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이다. 이를 위해 교회가 무조건적으로 출산을 독려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구현하고 신앙공동체로서 부모의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랑의교회 생명윤리선교회는 21일 ‘저출산 문제와 생명윤리’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저출산 시대 교회의 역할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기독교 인구 증가를 위한 출산 장려, 문제 있어
지난해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가정의 출산율은 거의 한 명꼴인 1.16명이다. 이는 OECD 회원국 중에서 3년째 최저 수준이다.
지난 5월에 발표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서는 2005년 4세 이하 유아의 인구 구성 비율은 5.1%로 2000년 대비 23.9%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출산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정부의 당초 예상보다 인구감소가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ㆍ시행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이다.
기독교계도 사회적 문제 인식에 입장을 같이하고 교인들에게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출산율을 높여서 기독교 인구의 자연 증가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극단적으로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성경의 구절을 인용하기도 한다.
‘다산(多産)’이 곧 하나님의 뜻은 아니야
하지만 이러한 일방적인 주장은 현실적 변화를 유도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저출산율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여러 사회ㆍ경제ㆍ문화적 원인에 따라 지속되는 사회현상이기 때문이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는 “기독교 가정에서 아이를 출산한다고 해서 그 아이가 자동으로 기독교인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이를 강제하는 것도 종교 선택의 자유라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기독교 인구의 증가를 위해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신원하 교수도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성경 구절은 일반적 명령”이라며 “이 일반적 명령을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명령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바울은 ‘하나님과 그 나라를 위해 홀로 사는 것이 유익하다고 판단하여 그렇게 살려고 한다면 독신으로 살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며 “자녀를 많이 낳는 것만이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바르게 인식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을 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사진은 지난 6월 9일, 한국청년연합회 주최로 열린 '파파쿼터제 도입과 육아휴직제도 개선을 위한 출산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육아 휴직제도 개선 등을 촉구하는 모습 ⓒ연합
남성중심적 사회 분위기 바뀌어야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결부돼 있는데, 그 중 남성중심의 사회분위기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이에 교회가 나서서 이러한 분위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 교수는 “세계 저출산 국가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남성중심사회일수록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여성의 직업 활동이 결혼 및 출산과 병행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출산 수준은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남성중심의 사회분위기는 직장 여성으로 하여금 가사노동과 육아의 책임까지 고스란히 떠맡기는 분위기를 유도해,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출산을 기피하거나 연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교회의 성불평등적 구조가 일반 사회보다 더욱 심각해,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일수록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에 젖어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현재의 교회 체제는 여성의 지도능력을 제도적으로 차별하는 가부장제식 남성지배 체제”라며 “여성들은 주방에서 일하거나 교회 행사에 동원되는 일 등 말 그대로 봉사만 담당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와 저출산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성중심적 의식과 교회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포종합사회복지관 최소연 관장은 “기독교인 남편들이 솔선하여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 분담해야 한다”며 “생육하고 번성하는 역할이 여성의 몫으로 국한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