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자인의 삶, 그 한 가운데 서서

                           김영일 간사(프론티어스 선교회)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 ‘검다’(Black)라는 뜻을 가진 수단 안에는 597개의 종족이 있고 그 중 흑인이 약 52%, 아랍족이 39%, 베자족이 6%, 기타 외국인 및 다른 종족이 3%를 차지한다. 종교로는 이슬람교가 64%, 기독교가 27%, 원시종교가 9%정도를 차지한다. 남부로 가면 기독교가 50%, 토착신앙이 40%, 이슬람교가 10%로서 꽤 높은 기독교 비율을 나타낸다.(참고: 재외공관 수단 대사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려진 신자나 교회가 없는 종족들이 있다. 그 중 최대 다수를 차지하는 종족 그룹이 바로 베자족이다. 우리는 베자족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알기 위해 그들을 만나러 수단을 향해 떠났다.
우리를 가이드 해 주었던 ‘마흐디’라는 아저씨가 있었다. 이 아저씨는 베자족 출신이었다. 두 명의 아내와 여덟 명의 아이를 두었고 한 때 잘 나가던 큰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이었다. 베자족도 보통의 무슬림들 처럼 네 명까지 아내를 둘 수 있는데, 이에는 아무래도 경제적 능력이 많이 작용하여 일반적으로 부유한 사람이 네 명까지 아내를 둔다고 한다. 보통의 베자 남성들은 두 세 명 정도 아내를 두고 있다. 마흐디 아저씨는 회사가 잘 될 때에는 네 명까지 아내를 두었었는데 회사가 기울면서 두 명의 아내를 내보내고 두 명의 아내와 살고 있었다.

우리 팀원들이 마흐디 아저씨의 집을 방문하고 싶다고 하자 아저씨는 기꺼이 오라고 했다. 우리는 어림짐작으로 마흐디 씨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우리를 맞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의 집을 방문했다. 또한 마흐디가 두 명의 부인과 함께 한 집에서 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첫 번째 아내와 두 번째 아내가 서로 떨어져 살고 있었고 우리는 첫 번째 아내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두 번째 아내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서 마흐디 씨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아내가 더 좋으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물었다. 첫 번째 아내는 같은 베자족 출신이었고 두 번째 아내는 남부 수단에서 온 젊고 순종적인 여자라고 하였다. 베자족은 보통 친척이나 부족 내에서 결혼하므로 결혼 전부터 서로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부부간에도 같은 부족 출신의 여성들은 앵앵거리며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젊고 순종적인 두 번째 아내가 더 좋다고 강조해서 말했다.
마흐디 씨의 집에 들어서자 그의 첫 번째 아내는 이웃 사람 문병을 갔다고 했고 네 명의 아들딸들이 안방에 모여 TV를 보고 있었다. 허름한 집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선명한 칼라 TV가 인상적이었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야곱은 네 명의 아내를 두었지만 라헬을 가장 많이 사랑하면서 그녀의 아들인 요셉을 편애했는데 혹시 마흐디 씨에게도 그런 편애가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갔다. 한편, 저녁식사를 기대했던 우리는 금방 분위기 파악을 하고 초청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수단은 외국인들이 고립된 지역이나 부족 마을을 방문할 때 반드시 여행 허가증을 받아서 가도록 하는 아주 불편한 절차를 마련해 두었다. 이것은 어떻게 하든지 외부인들로 인하여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는 수단 정부의 의도이다. 정부는 어떻게 하든지 지금 그대로의 상태로 나라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수단의 남쪽과 북쪽의 갈등과 다르푸르, 동부의 베자족 사태 등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의 처방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포트 수단에서 외진 지역으로 정탐을 들어갈 때 경찰관을 만났다. 사실 우리에게는 그 땅을 여행하는 허가서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우리의 신원을 확인하려 했고 이 때 친절한 마흐디 아저씨가 우리를 위한 보호막이 되어 주셨다. 우리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이야기를 꾸몄다. 이 사람들은 이 마을의 어린이를 위한 교육 시설 프로젝트가 가능한 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 온 한국회사 관계자들이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의 도움으로 우리는 아주 손쉽게 경찰의 OK사인을 받고 고립된 베자 공동체를 둘러볼 수 있었다.

공동체를 돌아보고 오는 길에 낙타 때를 만났는데 광경이 장관이어서 차 속력을 줄였다. 베자인들은 항상 등에 아주 긴 칼을 차고 다닌다. 자신들을 방어하고 또 공격을 하기 위한 무기인 셈이다. 트럭 뒤 짐칸에 타고 있던 우리가 낙타 떼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연신 눌러댔는데 낙타몰이를 하던 주인이 낙타 위에서 긴 칼을 빼들고 우리를 향해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카메라를 내렸는데 그 사람은 우리에게 돈을 요구했다. 초콜릿으로 상황을 무마시키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현재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있어서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마흐디 아저씨를 옆에서 지켜보며 그 역시 쉽지 않은 삶의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를 하는 동안 기도 시간이 되면 우리로 하여금 사진을 찍게 하고 자신은 알라에게 엎드려 기도하는 그의 종교적인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그도 똑같이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필요한 한 영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교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