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과 세속정치(1)

                                    이름 : 고세훈

기독인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 기독교윤리와 정신을 충실히 내면화한 건전한 시민의 자격으로 행해져야

<교회(지도자들)의 정치적 관여 위험>

총선을 치룬지 얼마되지 않은 듯 한데 다시 지방선거와 대선이 목전에 다가왔다. 우리도 바야흐로 ‘일상적 정치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우리가 선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정치와 무관한 순수한 경제나 사회문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치는 낙태문제에서 핵문제, 입시제도’에서 실업률과 아파트가격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좋은’ 정치란 약자 편을 거들고, 사회와 개인의 윤리수준을 고양시키는 정치일 것이다. 따라서 이웃사랑과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시킨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은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리스천은 민주시민의 일원으로서 개인의 기독교적 소신에 따라 정치에 참여(선거권·피선거권 행사, 후보자후원, 정당가입 등)해야 하지만, 교회 혹은 기독교단체나 교계지도자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추천 혹은 지원하거나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정치에 관여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

우선 공의로운 정치질서의 회복 혹은 창출을 위한 노력에 구태여 ‘기독교’의 이름붙이기(labelling)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지적되어야 하겠다. 우리는 교회나 기독교의 이름을 앞세웠던 사람들이 세속인의 상식적 교양에도 어긋나는 실수나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교회나 기독교 전체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증폭시켜온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정치적 식견이 부족한 교회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은 교회나 기독교 전체에 그 부담을 떠안김으로써 복음의 선포 자체를 직접적으로 방해할 뿐이다. 가령 목회자가 특정 후보자를 교인 앞에 소개하는 일이나 추천하는 일은 과거 장로대통령에 열광했던 교계 일각의 무지와 실수를 반복하는 것과 다름없이 위험한 일이다.

덧붙여 주목할 것은, 현실정치의 쟁점들이 점차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어 가는데 반해, 성경은 이들 하나하나에 대한 이론(異論)의 여지없는 ‘기독교적’대안을 직접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서구사회에서도 기독정치인, 교계지도자, 기독교정당들은 자신의 ‘기독교적 신념’에 따라 극단적으로 상이한 정책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진보계열에 속한 기독인이나 단체들이 낙태허용, 핵비무장, 사형폐지, 정부지출증가, 노동운동지지 등을 주장하면, 보수계열에 속한 사람들은 낙태절대금지, 핵방위력 지지, 사형존속, 지출삭감, 노동운동반대 등을 위해 기독인의 양심을 걸고 싸운다. 더욱이 한국기독교는 정치 이전의 종교적 수준에서 이미 세계 종교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분열되어 있다. 기독교의 이름을 앞세우고 맹렬히 활동하는 무지와 독단이, 수많은 정치현안들을 앞에서 시속(時俗)보다 더한 분열을 만방에 선전한다면, 그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물론 우리가 현실정치에서 기독교의 이름을 전면에 걸고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안의 성격이 분명해서 선악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문제는 교회와 교계지도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예컨대 우리는 정치가 반민주적 권위주의를 지향하거나, 노예제와 같은 악법들을 용인하거나, 심지어 기독교가 아닌 종교를 탄압할 때 조차도, 기독교의 이름을 걸고 정치에 저항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교계지도자들이 과거의 부당한 정권을 편들거나 그 암울한 현실 앞에서 침묵으로 일관함으로 세속의 지탄을 받아왔던 사실은 한국 교회의 씻을 수 없는 오점이다. 다만 오늘의 복잡다기한 정치현안들을 앞에 두고 하나님의 진리가 독단과 편견에 의해 가려질까 두려운 것이다.

하나님은 부족하고 약한 인간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길 원하신다. 그러나 부족하고 약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자랑이나 핑계거리가 아니며, 오히려 충분히 인지되고 경계됨으로써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치는 어차피 일반은총의 영역이며, 우리는 꿈꾸어서도 안되고, 실현 또한 불가능한 신정정치를 이 땅에 구현코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지도자들)의 정치적 관여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반복하거니와, 기독인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는 기독교윤리와 정신을 충실히 내면화한 건전한 시민의 자격으로 행해져야 한다.

출처 : 전주열린문교회 홈페이지

기독교인과 세속정치(2)

“엄정 중립 통한 적극적 참여 필요”-양창삼 목사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빛과 소금 역할 할 수 있는 모범 된 그리스도인들의 정치참여 필요

그리스도인과 정치는 무관한 것인가? 결코 그럴 수 없다. 그리스도인이라 할지라도 정치에 관심을 두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특히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빛과 소금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모범 적인 그리스도인들의 정치참여는 필요하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지방자치단체장에서부터 더 큰 정치적 마당에 이르기까지 헌신된 지도자들이 교회로부터 배출되어야 한다. 이 땅을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채움에 있어서 정치는 중요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지도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여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을 교계의 지도자들이 초청해 간담회를 갖거나 기도회를 드린 일을 두고 말이 많은 것은 왜 조심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회지도자라 해서 정치인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법도 없고 또 정치적 견해를 가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직접이든 간접이든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고 어떤 식으로든 정치에 관여하게 될 때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치는 말이 많은 것이며 특히 교회는 정치와 같은 비일상적인 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교회지도자들은 정치관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먼저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에 대해 교회는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한다. 교회에서 장로나 집사를 선출할 때 사전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교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거는 하나님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회선거와 세속선거가 교회 안과 밖이라는 점에서 다르기는 하지만 그 모두를 세우시는 분은 결국 하나님이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교회만 통치하고 세상에 무관심한 분이 아니시다. 따라서 교회가 세속선거에서 어떤 편파성을 보이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후보자들이 교회를 방문한다 해도 교회지도자들은 그들을 맞아 인사를 할 수는 있어도 교인들의 투표행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교회지도자들이 힘을 모아 어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위한 기도회를 갖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회지도자도 정치적 소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개인적으로 표출시키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관한 문제이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차원에 그쳐야지 그것을 교회나 교단차원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교회 또는 교단을 정치화하려는 의도가 작용하기 때문에 순수성을 잃기 쉽다. 교회가 정치에서 순수성과 형평성을 잃으면 교회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실추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나아가 교회지도자들의 정치관여는 특정인물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보다 이슈(issue) 중심이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인물이라 할지라도 이슈에 대해 바른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에게 당면한 주요 이슈로는 시장중심의 신자유주의로 인한 빈부격차의 세계화 문제, 남북문제, 환경문제, 부패문제 등 다양하다. 교회의 관점에서 보아도 가난한 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 자연에 대한 사랑, 이웃사랑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을 정치적으로 열어줄 필요가 있다.

흔히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말하지만 우리가 이 땅의 한 일원으로 사는 한 완전히 분리시킬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현실정치가 아무리 더러워졌다 해도 그 속에 소명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들어가야 하고, 그들을 통해 정치마당을 변화시키는 일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교회지도자는 바른 교회교육을 통해 이런 인물들을 교육하고 배출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미래사회를 밝게 여는 중요한 원천이 될 것이다.

아울러 현재의 정치지도자들이나 앞으로 정치에 입문할 그리스도인들이 부패로 인해 더 이상 혼탁해지지 않도록 기도해야 한다. 이러한 직·간접 노력이 교회지도자들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정치관여이다. 교회지도자들이 특정인물의 당선에 개입하고, 이에 따른 차익을 기대하는 인물들로 전락된다면 결국 주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될 것이다. 교회지도자들은 정치관여라는 문제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