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제도와 농업생산

 서주시대의 토지소유형태나 농업생산의 구조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자료가 드물다. [맹자]의 정전제만 하더라도 그 실제 여부는 아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근래에는 정전제의 형식보다는 내용과 운영면에서 고제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다. 즉 정전제는 맹자의 이상론이 아닌 춘추 이전의 촌락사회의 토지분급과 수취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려는 견해가 우세하다.

 [맹자]의 정전제에 의하면 땅을 정자로 9등분하여 8가에 각기 1부분씩 대여하고 중앙의 1부분은 공전으로 공동경작하여 여기에서 수확되는 것을 조세로 납부하였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서주시대의 읍의 토지는 읍민의 자급을 위한 경지[사전]와 공납분을 공동으로 생산하는 경지[공전]로 구분되고 있으며, 공전에서 생산된 수확을 조세로 납부하는 것을 조법이라 한 사실은 정전법과 유사성이 있다. [시경]에서는 서주시대의 토지소유형태나 읍 내부의 구조, 그리고 농민의 생산활동에 대한 자료가 되고 있다. 서주시대 초기의 농민은 보통 씨족공동체적 생활을 하면서 씨족장의 지휘감독 아래 농업생산에 종사하였고 동시에 씨족장을 통해 전토에 대한 공납과 노역의 의무를 집단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즉 읍, 리 내부의 계층분화가 아직 발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 단위가 단일 영주에 의한 지배체제하에 있었다.

 그런데 서주시대 후기에 접어들면 읍 내부의 사회구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즉 서주 후기의 동기명문에 의하면 일부 읍이 종래의 단일영주지배에서 복수 내지 다수 영주의 지배체제로 바뀌고 있다. 이는 서주사회의 변혁을 의미한다. 즉 농민의 토지점유의 변화나 나타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토지의 분할 소유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소유주가 임의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경작자와 함께 타인에게 양도하게 되고 이에 따라 서주 초기의 씨족공동체는 근본적으로 와해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후기의 읍의 내부에는 력민, 유전의 민, 무전의 민으로 분화되고 유전민 사이에도 토지점유의 불균형이 심각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대부분 왕기지역에 한하였으며, 그외 지역은 분명하지 않다.

서주의 농업생산기술도 발전을 보여 무, 견이라는 경지정리가 완성된 땅을 부르는 용어가 등장하였고, 이들은 배수와 관개시설이 편리하게 이용되었다.경작도구에서는 호미의 사용이 보편화 되었다. 춘경이 중시되었으며 토양을 판별하여 파종하는 퇴비사용법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요작물로는 기장, 쌀, 벼, 밀, 보리 콩, 조, 차조 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으며, 특히 임숙은 새로 개발된 콩의 일종이며 고량은 조의 품종을 개발한 것이고, 벼는 화중지방에서 널리 재배되었다. 생산도구와 곡식품종의 개발, 그리고 생산기술의 발전으로 서주의 농업생산은 많은 향상을 가져왔다.

2) 수공업생산의 발달

 서주시대 수공업은 그 종류가 다양하고 분업화 되어 백공이라 불리워질 정도가 되었다. 생산품에는 청동기, 토기, 피혁제품, 옥기, 골기, 방직 등이 있었다. 이러한 수공업은 대부분 관에서 장악하는 관부수공업이 중심으로 공인과 상인은 대체로 관부에 예속되어 있어 서 공상식관이라는 말과 같이 사적 생산체제는 아직 발달하지 못했다.

  청동생산기술은 은왕조 멸망 이전에도 보유하고 있었는데 보통 청동제 무기와 제사그릇을 생산하였다. 은병합 이후 은의 수공업기술과 자원을 확보하고 숙련공 역시 노예나 포로로 사역하였기에 청동기 제조술은 급격히 발달하였다. 성왕과 강왕시대 이후의 청동제품에 나타나고 있는 특징은 주기 즉 술그릇이 감소한데 반해 종, 박과 같은 악기와 무기류, 식기류가 다수 생산되고 있다. 의식을 중요시하는 주대의 봉건제와 관련이 있으며 그릇의 모양도 은대의 화려함은 사라지고 단순화되었으며, 가볍고 날렵하고 소박하고 실용적인 특색이 있다. 이를 통해 주대는 대량생산으로 전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주 청동기의 특색은 명문에 새겨진 글자수의 증가다. 선왕 때 모공정은 초 ㅇ497자로 거의 장편의 문헌에 가깝다. 은대의 청동기는 자수가 많아야 수십자에 불과한데 비하면 엄청는 변화이다. 이런 청동기 명문의 내용은 제사의 의식, 정벌, 계약 등과 관련되어 있으며 대우정의 명문에는 강왕이 귀족에게 노예를 하사한 기록이 보이는 것, 혹은 효왕때의 홀정에는 말한필과 비단실 1속을 가지고 노예5명과 교환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있어 이를 통해 당시 사회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기산 동가촌에서 발견된(1975)조전과 토지교환 사실이 있는 구위사기와 산씨반에는 노예주 사이의 토지교환 내용이, 섬서성 장백촌에서 발견된(1976) 장반에는 문왕에서 공왕에 이르는 7대의 공덕을 칭송하고, 미씨가문과 주천자의 관계를 기술하여 일족의 지방귀족과 주왕조와의 관계에 대한 자료도 있다.

토기의 제조기술 역시 발달하였으니 각지에서 발견되는 서주시대 토기에는 광택이 나는 경도가 은대보다 발달하였고, 푸른 유약을 칠한 유도도 나타나고 있는데, 재질이 강하고 흡수성이 약한 특징으로 볼때 자기의 수준에 거의 접근했다고 할 수 있다. 기와의 발명과 사용은 서주건축기술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초중기에는 소량의 승문기와가 출토되었으나 그 양이나 질로 보아 아직 중요한 건축재료로는 일반화 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후기에는 넓은기와[판와], 둥근기와가 발달하여 천자와 귀족의 궁실에 기와를 사용하였으며 이는 중국의 건축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상인들은 백공처럼 대부분 귀족과 국가에 예속되어 있었으며 교환의 매개로 패 혹은 일정량의 동을 사용하였고, 옥기역시 교환의 매개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