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요한은 말씀이 존재하는 신분을 소개한다. 이것은 말씀의 신분적 존재방식에 대한 설명이다. 말씀이 만물 전에 태초에 계실 수 있는 것은, 말씀이 하나님과 자리를 같이할 수 있는 것은 말씀 자신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말씀 자신이 하나님이시기에 만물 전 태초에 계실 수 있으며, 하나님과 나란히 자리할 수 있다. 하나님이란 한 단어 아래 두 존재가 소개되고 있다.
하나님이신 말씀은 특별한 일을 하신다. 하나님이신 말씀은 사람을 하나님 자녀로 만든다(1:12). 그분은 사람의 존재를 변화시킨다. 이런 일은 사람이 그 내재적인 힘으로 도무지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의 힘으로는 도무지 실현할 수 없는 일을 하나님이신 말씀이 이루신다. 사람을 하나님의 자녀로 만드는 일이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하지만 하나님에게는 가능하다. 말씀이 곧 하나님이시기에 사람을 하나님의 자녀로 만드신다.
그리스도는 사람을 하나님의 자녀로 만드실 뿐 아니라 심지어 하나님 같은 존재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는 구약성경(시 82:6)을 들어 “율법에 기록한 바 내가 너희를 신이라 하였노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성경은 폐하지 못하나니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들을 신이라 하셨다.”(요 10:34~35)고 가르치신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영접함으로써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또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음으로써 하나님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나님과 같은 거룩함으로 사는 것이다(레 11:44; 벧전 1:16). 그리스도인에게 범인(凡人)처럼 살다가 범인처럼 죽는 것이 허락될 수 없다(시 82:7).
부요한 환경에서, 고급한 신분을 가지고,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을 하나님의 자녀답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부요함이라도 죄악과 자리를 함께하는 것이면 거절하고 가난함이라도 의를 이루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면 택할 수 있는 것,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면 거부하고 지적하며, 하나님의 생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면 선택하고 추진하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자녀답게 사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 사람들이 사는 방법과는 전혀 다르게 사는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능력이다. 그리스도인의 능력은 이적을 행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삶을 사는 데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나그네된 그리스도인(Christianus aliens)의 모습을 발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