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위해 민정이가 했던 일을 누군가 계속 해주길 바라요. 그것이 딸이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프간 여성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다 지난해 12월9일 숨진 심민정(25)씨의 부모가 다시 한번 차원 높은 사랑을 보여주었다. 아버지 심하진(58·삼척여중 교사), 어머니 김숙자(54·북평초등학교 교사)씨는 16일 서울 청파동 굿네이버스 강당에서 열린 '심민정 추모예배'에서 아프간 여성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3620만원을 기탁했다.

딸의 결혼을 위해 준비해둔 3000만원은 아프간 여성인권 신장에, 조의금 등을 모은 500만원은 도서 구입에, 나머지 120만원은 장학금으로 사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민정씨 부모는 자신들의 작은 사랑이 한 톨의 밀알이 되어 '아프간 장학회'가 세워지길 염원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를 졸업한 민정씨가 아프간으로 떠난 것은 2006년 2월. 그녀는 굿네이버스가 카불에 세운 여성교육문화센터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그녀는 10개월 동안 억압받는 회교국 여성들을 위해 온 몸을 바쳐 사역했다.

어머니 김씨는 지난 9월 중순 딸의 마지막 전화를 받았다. "엄마, 나 병 얻었어요. A형 간염이래요. 조금도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선 흔한 병이고, 잘 고치는 병이래요." A형 간염을 봉사자들이 흔히 앓는 풍토병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민정씨의 간염은 급성으로 진전돼 10월7일 한국으로 긴급 후송됐다. 앰뷸런스 속에서 민정씨는 어머니 손을 꼭 잡았다. "엄마가 많이 그리웠어요.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어요. 제가 한 일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엄마도 원망하거나 울지 마세요."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민정씨는 자신과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다니는 동생 현정(22)씨로부터 간을 이식 받았으나 동맥출혈과 간부전을 이겨내지 못한 채 한국에 도착한 지 두 달이 지나 하늘나라로 떠났다. 민정씨의 생전 마지막 사진을 보며 어머니 김씨는 이렇게 속삭였다.

"민정아! 네가 사랑했던 아프간에 반드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그곳은 어떤 땅이었을까. 엄마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네 영혼은 천국에서 밝은 모습으로 쉬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사랑한다. 내 자랑스런 딸 민정아."

이지현 기자 / 2007.03.16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