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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다 보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 모습에 당혹감과 의문을 품게 됩니다. 예컨대 유다가 며느리 다말을 통하여 베레스와 세라를 낳은 점이나 롯이 두 딸과 동침하여 모압과 암몬 족속의 조상을 낳은 장면입니다.
사무엘하서를 읽다가 보면 앞의 두 사례와는 질적 차이가 나지만 이러한 이야기가 굳이 성경에 포함된 이유가 무엇일까를 묻게 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시바 이야기입니다. 시바라는 인물은 사울 왕의 재산을 관리했던 사람입니다. 몰락한 사울 왕가의 후손을 도우려는 다윗 왕에게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의 존재를 알려주어 므비보셋에게 왕자 대우를 받도록 하는데 징검다리의 역할을 했던 사람입니다. 다윗 왕은 사울 왕의 재산을 손자 므비보셋에게 주겠다고 말하며 시바에게 재산을 관리하는 청지기의 역할을 맡깁니다.
두 발이 절뚝발이 장애우인 주인 므비보셋을 대신하여 재산을 관리하던 시바가 다윗 왕이 왕자 압살롬의 반역으로 예루살렘을 떠나 도피자의 신세로 전락하여 감람산 꼭대기인 마루턱을 지날 때 주인을 속이고 다윗 일행에게 떡과 포도와 포도주를 대접합니다.(삼하 16:1~4)
뜻밖의 장소에서 가장 요긴할 때 예상치 못한 이에게 접대 받은 다윗은 므비보셋의 근황(近況)을 묻자 시바는 자신의 주인을 모함하며 참소합니다.
"시바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그는 지금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야 이스라엘 사람이 자기 할아버지의 나라를 자기에게 되돌려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삼하 16:3, 새번역성경)
시바의 이야기를 들은 다윗이 므비보셋의 재산을 시바에게 주기로 구두로 약속합니다. 그 후 다윗은 압살롬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뒤 예루살렘으로 돌아와서야 이것이 시바의 농간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므비보셋에게 재산을 반분하라고 명령합니다.(삼하 19:24~30)
저는 시바에 대한 성경 말씀을 읽으며 뛰어난 정세 분석 능력을 지녔던 시바의 지혜와 상황 판단에 일면 부럽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분명히 그는 부당한 방법과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황으로 볼 때 수도 예루살렘을 정복한 압살롬에게 민심이 쏠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바는 다윗이 왕권을 회복할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을 대비하는 예견력과 처세술만큼은 탁월하다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바와 대조되는 것은 다윗의 판단력입니다. 물론 다윗이 위급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측면도 있겠지만, 시바의 계산된 술책에 이렇게 쉽게 넘어가버린 점은 실수라 말할 수 있습니다. 시바의 모함과 아첨은 당시 이스라엘 사회의 위계질서가 무너져버린 시대상을 잘 반영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다윗이 앞뒤 정황을 살피지 않고 한쪽의 말만으로 일방적으로 시바에게 보상을 하기로 결정한 모습은 옳고 그름의 분별력을 상실한 지도력의 한 본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다윗이 곤경에 처하자 하루도 마음 편히 잠들지 않을 정도로 근신의 나날을 보냈던 므비보셋 입장에서는 이러한 다윗의 입장이 공정한 처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대처하는 시바의 처세술을 보면서 쌍둥이도 세대 차를 느낄 만큼 급변하는 세태 속에서 바른 분별력을 소유함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 
