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칼럼>

일상에서 개혁을 실천하는 한 사람의 힘!

(파워 오브 원)

원용일 목사(직장사역연구소 부소장)

감독 : 존 G. 아빌드센

출연 : 스티븐 도프, 가이 위처, 시몬 펜톤, 아민 뮬러-스탈, 알로이스 모요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영화 <파워 오브 원>(존 아빌드슨 감독)을 보고-

󰡐아프리카너󰡑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태생 백인들은 17세기 말 신앙의 자유를 찾아 떠난 독일인, 프랑스인, 네덜란드인들이었다. 남아프리카에 이주한 그들은 그 뒤 19세기 초까지도 영국과 치열한 전쟁을 해야 했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원주민들에게 돌아갔다. 1948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너가 집권하고 인종차별 정책이 시행되었다. 이른바 󰡐분리주의󰡑가 국법이 된 것이다.

이 영화는 1930년, 그러니까 남아프리카공화국 독립 18년 전에 시작되고 막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시작되는 시기까지 계속된다. 이런 남아공의 역사를 이해하고 영화를 보면 이해가 쉽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상황을 다루면서 열혈 독일인들의 광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영국인들이 선했던 것은 아니다. 흑백이 함께 나오는 영화에서 흑백 중 우열이 없어야 하듯이 독일과 영국 중 한쪽이 선하고 한쪽이 악한 것은 아님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영국인 부모가 운영하는 농장에 살던 어린 소년 PK는 독일계 백인들이 다니고 있던 기숙학교에 갔다. 영국인들의 무자비한 학정에 대한 보복으로 유일한 영국인인 PK를 학대한다. 태어나기 직전에 코끼리에게 밟혀죽은 아버지의 이름을 딴 PK를 󰡐오줌통󰡑이라고 놀리며 모진 학대를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모와도 헤어진 PK는 할아버지의 소개로 독일인 교수였던 닥 박사를 만나게 되고 그가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수용소에 갇히자 거기서 함께 살며 인생을 배운다.

PK가 인생을 살면서 배웠던 것들은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모의 소개로 줄루 족 주술사에게서 용기를 배운다. 닥 박사에게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쓰는 법을 배웠다. 또한 감옥 안의 흑인 기엘 피트에게서는 권투를 배운다. 그리고 그에게 󰡐레인메이커󰡑의 전설을 배운다. 어려운 시절에 비를 내리게 하고 갈등을 풀어주며 갈갈이 찢겨 있는 종족을 하나로 모아줄 사람, 즉 󰡐전지전능한 능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설화였다.

권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PK는 흑인들의 말도 배우면서 그들로부터 환영을 받는다. 열여덟 살이 되어 고등학교 졸업반이 된 PK는 옥스퍼드에 유학을 갈 준비도 하면서 체육관에서 호피 관장에게 훈련을 받는다. 시합 중에 만난 마리아(그의 아버지는 아프리카너였고 철저한 분리주의자였다)와 사랑하게 된다. 그 와중에 관장의 주선으로 드마 기드온과 흑인 거주 지역에서 권투시합을 벌인다. 혼전 속에서 그가 이기자 그는 흑인들의 기대를 받는 레인메이커가 된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 PK에게는 깨달음이 있었다. 닥 박사의 가르침대로 자연에서 배운다. 거대한 폭포도 한 방울의 물로 시작되는 것, 그래서 그는 혁명은 여러 사람의 힘에서 나오지만 그 힘은 한 사람에게서 나옴을 알았다. 이미 수용소에서 흑인들을 조직해 멋진 합창을 하면서 이미 PK는 체험하지 않았던가? 가혹한 경찰의 몽둥이에 죽어가면서 기엘 피트가 말하지 않았는가? 󰡒모두 하나가 됐어요. 처음으로…󰡓

흑인들의 집단 수용소와 같은 거주지의 현실을 알게 된 PK는 배워야 평등이라는 가치도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흑인들을 위한 야학을 시작한다. PK에게 우호적인 학교의 선생님도 반대하고 경찰들도 집요하게 방해한다. 결국 그 와중에 사랑하는 마리아도 죽음을 당한다. 영화는 어쩌면 우울하고 안타깝게 끝이 난다. PK를 잡기 위해 경찰들과 광기에 사로잡힌 보타 상사(그의 아버지는 기엘 피트를 죽였고, 어릴 때 기숙학교에서 PK를 괴롭히던 아들은 아버지를 뒤이어 경찰이 되어 PK를 괴롭혔다)가 습격해왔다. 결국 살해와 복수가 난무한 상황에서 겨우 살아남은 PK는 기드온과 함께 떠난다. 아마도 옥스퍼드로 향하는 듯하다. 일상으로 돌아와 한 사람의 힘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다.

지난 휴가 기간에 읽은 책 중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가 인상 깊다.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도 특이하고 거기에는 한국의 전래 설화 바리공주 이야기가 나온다.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나 버림받았다가 풍산개 흰둥이가 물어와 살아난 소녀 바리는 중국에서 영국으로 밀항하여 참으로 힘든 삶을 살아간다. 장승을 만나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자식을 낳은 후 돌아올 수 있다는 설화 이야기대로 거구의 파키스탄인과 결혼하고 딸 아이가 죽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결국 이 소설에서도 우리 삶의 여러 가지 모순과 문제와 어려움의 해답이 무엇인가, 진중하게 추구한다. 독자들에게 주어진 대답으로 나는 󰡐일상의 삶󰡑에 충실하기로 결론지었다.

영화 <파워 오브 원>의 느낌도 바로 그렇다. 삶 속에서 작은 개혁을 실천해내는 것이 바로 레인메이커이다. 우리 시대의 바리공주와 레인메이커는 바로 일상 속에서 진지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한 사람의 힘을 알고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