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설교>
내려놓으면?
갈 5:16-26
이달훈 목사(신도교회)
난초를 키우려면 꽤나 정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전 안 키웁니다.
제가 아마 선인장을 키운다고 해도,
말라 죽을 겁니다.
그런데 난초에 한번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든가 봅니다.
「무소유」라는 책으로 유명한 법정 스님도,
한때 난초를 키우셨다고 합니다.
한창 난초의 매력에 빠져 있던 스님이,
어느 날 밖에 나갔다가 문득 난초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자 이런저런 걱정들이 몰려오더랍니다.
열린 창문으로 햇볕이 직접 내리쬐는 건 아닌지,
비라도 들이치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났습니다.
맘속에는 온통 난초 생각뿐이었습니다.
순간 스님은 깨달았다고 합니다.
사람을 얽매는 건 물질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
스님은 말했습니다.
버려요. 당신이 뭘 소유하는 게 아니라 그냥 거기 얽매여 있는 거라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스님의 말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줄기차게 듣습니다.
물질을 버리라고,
욕심을 버리라고,
자신을 버리라고,
모든 걸 내려놓으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공통적인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교회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에서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내려놓음…
내려놓음을 보여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공통점을 말입니다.
가끔 일상을 접고 길 위를 걷긴 하지만,
그런 길 위의 여행자들조차,
내려놓음에 대해 아는 자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부처님은… 일생을 내려놓음에 대해 보여주셨지만,
목사님은,
스님은… 어렵게 붙잡은 것을 내려놓기가 힘든가 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을입니다.
책 좀 읽고 싶습니다.
제자입니까를 읽었습니다.
내려놓음을 읽고 있습니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일고 있습니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많이 읽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제자입니까에서도 줄기차게 얘기하는 것은,
내려놓음에서도 줄기차게 얘기하는 것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하나님. 제게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내 모든 기도의 시작은 이 질문이요,
내 기도의 응답은 이것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우리 기도의 공통점은,
주옵소서
바랍니다
믿습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주님의 뜻을 알기 위해 기도원에 간다해도,
주님의 뜻을 묻기 보다는,
언제 줄 것인지 확인을 하는 것이 전부이니…
우리의 신앙은 내려놓음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두 가지 관점에서 행동합니다.
하나는 육체의 소욕을 따라 행하는 것이고,
하나는 성령을 따라 행하는 것입니다. (16절, 17절)
육체의 일은 이렇답니다.
음행과 더러운 것과 호색입니다.
돈으로 하는 관계,
사랑이 없음에도 습관적으로 섹스만 생각하는 것,
이것은 음행입니다.
음행을 내려놓으십시오.
우상 숭배와 주술도 육체의 일입니다.
불교를 믿지 않는다고 우상 숭배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무언가에 집착하면 우상입니다.
난초에 집착하면 난초를 버려야 합니다.
드라마에 집착하면 텔레비전을 버려야 합니다.
나의 경험과 지식을 의지해서 기도하지 않으면 그것이 우상입니다.
주십시오 기도만 하면 그것은 주술이 됩니다.
분쟁과 시기와 분냄과 당 짓는 것과 분열함과 이단은 육체의 일입니다.
텔레비전을 켜면,
신문을 보면,
온통 분쟁과 시기와 분냄과 당 짓는 것과 분열만 봅니다.
보는대로 배웁니다.
배운대로 살아갑니다.
우리는 이단의 법칙을 따라 살고 있는 겁니다.
투기와 술 취함과 방탕도 경계해야 할 육체의 일입니다.
투기는 질투입니다.
흥청망청 취하는 것 역시 육체의 일입니다.
질투와 취함은 우리를 정신 나가게 만듭니다.
악마의 속삭임을 듣게 합니다.
본심이 아니었다고 변명하지만,
악마는 바로 그것을 노리는 겁니다.
이런 것들을 내려놓는 일은,
쉽지 않다고 배웁니다.
그러니 너무 낙심말고,
늘 회개하며 다짐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를…
내려놓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헛된 영광을 구하여 서로 노엽게 하거나 서로 투기합니다 (26절)
내려놓으면 어떻게 되냐고요?
이미 다 내려놓지 않았습니까?
사랑도 내려놓고,
오래 참음도 내려놓았고,
자비도 내려놓았고,
충성도 내려놓았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되었습니까?
세상은 요란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피폐해져갑니다.
세상을 탓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만든 것입니다.
가수 이수영이 이용규선교사의 내려놓음을 읽고 영감을 받아서,
8집의 컨셉을 내려놓음으로 잡고 발표했습니다.
아직 들어보진 못했지만,
놀랍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나의 컨셉을 내려놓음으로 잡고 있습니까?
가지 않으면 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모든 만남은 걷고 있을 때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어느 길을 걷고 있습니까?
전격적으로 출발합시다.
전격적으로 내려놓읍시다.
전격적으로 제자가 됩시다.
전격적으로!
그렇지 않으면…
길이 아닌 곳으로 가게 되고,
엉뚱한 만남을 진실인양 착각하게 됩니다.
내려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궁금하면…
출발하십시오.
역사는 도전하는 자에게 답을 주었습니다.
알고 있다면…
역시,
출발하십시오.
역사는 출발하는 자에게만 답을 주었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읍시다.
하나님이 다 이루실 겁니다.
내려놓음까지 내려놔야 하겠다는 것은,
내려놓고 나서의 깨달음이니,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윗이 말했습니다.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그가 이루시리라 (시편 37편 5절)
성경의 역사하심이 우리의 삶에서 증거되길 소망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