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실지락(琴之樂)이라. 부부간에 다정하고 화목한 것만큼 즐거운 것이 어디 또 있겠는가. 거문고 뜯는 소리에 비파 튕기는 소리가 장단을 맞추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헌데 의가 좋은 부부는 살면서 외양마저 닮는다지만 아내의 귀에서 소리가 나자 남편마저 이명에 시달리게 된 50대 중반의 부부를 대하게 되자 허허롭기만 하다.
아내는 다행히 미미한 귀울음인데 수면이 부족하면 다소 그 소리가 커진단다.
자세히 문진하니 가슴이 번거롭고 괜히 심장이 두근거리며 치매에 걸린 것처럼 잘 잊어버리곤 한단다. 밀물썰물처럼 열이 몰려왔다가 저절로 가시곤 하며, 잘 때 땀을 많이 흘린단다. 혀를 보니 벌겋고, 맥은 가늘면서 빠르다.
남편의 이명은 매미울음 같은데 밤이 면 더 심해져 잠자기 괴롭단다. 손발도 차고 추위는 잘 타며 기운이 없고 권태롭단다.
식욕도 떨어졌고 변은 묽으며, 나이 탓도 있겠지만 부부관계에 지장이 올 만큼 임포텐츠가 된 것도 고민이란다. 얼굴색도 그렇지만 혀까지 창백하고, 맥은 가늘면서 약하다. 귀에서 소리나기는 남편이나 모두 한결 같지만, 그 증상이 판이하니, 그 원인 또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아내의 경우는 심화와 신수가 조화를 잃어 서로교제하지 못하는 것 이고, (소위 심신불교 또는 수화미제라고 한다) 남편의 경우는 신장이 허해진 것 (소위 신양허 라고 한다)이 원인이다.
이명의 허실과 경중
이명, 즉 귀울음에는 허증이 있고 신증이 있는데, 허증은 귓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고음이며 실증은 저음이고, 허증은 만성의 경과를 띄며 실증은 갑자기 발병한다. 일반적으로 실증보다 허증이 많다.
그 소리가 매미울음 같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바람이 부는 소리, 종소리, 북소리, 우뢰소리, 불이 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바닷물 밀려오는 소리 같다고 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 소리가 밤에 더 심해지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피로에 따라 증강하는 유형도 있고 수면이 부족하면 가중되는 유형도 있다. 이런 경우는 모두 허증에 속한다.
그 소리가 한쪽 귀에서만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 양쪽 귀에서 다 나는 경우도 있고, 귀가 막한 듯하기도 하고 귓속이 팽창된 듯 싶기도 하고 심지어는 귀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어느 때는 고막이 붉어지고 중이에 액이 고이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거의 실증일 때 많이 볼 수 있다. 이명과 함께 어지럼을 동반하거나 머리가 무거울 때도 있고, 이명·현훈·구토의 세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 견디기 너무 어려울 때도 있는데, 후자의 경우는 메니에르씨병일 가능성이 크다.
여하간 귀울음은 거의 청력저하를 동반한다. 청력저하로 바깥 소리가 잘 들리 않는 것을 ‘이농’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TV볼륨이 높아지거나 자신의 발성이 커지거나 한다. 엄밀히 따져서 이명은 이농의 경증이고 이농은 이명의 중증이다. 마치 조루증이 임포텐츠의 전조증인 것처럼 이명은 이농의 전조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의 식이요법
감기의 후유증으로 귓속에서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고 삼출성 중이염까지 수반된 경우는 단국화와 인동꽃 각 20g을 물 700cc로 끓여 반으로 졸여 하루 동안 여러 차례 나누어 마신다.
단국화는 감국이라 불리는 약재로 하룻밤 물에 담갔다가 건져 소쿠리에 담아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은 후 체에 고루 널어 자주 뒤척거리며 잘 말린 다음 약용해야 한다.
신장기능이 약해져서 이명이 생긴 때도 단국화가 효과 있는데, 이때는 구기자와 같은 양씩 배합해서 차로 끓여 마신다. 신허이명증에 쓰인다고 동의보감에 기재되어 있는 명약 ‘기국지황탕’이 바로 구기자·감국이 배합된 처방이다.
평소 혈압이 높은 분이 어느날 부터인지 모르게 서서히 이명과 난청이 생겨 때로 더했다, 때로 덜했다 하면서 안구건조는 물론 입도 마를 때는 조구증이라는 약재 12g을 물 500cc로 끓여 하루 동안 차처럼 분복하되 꾸준히 상복하면 좋다.
조구 등을 구입할 때는 줄기보다 낚시 바늘 같은 갈고리가 많은 것을 구입해야 하며, 끊일 때는 1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래 끓이면 혈압강하, 진경 및 진정 등의 작용을 하는 유효성분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양기가 허해져서 생긴 이명에는 육종용 8g을 물 500cc로 끓여 반으로 졸여 하루 동안 나누어 마신다. 육종용은 생김새가 남성 성기와 흡사한 최음성 강정제이다.
신허이명일 때 육종용 외에 호두도 좋다. 영양이 풍부하고 체력 및 신허를 보강 개선하는 식품이 호두인데 날로 먹거나 죽을 쒀 먹어도 좋고 차로 끊여 마셔도 좋다. 또 신장기능 약해져서 밤에 소변을 보는 횟수가 많고 귀울음이 오래 계속 될 때는 검은콩을 듬뿍 넣고 흑염소 소주를 내려 장복하면 좋다.
토코페롤이 엄청 나서 중년의 남녀 모두의 자양강장제로 권장하고 싶을 정도다.
중년의 남녀로 비뇨 기능은 물론 생식 기능도 저하되고 면역력도 떨어져 있고 감기에 잘 걸리며, 특히 고지혈증·지방간·동맥경화증·고혈압 등의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산수유차 혹은 오미자차에 잣을 띄워 복용한다.
산수유나 오미자는 비뇨생식 기능을 강화하고 간기능을 비호하며 성인병을 예방 또는 억제할 뿐 아니라 기억력 증진 효과까지 있는 약재들이다. 물론 원인 모를 귀울음에도 대단히 효과 있다. 한편 잣은 귀에서 혈관 박동을 느끼는 이명, 즉 뇌혈관계에 장애가 있는 이명에 좋은 영양식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