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어요
2005-08-26 0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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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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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3월 중 어느 금요일의 안암역 부근. 일주일의 수업이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동아리 모임의 시간을 기다리며 아직 학교에 머물러 있노라 일러주던 노은혜 학생은 “사람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는,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듯 인터뷰 내내 웃는 얼굴로 임한다. # 사랑 고려대학교 04학번으로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는 노은혜 학생.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많았던 은혜 학생의 대학 생활은 고교적 가졌던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대학 생활에 대해 큰 기대를 하게 되잖아요. 친구들과 잠깐 동안 어울려 노는 것도, 방학을 이용해 며칠 간 여행을 해 보는 것도 그때는 적잖은 부담이 되니까요. 그러다보니 저 또한 많은 기대를 하고 대학 생활을 시작했어요. 사람도 많이 만나고 싶었고, 여행도 많이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입학당시 은혜 학생은 사회과학분야에 대한 관심을 전제로 활동하는 기행동아리 ‘일하는 사람들’에 들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처음엔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보다는 동아리 원(員)들과 그들의 활동에 이끌렸다는 것. “동아리의 내용은 상관없었어요. 사회과학을 공부한다는 좋은 취지가 있긴 했지만 홍보 차 강의실에 들어왔던 선배님들의 분위기가 좋아보였던 것이 가입하게 된 가장 큰 동기였거든요. 아, 그런데 지금은 참 잘했다 싶어요. 유적지 답사든 여행이든 혼자라면 쉽지 않은 거잖아요.” 탄핵문제가 터졌을 신입생 당시 ‘탄핵’이니 ‘탄핵소추권’이니 하는 사회적으로 떠오르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요목조목 설명을 곁들여준다는 선배들을 보며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 가는 중이라는 은혜 학생. 사람과, 사람들과의 여행과, 자유로움 움직임(?)이 있는 대학 생활이 그녀에겐 마냥 신나기만 하다. # 소망 ‘나 아파요~’, ‘외래 진료 접수는 어떻게 하나요?’, ‘입·퇴원 수속은 어떻게 하지요?’라는 도움의 요청에 언제나 대기조가 됐던 어머니의 모습을 언제부터인지 가슴에 품고 있었다는 노은혜 학생. 은혜 학생은 어느새 자신의 어머니를 닮아 가고 있는 듯 했다. “엄마가 집에 있는 날이면 전화기엔 마치 불이라도 날 것 같았어요. 아주 사소한 거였는데도 할아버지·할머니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나 봐요. 엄만 그 전화를 다 받으셨죠. 놀라웠던 건 엄마의 얼굴이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 엄마가 어찌나 멋있고 아름다웠는지... 엄마와 같은 삶이라면 보람되리란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 엄마의 뒤를 따라가고 있네요.” 내가 가진 무엇인가로 누군가 도울 수 있다는 생각, 내가 가진 무엇인가를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생각, 그런 생각으로 은혜 학생은 간호사가 되기를 소망해 왔단다. “소망했지만 한 번도 살아 본 적 없는 삶이라서 그저 막연하기만 했지요. 하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난 1년 동안 배우면서 알아낸 것이 있거든요. 간호사가 하는 일이 왜 ‘care’여야만 하고, ‘cure’와 ‘care’가 어떻게 다른지 말이에요. 이론을 배우며 엄마의 모습이 더욱 선명해 져요. 바로 ‘care’하는 간호사의 모습이요. 2학년 지내고, 3학년 4학년 지내보면 더 뚜렷해지겠지요?” # 믿음 3대째로 이어지는 신앙의 집에서 태어났다는 노은혜 학생은 누구보다 열심히 교회 활동을 했고, 그렇게 교회와 밀착된 삶을 살았단다. 그러나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축복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축복으로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항상 있는 법, 그저 익숙하게 지내 왔을 뿐 감사와 감동의 넘침이 없었던 것은 노은혜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느꼈던 감정이 뜨거웠던 것 같진 않아요. 물론 습관화 된 예배의 삶에 반항심을 품어 본 적도 없었고요. 그러다가 대학 와서 처음 맞은 방학 중에 단기 선교를 떠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서야 ‘아, 이거구나’ 했었습니다. 믿음이 무엇인지, 왜 사람들은 예배하며 기도하며 눈물을 흘리는지요.” 2004년 해외 여행하는 마음으로 따라나섰다던 터키 선교. 근 20년 동안 익숙함으로 젖어 있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 이제야 감동, 감사로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무슬림이 가득한 나라, 무슬림이 아니라면 온갖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그 나라에서 단 2%밖에 되지 않는다는 크리스찬들의 삶이 그간 쌓아만 뒀던 그녀의 신앙을 한꺼번에 건드렸던 것이다. “이슬람교가 국교는 아니라는데 그렇더라고요. 어려서부터 코란을 교육한다고 했고, 무슬림이 아니면 취업을 할 수 없다고 했어요. 어떤 사람은 예수님이 있다는 건 알지만 살기 위해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하더군요. 목숨 걸고 믿는 그 땅의 크리스찬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좋은 조건에선 믿는다는 것, 정말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동아리 모임시간이 가까워 오던 인터뷰 후반, 학과 활동보다는 동아리 활동에 시간을 더 투자하게 된다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마음을 쏟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되묻는 그녀의 모습이 당차다. 서선미 기자 「월간 크리스차니티」2005.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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