 동참해온 한 봉사자는 “이들 중 몇몇은 진정으로 고마움의 표시를 하며, 무엇인가를 의욕적으로 시작해 보려고 마음먹기도 한다”며 “오직 ‘사랑’과 ‘관심’만이 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밝혔다.
이번 장기기증서약도 그동안 사랑과 관심을 받아온 이들이 스스로 이루어낸 결과라는 평가다.
유정옥 회장은 “가진 것이라곤 몸 밖에 없는 67명의 노숙인들이 장기기증에 나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들로 인해 노숙인들이 사회에 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정한 이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성애 기자 / 2007. 2. 7 / 구굿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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