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권력의 문제
2005-10-15 23: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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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세상권력의 문제 (2)
- 하나님의 형상인 그리스도와 타락한 세상권력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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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태(성공회대학교 기독교 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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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경제 발전, 그 이면
지난 10여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발전적 사건들이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30여 년 동안의 권위주의적 군사독재정권이 종말을 고하고, 문민정부(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들어서서 명실상부한 민주주의 국가로 태어났다. 사회적으로는 사회적 차별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문화적인 영역과 과학기술의 영역에서는 국내외적으로 큰 신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경제영역에서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 수출의 꾸준한 증가로 무역량이 매달 거의 천억 불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분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한국 경제는 비정상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그 문제점들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와 더불어 노동시장 및 임금의 불균형이 심각하며, 국내산업의 높은 임금 구조에 따른 중소기업의 해외이전(특히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생긴 산업의 공동화 현상 등 문제점들을 지적하자면 한이 없다.
그 결과 실업자, 특히 많은 청년 실업자와 국내 내수 시장의 심각한 침체를 초래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400만 명 이상에 달하는 신용불량자의 양산, 700만 명에 달하는 빈곤층의 등장(2005년에는 1,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국민 네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극빈계층에 들어가고 세 명 가운데 한 사람은 빈곤층에 속한다. 그 동안 수천 명이 생활고로 자살했고, 매 48분마다 1명 꼴로 자살을 시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루에 약 30명이 생활고로 목숨을 끊고 있다.
대기업의 수출호조에 따른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처한 이유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몇 가지로 요약해 보겠다.
첫째, 1990년 중반 대기업들의 방만하고 잘못된 운영으로 인해 발생한 외환 위기와 그것을 국민의 혈세로 막아 준 공적 자금 투입에서 찾아야 한다. 당시까지 한국의 대기업들, 예를 들면 대우나 한보철강 등 많은 기업들이 부패한 정부 관리들의 묵인 하에 국내 은행에서 자기 자본금의 수십 배에 이르는 돈을 빌려 쓰고, 또 고리의 외국 빚을 국가의 보증 하에 끌어들여 기업을 문어발식으로 팽창시켜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한국의 기업들은 분식회계 등을 통해서 기업 가치를 부풀림으로써 신용이 나빠지자 외국은행들은 채무를 환수하기 시작하였고 기업들은 망하게 되었다. 그러자 정부는 보증 선 빚을 갚아 주고 부실기업을 떠안게 되었다. 빚덩이뿐인 기업들과 그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망한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서 국민의 세금인 공적 자금을 700조나 쏟아 부은 것이다. 막대한 돈을 기업에 꾸어주고 망한 제일은행에 정부는 공적자금 17조 6천억 원이나 투입해서 살려놓고는 그것을 외국인에게 3천억 원에 팔아 넘겼다. 이로 인해서 국민의 막대한 돈이 망한 기업에 쏟아 부어져 나라가 경제적 파탄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 외환위기에 처해서 기업들의 체질이 약화되자 김영삼 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것은 노동자들을 감원하는 것과 임금을 동결 내지는 삭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명예퇴직의 이름으로 회사에서 쫓겨나서 실업자가 되었다. 정부가 이를 돕기 위해서 1995년 12월 26일, 성탄절 다음날 통과된 노동법 개악은 다수의 노동자들을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임시직) 노동자나 파견근로자로(현재 53%) 바꾸어 버렸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정규직의 50~70%의 노임을 받는 노동자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노임은 30% 내지 50% 줄어들고 기업의 수입은 그 만큼 늘어나게 되었다.
셋째, 외환위기와 더불어 실업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양산으로 인해 생겨난 경기침체(특히 내수 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는 카드시장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했다. 특히 침체된 내수시장과 금융시장을 살려내기 위해서 돈 없는 서민들에게 신용카드를 마구 나누어 주어 돈을 쓰게 했다. 시장활성화라는 극약처방을 한 것이다. 실업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신용카드로 해결했다. 무분별하게 길거리에서 남발한 신용카드들로 이 은행의 빚을 저 은행의 빚으로 갚았다. 철없는 청소년들까지 신용카드로 흥청망청 돈을 써대자 경기는 어느 정도 활성화되었다. 그러자 김대중 정부는 IMF를 극복했다고 큰 소리쳤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쓴 경제정책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와 그 앞잡이라고 할 수 있는 IMF, World Bank, WTO 등의 정책이었다.
이러한 국제금융자본의 일련의 조치에 휘말린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이 지금과 같은 국민들의 처참한 삶의 참상을 가져온 것이다. 오늘날 대기업들은 엄청난 현찰을 쌓아 놓고도(삼성 11조 이상, 현대자동차 8조 이상, SK 등 각각 수조 원씩) 내수시장의 침체로 국내에서는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내수시장이 침체해 있으니 물건이 팔리지 않고, 팔리지 않으니 기업들은 투자를 해서 물건을 생산할 수 없고, 물건을 생산할 수 없으니 공장을 돌릴 수 없고, 공장을 돌릴 수 없으니 실업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자를 포함해서 약 2,000만 명은 돈이 없어서 물건을 살 수 없고 그보다 처지가 나은 약 1,500만 명은 미래가 걱정되어서 주머니를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 인구의 약 3,500만 명이 정상적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서 내수시장 침체가 오는 것이다. 어리석은 경제관료들은 이런 문제의 원인을 ‘심리적인 요인’에서 찾고 있으나 모든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혹은 선단식 경영이 가져온 경제실패를 김영삼, 김대중 정부가 국민을 희생시키는 경제정책으로 대처한 까닭이다.
(월간프리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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