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은 25일 승려들과 시민 10만여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자 26일 0시를 기해 옛 수도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에 60일간 야간통행금지령(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을 발령하고 5명 이상의 집회도 금지했다.

그러나 26일에도 수만명이 양곤 중심가에서 반정부 가두행진을 재개,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1988년 민주화 시위 때처럼 대규모 참극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88년 시위에선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시민 30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총으로 무장한 군경은 이날 양곤과 만달레이의 주요 사원을 비롯,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를 바리케이드로 봉쇄했다. 그러나 승려들과 시민 1000여명은 19년전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였던 불탑 쉐다곤 파고다 경내로 진입을 시도,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군경은 이 과정에서 시위대 300여명을 체포·연행하는 한편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쏘고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해산 명령에 아랑곳하지 않고 쉐다곤 파고다에서 가두행진을 시작해 그 수가 수만명으로 불어났다. AFP통신은 시위대가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6시간 만에 해산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도 미얀마 군정의 강경 진압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총회에서 군정이 인내심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미얀마 군정을 비난하며 새로운 경제봉쇄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임성수 기자 / 2007.09.27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