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식 앞둔 소녀가장 ‘소아 당뇨’ 앓다
2006-04-09 05:48:59









대학 입학식 앞둔 소녀가장 ‘소아 당뇨’ 앓다

쓸쓸한 죽음




소아 당뇨병을 앓아온 소녀 가장이 죽은 지 20여일이 지나 발견됐다. 투병생활 속에서도 대학진학의 꿈을 놓지 않았던 이 소녀는 3월 새내기 대학생활을 위해 이삿짐을 꾸리다 숨진 것으로 추정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10일 오후 7시45분쯤 서울 궁동 D빌라 지하 방에서 서강대 국제언어학부 입학을 앞둔 문모(19)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문양은 소아 당뇨병 환자로 매일 4차례 혈당을 체크하고 스스로 주사를 놓아 혈당량을 조절해 왔었다. 집안에는 문양이 손수 꾸린 이삿짐이 정리돼 있었다.

경찰은 문양의 휴대전화에서 마지막 통화기록이 지난달 17일 오후 4시쯤인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흔적이 없고 문이 안에서 잠겨 있던 점으로 미뤄 이삿짐을 싸던 문양이 피로와 함께 저혈당 쇼크로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9월 서강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문양은 이 대학 후문 부근에 새 집을 얻고 이사를 준비 중이었다. 평소 꿈대로 영어를 전공해 영어선생님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 대학에서도 4년 장학금을 약속했다. 매달 49만원의 지원을 받는 문양은 이사를 위해 궁동 동사무소에 대출을 신청하기까지 했다.

동사무소측은 “아픈 문양을 위해 가사도우미를 신청하려 했지만 아이가 거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동사무소측은 10일까지 문양과 연락이 닿지 않자 직접 집을 찾아갔고 문이 잠겨 있어 문양의 오빠(22)에게 연락했다. 오빠가 현장에 도착해서야 문을 열고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양의 오빠는 지난 1월말 택배업체에 취업해 집을 나왔고 이후 문양과 연락을 주고 받지 못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문양의 아버지는 2001년 당뇨 합병증으로 숨졌다. 문양을 어린 시절부터 돌봐주던 할머니도 2003년 노환으로 별세했다. 어머니는 정신지체장애 1급으로 어린 시절 헤어진 뒤 이따금 외가 친척들을 통해 소식을 듣는 정도였다.

문양이 사는 빌라의 주민들도 남매가 산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았다고 전했다. 맞은 편에 살고 있는 주민은 “평소에 교류가 전혀 없었으며 만나도 인사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12일 문양의 시신이 안치된 대림동 B병원 장례식장에는 빈소조차 마련되지 못했다. 문양의 어머니는 멍한 눈으로 허공만 응시했다. 인근 교회의 도움으로 안치 비용을 지불한 유가족들은 곧바로 벽제 화장장으로 떠났다. 문양의 오빠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대학생활을 앞둔 동생과 따로 살기로 결정한 후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양의 고교시절 사회복지사 김모씨는 “문양의 경우 가정도우미가 꼭 필요한 아이었다. 노인에게만 제공되던 이 서비스를 아이가 받았더라면 쓸쓸히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 20060312/ 우성규 기자

약한 자와 고아를 보살펴 주고 없는 이와 구차한 이들에게 권리 찾아주며 (시편 82:3/공동번역)

성경은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이 성도의 마땅히 해야할 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알고도 돕지 않는 것, 알려고도 하지 않은 것, 이 모두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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