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다니 할머니들의 우울한 봄
2005-08-26 08: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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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다니 할머니들의 우울한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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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어렵지만 한 가족같은 베다니집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파트 건축을 위한 재개발 공사로 2개월 뒤면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인 쪽방과 베다니집이 모두 헐리게 된다고 한다. 재개발이 완료돼 임대 아파트가 들어서면 할머니들에게도 입주권이 나오지만 꿈같은 얘기다. 당장 내년부터 공사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입주는 2010년에야 가능하다. 80세 전후인 할머니들 중 그때까지 몇 분이나 살아계실지 모르겠다며 인목사는 안타까워한다. 할머니들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따뜻한 봄 햇살과 봄바람은 할머니들의 한숨을 더 자아낸다. 목사님! 목사님! 우리 목사님 지금의 베다니집 인목사가 처음부터 할머니들과 함께 한 것은 아니었다. 몸에 부적을 지니고 다닐만큼 독실한 불교집안에서 자란 인목사는 기독교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무역회사를 경영하다 부도가 나는 바람에 교도소에 1년 있었다고 한다. 그 안에서 협심증에 합병증까지 거의 죽어가고 있을때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들어오신 목사님의 전도로 병이 낫는 기적과 함께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인목사를 전도한 목사님은 무죄판결로 곧 세상으로 나가게 되었지만 남겨진 인목사는 그 안에서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게 되었다. 외로운 사람을 보살피며, 나눔의 생활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우연히도 이곳과 인연을 맺어 지금의 베다니집을 이루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도우며 살아야겠다는 밑거름으로 베다니집이 세워졌다. 예수님을 영접하시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또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을 생각하면 기쁨이 넘친다고.  할머니! 힘내세요. 인목사가 이곳 베다니집에 있으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병원에서 최후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이 없는 외로운 할머니들의 생사를 보호자로서 관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수술을 안하면 곧 돌아가실 한 할머니를 문병하러 햇살 가득한 오후에 베다니집 식구들이 봉고를 타고 병문안 겸 드라이브를 나섰다. “감기가 허락도 없이 들어왔어….” “저런 담부턴 꼭 얘기해… 허락없이 들어오면 혼날줄 알라구.” 작은 봉고 안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웃고 살 분이 한 명도 없지만 신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오랜 시간 함께한 덕에 마치 친자매들 같다. 올해 77세 방선옥 할머니는 “이젠 아무 낙도 없어. 하늘나라 갈 때까지 하루하루 그냥 사는건데, 그냥 살지도 못하게 해. 사는건지 뭔지 모르겠어. 대화 할 사람도 없고, 얘기할 것도 없고, 요즘엔 어디로 가나? 그 생각 밖에 안나, 잠도 안오고, 생각 안하려고 해도 30분도 안 되서 또 생각나….”라며 금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무 낙이 없어, 답답해, 그래도 초등학교를 나왔으니까 찬송이랑 성경을 읽지, 그거라도 나왔으니까….”라며 미소 짓는 91세 박인근 할머니. 믿음으로, 신앙으로,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에 가슴 한켠이 시려온다. 이곳 베다니집은 법적으로 허가가 안되있는 상황이라 정부에서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할머니들을 모시고 나가야 하는데 당장 거리로 내몰릴 상황이다. 2002년 후원자의 도움으로 포천에 500평의 땅을 사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건축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걱정이 태산이라고. 건축자금만 마련되면 기초공사는 포천의 인근 군부대에서, 또 재료만 사면 지어주겠다는 고마운 후원자도 있지만, 지금 통장엔 달랑 200만원도 채 안되는 금액이 전부이다. 하루속히 건축자금이 마련되어서 할머니들이 남은 여생을 걱정 없이 편안히 지내시길 바랄뿐이다. 이현주 기자 「월간 크리스차니티」2005. 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